엄마일기(6월 1일) 어제 오늘이 하루가 다르다. 지난 밤 몇 번을 깼는지 모르겠다. 어머니가 몹시 힘들어 하셨던 거 같은데 비몽사몽 자는 둥 마는 둥... 아침 미음을 드리는데 고개를 들지 못하신다. 뒤에 쿠션을 받쳐 고개를 들게 해 먹이는데 기도로 음식이 들어가 몹시 고통스러워하신다. '이런, 무지하고.. 글 마당/삶을 노래하며 2014.06.02
[기형도] 기억할 만한 지나침 기억할 만한 지나침 기형도 그리고 나는 우연히 그곳을 지나게 되었다 눈은 퍼부었고 거리는 캄캄했다 움직이지 못하는 건물들은 눈을 뒤집어쓰고 희고 거대한 서류뭉치로 변해갔다 무슨 관공서였는데 희미한 불빛이 새어 나왔다 유리창 너머 한 사내가 보였다 그 춥고 큰 방에서 서기(.. 글 마당/시인의 마을 2014.06.02
엄마일기(5월 31일) 그저께, 어제 낮 동안 식사를 전혀 못드셨다기에 저녁시간 인스탄트 호박, 마차를 끓여 반 컵쯤 드린게 전부다. 몸을 뒤척이지도 못하고 눈만 간간히 깜빡이시는 걸 보니 밤새 제대로 못 주무신게다. 지난 밤 2시 반경에도 그래셨으니 얼마나 피곤하실까... 일어나 기저귀를 갈아드리고, ".. 글 마당/삶을 노래하며 2014.05.31
자한사보(子罕辭寶) - 자한지보(子罕之寶) 송나라 사람이 옥을 얻어, 사성의 벼슬을 하는 자한에게 옥을 드리니 자한은 받지 않았다. 옥을 바친 자가 말하기를 “옥을 옥 전문가에게 보였더니 옥 전문가가 보물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이것을 바칩니다.” 자한이 말하기를 “나는 탐하지 않는 것을 보배로 여기고, 당신은 옥을 .. 글 마당/마음의 양식 2014.05.30
엄마일기(5월29일) 근무 중 아내로 부터 문자가 왔다. '몸과 마음이 너무 지치고 힘들다'고...... 무슨 일이 있구나 싶으면서도 선뜻 묻지를 못하겠다. 퇴근해 집에 가니 잠깐 나갔다 온 사이 어머니가 기저귀를 다 빼버리고, 장농, 옷장을 뒤져 이불과 옷을 다 꺼내고 소, 대변을 다 묻혀 정리하고 세탁하는데 .. 글 마당/삶을 노래하며 2014.05.29
엄마일기(5월27일) 퇴근해서 집에 오니 한잠도 못주무신 초점 눈으로 바라보신다. "저녁 잡수셔야지?" 고개만 끄덕이신다. "내가 누구여?" 뭔가 말씀을 하시려는 것 같은데 소리가 나오질 않는다. 복지관에 들러 기타 강습을 하고 느지막히 집에 오니 잘못 엎드리셔서 일어나지 못하고 계신다. "엄마, 아들왔.. 글 마당/삶을 노래하며 2014.05.28
환우를 위한 기도 살면서 정말 힘들고 어려운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뭘 어찌해야 할 지 모르고, 스스로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때 그 문제를 덕망있는 어르신에게 이야기하면 대부분은 해결이 된다. 그건 그 어른이 뭘 어떻게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간절히 그 일이 잘 해결 되길 바라는 마음이 온.. 글 마당/삶을 노래하며 2014.05.23
엄마일기(5월 15일) 지난 밤도 못주무셨다. 아침에 일어나니 눈 주위가 짓물렀음에도 앉아계신다. 쓰나미가 휩쓸고 간 듯한 방 풍경을 아내가 볼까 얼른 정리해놓았다. 출근을 하는데도 촛점없는 눈으로 바라보신다. "다녀 올께" 발걸음이 무거우면서도 솔직히 해방된 느낌이다. 참 못됐구나.. 몸이 조금 피.. 글 마당/삶을 노래하며 2014.05.16
엄마일기(12, 13일) 잠깨어 보니 엄마는 앉아 계신다. 온 방이 태풍 매미가 휩쓸고 간 것 같다. 옷장의 옷이 다 나와 있고, 크리넥스 한 통을 다 뽑아 놓은데다 물티슈를 다 뽑아 놓으셨다. 짜증 섞인 아내 목소리가 못마땅하지만 그럴만도 하지..... 밤새 기저귀를 세번 갈아드렸는데 그때도 괜찮았는데 새벽.. 글 마당/삶을 노래하며 2014.0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