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깨어 보니 엄마는 앉아 계신다.
온 방이 태풍 매미가 휩쓸고 간 것 같다.
옷장의 옷이 다 나와 있고,
크리넥스 한 통을 다 뽑아 놓은데다
물티슈를 다 뽑아 놓으셨다.
짜증 섞인 아내 목소리가 못마땅하지만 그럴만도 하지.....
밤새 기저귀를 세번 갈아드렸는데 그때도 괜찮았는데
새벽녁에 그러셨나보다.
"엄마, 왜 이랬어?"
아무 말씀이 없으시다.
"이러고 싶었어?"
말의 뜻을 아는지 모르는지 초점없는 눈으로 고개를 끄덕이신다.
"잘했어, 그러고 싶으면 그래야지.
이제까지 엄마 하고 싶은 거 못하고 살았는데....
괜찮아.. 잘했어 엄마"
고개를 끄덕이신다.
밤새 못주무셨구나.
출근을 해서 주무시나 싶어 전화를 하니 낮에도 안주무신단다.
퇴근을 해 방문을 여니 눈이 짓무르셨는데도 안주무신다.
졸음이 가득한데도 앉아서 졸고 계시다
엄마 손을 꼭 잡고, 찬송을 불러드리다 잠이 들었다.
아내가 문을 열고 뭐라해 깨보니 2시 반이다.
기저귀를 갈아드리고, 주무시라하니 가만히 눕는다.
아침에 깨보니 또 그래도 앉아계신다.
아내는 내 몸에 냄새가 배어있다고 잘 씻으란다.
출근해서 전화하니 낮에도 거의 안주무셨단다.
저녁에 스승의 날 행사를 하루 앞당겨 식사하자해
문의 마불갤러리를 들렀다 식사하고 왔는데도 안주무신다.
"엄마, 왜 안자?"
말씀도 없이 그냥 고개만 끄덕이시는데 눈은 이미 감겨있다.
가만히 뉘어 드려도, 잠이 못드신다.
내가 해드릴께 아무것도 없다.
손을 꼭 잡고, 그저 찬송불러 드리고, 기도드리고.....
"아멘" 하신다.
'주님 감사합니다. 저렇게 살아계시니 감사하고, 아멘 하니 감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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