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해서 집에 오니 한잠도 못주무신 초점 눈으로 바라보신다.
"저녁 잡수셔야지?"
고개만 끄덕이신다.
"내가 누구여?"
뭔가 말씀을 하시려는 것 같은데 소리가 나오질 않는다.
복지관에 들러 기타 강습을 하고
느지막히 집에 오니 잘못 엎드리셔서 일어나지 못하고 계신다.
"엄마, 아들왔어. 왜 이러구 있어 잘 누우셔야지"
일으켜 앉히며, "주무셔야지?" 하니 고개를 끄덕이신다.
불안한 눈 빛에 잠자리에 눕혀드려고 1분을 못넘기고
힘겹게 이리저리 뒤척이며 일어나신다.
엄마 옆에 자려고 누워있는데 계속 손을 잡고
얼굴을 만지고, 뭔가 말씀을 하시려는데 알아들을 수가 없다.
"간식드셔야지"
반쯤 남은 베지밀을 드리니 드시면서도 뭔가 불편하시다.
기저귀를 갈아드리고, 대충 비누질해 화장실 한쪽으로 밀어 놓고
자려는데 자리를 못잡으시고 내 얼굴위에 얼굴을 대고,
손으로 만지는데 졸음이 쏟아져 비몽사몽이다.
아들이 좋아 그러려니 하면서 잠깐 잠이 들었다.
1시 30분이 넘었는데 자꾸만 기저귀를 손으로 만지시려는 걸
"엄마, 그거 손으로 만지면 안되잖아. 얼른 주무셔야지"
볼을 쓰다듬고 팔베게를 해드려도 자꾸 기저귀로 손이 간다.
다시 기저귀를 보니 대변을 조금 보셨는데
변이 딱딱한 들짐승의 변처럼 항문에 매달려 나오질 않고 있다.
힘을 줄 수 없어 변을 보실 수 없어 힘들어 하셨구나.
일회용 장잡을 두겹으로 끼고, 항문에 손을 넣어 변을 파낸다.
드시는 것도 부실한테 그제도 아내가 많이 파냈다는데
냉면대접으로 한 그릇은 될만큼의 엄청난 양을 파내는데 눈물이 흐른다.
변을 보지 못해 힘들어 잠 못드는 걸 모르고
그저 내 몸 편하다고 잠이 쏟아지니... 참 무심하다.
옛날 주세붕은 머리에 이가 잔뜩 있어 가려움증에 잠 못 드는 어머니를 위해
자신의 머리를 갖다 대어 이가 옮아 오도록 했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렇게는 못할 망정 조금만 신경썼어도 힘들어 하지 않으셨을텐데...
변을 파내고, 세수대야에 물을 떠다 닦아 드리고,
밖에 기저귀를 내다 놓는데 잠을 깬 아내가 왜 안자냐고 성화다.
'많이 피곤하겠지....'
"엄마 기저귀 갈고, 변을 좀 파내느라고...."
뒷정리를 하고, 잠자리에 누우니 편안하신 표정에 눈물이 주르르 흐르신다.
"엄마, 괜찮아.. 난 엄마가 옆에 있어서 좋아. 엄마도 좋지?"
고개를 끄덕이신다.
"엄마, 감사해.. 감사해~~"
몹시 피곤하신 표정이지만 그래도 편안하신가보다.
"엄마 불끄고 잘까?"
촉촉한 눈망울로 고개를 끄덕이신다.
2시가 넘어가고는 시간 불을 끄자
5분도 채 안돼 코고는 소리가 깊이 잠이 드신 듯하다.
편안하게 주무시겠구나...
이런 일상 또한 행복이지...
몹시 피곤하다는 생각에 눈을 뜨고 엄마방을 가니
오독하니 앉아 계신다.
얼굴은 그런대로 편한 모습인데 잠을 잘 잔 모습은 아니다.
"엄마, 또 잠 못 잤어?"
고개를 끄덕이신다.
잠을 주무셔야지...
이제부터 엄마 방에서 계속 잠을 자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혹시 무서운 생각이나 환청이 들려 잠 못 드시는지도 모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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