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택수] 달과 토성의 파종법 매달 스무여드렛날이었다 할머니는 밭에 씨를 뿌리러 갔다 오늘은 땅심이 제일 좋은 날 달과 토성이 서로 정반대의 위치에 서서 흙들이 마구 부풀어오르는 날 설씨 문중 대대로 내려온 농법대로 할머니는 별들의 신호를 알아듣고 씨를 뿌렸다 별과 별 사이의 신호를 씨앗들도 알아듣고 .. 글 마당/시인의 마을 2014.06.13
[도종환] 라일락 꽃 라일락 꽃 - 도 종 환 - 꽃은 진종일 비에 젖어도 향기는 젖지 않는다 빗방울 무게도 가누기 힘들어 출렁 허리가 휘는 꽃의 오후 꽃은 하루 종일 비에 젖어도 빛깔은 지워지지 않는다 빗물에 씻기면 연보라 여린 빛이 창백하게 흘러내릴 듯한 순한 얼굴 꽃은 젖어도 향기는 젖지 않는다 꽃.. 글 마당/시인의 마을 2014.06.13
[유안진] 내가 얼마나 더 외로워져야 내가 얼마나 더 외로워져야 - 유안진 - 내 청춘의 가지 끝에 나부끼는 그리움을 모아 태우면 어떤 냄새가 날까 바람이 할퀴고 간 사막처럼 침묵하는 내 가슴은 낡은 거문고 줄 같은 그대 그리움이 오늘도 이별의 옷자락에 얼룩지는데 애정의 그물로도 가둘 수 없었던 사람아 때없이 밀려.. 글 마당/시인의 마을 2014.06.13
[도종환]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 도종환 -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어둠 속에서 어깨를 떨며 서 있을 때 다시는 죄 짓지 말라고 말없이 다독여 주시던 손길을 잊고 눈물을 멈출 수 없어 부끄럽게 돌아앉아 있을 때 가까이 와 낮은 소리로 일으켜 주시던 말씀을 잊고 내가 이렇게 살아도 되는 .. 글 마당/시인의 마을 2014.06.13
[정현종] 모든 것이 꽃 봉오리인 것을 모든 순간이 꽃 봉오리인 것을 정 현 종 나는 가끔 후회한다. 그 때 그 일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그때 그 사람이 그때 그 물건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더 열심히 파고드록 더 열심히 말을 걸고 더 열심히 사랑할 걸...... 반벙어리처럼 귀머거리처럼 보내지는 않았는가, .. 글 마당/시인의 마을 2014.06.13
[정현종] 방문객 방 문 객 정현종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글 마당/시인의 마을 2014.06.13
6월 11일(어머니는 눈물이구나) 10일 화요일 저녁 9시40분을 넘어가는 시간 전화통화 중 엄마 방에서 아내가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통화 중 그냥 끊기 곤란한 전화라 계속 통화 중인데 짜증 섞인 다급한 소리가 전화를 끊고 들어가니 콩 죽을 드시던 어머니가 사래가 들어 고통스러워하신다. '기도로 음식물이 들어가 그.. 글 마당/삶을 노래하며 2014.06.12
6월 7일 그제 5일 아침을 달게 드시더니 주무신다. 몇 번인지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빨아 널고, 낮에도 주무시더니 아침 일찍 잠을 깨보니 방 한 구석에 이불도 덮지 못한 채 일어서지도 못하고 놀란 눈으로 눈만 껌뻑이신다. 언제 깨셨는지 모르지만 밤새 깊이 못주무신듯하다. 얼른 자리를 봐드.. 글 마당/삶을 노래하며 2014.06.07
6월 5일 아내가 교회 내적치유센타 식사봉사를 오늘부터 3일간 간다해 어쩔 수 없이 휴가를 냈다. 내 어머니가 중한데 그런 봉사가 진정한 봉사일까? 답답하다. 하루 다녀오는 것도 아니고, 토요일까지 3일이나 씩이나...... 세월호 사건의 주역 유병헌이가 생각난다. 그런 사이비 종교와 뭐가 다른.. 글 마당/삶을 노래하며 2014.06.05
6월 3일 지난 3일 아침 출근 시간 변에 피가 섞여 나온다다는 막내누나 전화다. 혼자살며 의지할 데가 없어 그렇겠지만 은근 짜증이 난다. 모든 일이 부담으로 느껴진다. 병원 가보라는 형식적인 말 밖에 할 말이 없다. 전화를 끊고도 못내 맘에 걸려 다시 전화해 큰 애가 근무하는 병원으로 가보.. 글 마당/삶을 노래하며 2014.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