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마당/삶을 노래하며

6월 7일

나무소리 2014. 6. 7. 11:55

 그제 5일 아침을 달게 드시더니 주무신다.

몇 번인지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빨아 널고,

낮에도 주무시더니 아침 일찍 잠을 깨보니

방 한 구석에 이불도 덮지 못한 채 일어서지도 못하고

놀란 눈으로 눈만 껌뻑이신다.

 

 언제 깨셨는지 모르지만 밤새 깊이 못주무신듯하다.

얼른 자리를 봐드리고, 찬물을 드리고,

"배고프지?" 많이 놀라셨는지 동그란 눈으로 고개를 끄덕이신다.

 

 호박죽을 데워드리니 달게 드시고,

기저귀를 갈아드리는데 냄새가 많이 난다.

햇살이 어찌나 좋은지 어머니 방청소를 해야겠다.

 

 어머니를 거실로 모셔놓고, 에어매트리스

옥장판 등을 모두 꺼내 햇볕에 갖다 널고,

이불과 담요를 모두 털어 말리고,

기저귀를 삶고, 수건까지 모두 삶는다.

 

 깔개를 물로 닦아 널어 말리고

방에 소독약을 구석구석 뿌리고 환기를 시키고,

쓸고, 닦고 나니 점심때다.

거실에서 앉았다 누웠다를 반복하는 어머니는

방보다 밝은 햇살이 좋으신가보다.

 

 점심으로 닭 죽을 드리니 입에는 넣는데

삼키시지를 않는다.

"먹기 싫어?"

고개를 끄덕이신다.

"그럼 팥죽드리까?"

의미를 알아들으시는지 모르는지 고개를 끄덕이신다.

 

 무슨 말인지 모르면 무조건 고개를 끄덕이시는 거 같다.

늘 긍정적인 마인드로 사신 탓인가?

어쨌거나 팥죽을 데워다 다시 드리니 잘 드신다.

반공기쯤 드시고, 토마토를 갈아 드린다.

토마토 한개를 드시고, 보리차를 드리고......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바쁘기만 하다.

방을 서너번이나 닦고, 환기를 시키니 숨통이 트인다

메트리스를 깔고, 깔개를 깔고, 홑이불을 씌우고

어머니를 방에 모셔드렸는데 1분을 못 누워계시고,

누웠다 앉았다를 수없이 반복하시는데 팔이 아프고, 허리가 아프다.

 

 "엄마, 힘들지? 아들도 힘들어"

고개를 끄덕이시지만 자리를 못잡으시고 계속 반복하시는데

기저귀를 갈다 보니 아래가 짖물러 냄새도 심하고

누런 분비물이 많이 흘렀다.

 

 일어서지를 못하니 목욕을 시킬 수도 없고,

세수대야에 물을 떠다 기저귀로 닦아 드리고,

질 세정제를 물에 풀어 씻겨드리고,

알로에를 전체 발라 드린다.

 

 이러시지 못 주무셨던 건 아닌지....ㅠㅠ

절로 눈물이 난다.

얼마나 가렵고, 쓰라리고 힘들었을까...

 

 기저귀를 채우지 말아야겠다.

소, 대변을 치우기 힘들겠지만 그거야 그냥 하면 되지.

위생용 깔개를 깔고, 기저귀를 펴서 깔고,

하체를 드러낸 채 그냥 뉘어 드리는데 정신이 드셨나보다

 

 부끄러운지 자꾸 다리를 오므리며, 눈물이 주르르 흐른다.

가슴이 미어진다.

자식에게 뭐가 부끄럽다고.....

 

 "엄마, 힘들지?"

고개를 끄덕이신다.

그냥 이러구 있어 괜찮아...

고개를 끄덕이신다.

 

 저녁으로 호박죽을 드리니 잘 드신다.

12시가 넘어도 주무시질 못하고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한다.

 

 "엄마, 주무셔. 아들도 힘들어"

고개를 끄덕이시기에 찬송가를 불러 드린다.

 

 "성령이여 강림하사 나를 감화하시고"

 "평화 평화로다 하늘 위에서 내려오네"

몇 곡을 불렀는지 모르지만 찬송을 부르다 깜빡 잠들었다

느낌이 좋지 않아 깨어보니 2시를 넘어가는 시간

어머니가 방 한 구석에 쓰러지셔 버둥거리고 계신다.

 

 어머니를 다시 메트리스로 모시며, 눈물이 난다.

얼마나 힘드시면 저럴까?

그것도 모른 채 자식은 무심하게 잠이 들었으니......

어머니 자리가 소변으로 축축하니 젖어 있다.

 

 깔개를 치우고, 닦아 드리고 알로에를 다시 발라드리고

토닥토닥 하니 누워계시지만 눈은 천정을 똑바로 쳐다보고 계시다.

까물까물 어떻게 잠이 들었는지 모르는데 깨보니 5시.

 

어머니는 맨 몸에 이불도 덮지 않은 채 또 다른 한 구석에

일어나시려 갖은 애를 다 쓰시면서도 일어서지 못한다.

다시 자리에 뉘어 드리고 깔개를 치우고

다른 깔개를 깔아드리고, 대충 닦아 드리는데

한 숨도 못주무신 표정이 역력하다.

 

 "엄마, 왜 그리 잠을 못주무셔~~"

너무 안타깝다.

자리에 뉘여 드리다보니 입술이 바짝 마르셨다.

"엄마 물 좀 드릴까?"

고개를 끄덕이신다.

물을 드리고, 두유를 드리니 몇 모금 달게 드신다.

 

 안약을 넣어드리고 아래를 보니 많이 좋아지셨다.

천만 다행이다 생각하며 깜빡 잠이 들었다 퍼득 깨니

7시가 넘었는데 잘못 엎드러져 일어서지 못하고 힘겨워 하신다.

 

 앉혀 드린다음 물을 드리고,

"아침 드릴까?" 하니 고개를 저으신다.

"왜? 뭘 잡수셔야지..." 고개를 끄덕이신다.

 

 팥 죽을 데워 드리니 서너술 드시고 그만 드신단다.

우선 좀 주무셔야 할 텐데.....

아침을 드시고 조금 있으니 잠이 드시는 듯 하더니 다시 깨신다.

자리를 보니 소변을 축축하게 보셨다.

깔개를 다시 깔아드리며,

"대변 보실랴? 지금 삼일째 못보셨는데...."

고개를 저으신다.

 

 "오늘까지 대변을 못보시면 파내야할텐데....."

 

 콩나물 국을 끓이고, 햄을 부치고, 계란 후라이를 하고

아들과 아침 식사를 먹고, 설거지를 하고 나니 11시가 된다.

 

 기저귀를 빨아야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아니 눈 코 뜰 새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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