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마당 557

휴게소 / 조현근

[휴게소 / 조현근] 바쁘게 살다가 내몰려 도착한 곳은 병원입니다 구백 리 서울 가는 길에는 휴게소가 열 개를 넘는데 오십 년 내 인생길에는 휴게소가 없었습니다 사람들은 넘어진 김에 쉬어가라 합니다 그러나 병원은 쉬기 위한 휴게소가 아니라 얹혀서 찾아온 바늘이 너무 무서운 용한 어느 할머니집 같습니다 이제 이 집을 나가면 풍광 좋은 추풍령휴게소를 찾아 야외 탁자에 앉아 강원도 찰옥수수를 먹고 천안 삼거리 휴게소에서는 호두과자 한입 맛있게 먹을 참입니다

[이미 너무 많이 가졌다 / 이희중]

이미 너무 많이 가졌다 / 이희중 1 젊은 날 녹음해서 듣고 다니던 카세트 테이프 를 꺼내 듣다가, 까맣게 잊었던 노래 그 노래를 좋아했던 시간까지 되찾고는 한다. 그러니 새 노래를 더 알아 무엇 하나, 이미 나는 너무 많은 노래를 좋아했고 그 노래들은 내 한 시절과 단단히 묶여 있는데 지금 들으면 간주마다 되새길 서사가 있어 귀에 더 두툼하고 묵직하니 이제, 모아둔 음반, 가려 녹음해둔 테이프 를 새겨듣기에도 내 세월이 넉넉하지 않음을 안다. 2 옷장을 열어보면, 기워 입지 않고 버리는 부유한 세상으로 건너오며 한 시절 내가 골라 입었던 적지 않은 옷들, 오늘 내 생애처럼 걸려 있거나 쌓여 있다. 다 아직 입을 수 있는 옷들, 반팔, 반바지는 헌 자리 하나 없다 그러니 새 옷을 더 사 입어 무엇 하나,..

[허의행] 사랑한다는 말

[허의행] 사랑한다는 말 시골 어머니에게 가면 묵은 된장 냄새만 난다 십년 전에 입던 헌옷을 지금도 입고 산다 오랜만에 보면서도 “몸이나 성하냐” 그 한마디뿐이다 된장찌개뿐인 밥을 해 주면서도 “많이 먹어라”는 말 뿐이다 돌아가신 아버지는 무슨 재미로 살았을까? 그래도 아들딸은 어떻게 낳았을까 어머니는 텃밭에서 말 한 마디 하지 않고 들깻잎을 따다 가끔 자기보다 키가 큰 막내아들을 웃음 띤 눈으로 훔쳐만 본다 외양간 암소의 등은 연신 두드려주고 똥개는 수시로 쓰다듬어 주면서 막내아들은 만져보지도 않는다 떠나올 때 “조심해서 가거라” 그 말뿐, 보이지 않을 때까지 바라만 본다 어머니에게 가면 흙처럼 부드럽다 만져보고 싶었지만 어머니를 나도 어머니처럼 바라만 본다 어머니도 사랑한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

[펌] 첫사랑 / 허의행

“어엿한 남편이 있는 유부녀인 나의 첫사랑 여자는 부끄러움도 없었다” 첫사랑 / 허의행 첫사랑의 여자가 있었다 짐승처럼 나만을 사랑해 주었다. 어엿한 젊고 잘 생긴 남편이 있는 유부녀인 나의 첫사랑 여자는 부끄러움도 없었다. 남편이 밤낮으로 사랑해주는데도 서툴고 미숙했던 내가 해주는 사랑을 남편의 능숙한 사랑보다 더 좋아했으며 순수한 사랑이라고 했다 남편과의 사랑은 껍질만 남아 있다고 속삭였다. 남편이 죽으면 따라서 죽을 수는 없어도 내가 죽으면 따라서 죽는다고 약속했었다 첫사랑 여자와 입도 맞추었고 옷을 헤집고 젖도 만지고 밤새도록 안아주어야 잠을 잤다 한 때는 첫사랑 여자가 없으면 나도 죽는다고 다짐했었다 첫사랑 여자보다 젊고 예쁜 여자의 매력을 느낄 줄 알면서부터 나는 첫사랑 여자를 미워했으며 젊고..

빈센조 까사노 명대사

* 이 세상을 소유하고 움직이는건 잘나고 똑똑하고, 돈 많은 사람이지만, 이 세상을 변화시키는건 무모하고 미련한 답답한 사람들이다 * 승산없는 싸움에서는 포기도 기회가 된다 * 그림과 전쟁은 멀리서 보아야 잘 보인다 * 기회는 자격을 가진 자에게 주어진다 * 정의는 완전 무결할때만 옳다(레미제라블) * 사람이 정말 악해졌을때 그 기준이 뭔 줄 아나? 무슨짓을 해도 부끄러움을 모를 때야. 넌 이제 그 기준을 넘었어 * 배신자를 일찍 죽이는건 최대의 관용이야 * 우리는 우리가 생각한대로 된다 * 후회는 살아서 겪는 최고의 지옥이다 [빈센조 까사노]

기차는 8시에 떠나네

기차는 8시에 떠나네 ( To treno Fevgi Stis Okto ) 이 노래는 저항과 투쟁의 노래이며,그리스 출정가(出征歌)라 할 수 있는 노래입니다. 겉으로 보면 얼핏 사랑과 이별을 노래하고 있는 듯 하나 작곡 시기, 노랫말의 배경 등을 살펴보면 저항과 투쟁 노래인 것입니다. 이 노래는 미키스 테오도라키스 (Mikis Theodorakis , 1925 ~2021, 그리스)가 그리스 군사독재시기였던(1967.4~1974.7) 중 감옥에서 작사, 작곡해 밀반출 한 곡입니다. 가사의 은유적 표현은 당시 직접적인 노랫말을 쓰기 어려운 억압적 시대 분위기와 그리스 국민의 회색빛 서정성로 인한 것으로 보입니다. 미키스 테오도라키스 Mikis Theodorakis "기차는 8시에 떠나 갔습니다/ 카테리니를 향..

빈센트 반 고흐 [슬픔]

그녀는 재봉사였지만 재봉일로만으론 입에 풀 칠하기 어려운 각박한 시절이었다 그녀는 굶어 죽지 않으려 거리로 나가 가장 어려운 결단을 내리는데 그건 인류 초창기부터 시작된 가장 오래된 직업을 택한 것이었다. 매춘 그런 생활이 지속되자 그녀는 매춘부라는 딱지가 붙어 버렸다. 그러던 어느 날 돈 많은 남자와 만나 사랑을 하고 아이를 갖는 행복을 갖게 된다 그러나, 그 남자는 상류계급이라 어불성설 자식이라 인정 못한다는데 버림을 받은 그녀는 다시 거리로 내 몰려서는 한 때의 추억은 잊어 버리려 매춘 일을 계속 할 수 밖에 없었다 갓난 아기가 뭔 죄인가 아이와 먹고 살아야 되지 않나 그러다 덜컥 둘째 애가 들어서는데 세상이 원망스럽고 삶이 팍팍할 그 시기에 그녀 앞에 젊은이 한 사람이 그녀를 보고 제안을 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