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화요일 저녁 9시40분을 넘어가는 시간
전화통화 중 엄마 방에서 아내가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통화 중 그냥 끊기 곤란한 전화라 계속 통화 중인데
짜증 섞인 다급한 소리가 전화를 끊고 들어가니
콩 죽을 드시던 어머니가 사래가 들어 고통스러워하신다.
'기도로 음식물이 들어가 그런가?'
등을 살살 두드리며 진정을 시켜보지만 쉽게 진정이 되지 않는다.
가래 섞인 기침이 그렁그렁하지만 뱉어 낼 힘이 없으시다.
손을 넣어 가래를 닦아 내고, 눈물을 쏟으며 힘들어 하는 어머니를 보며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10여 분이 지나 겨우 진정이 되자 어머니 눈에서 주르르 눈물이 흐른다.
아내가 어머니 손을 붙잡고 이야기 한다.
"어머니, 이제 그만 하늘나라 가셔~, 왜 그렇게 못 가.
이렇게 힘들어서 어떡해"
고개를 끄덕이며, 주루르 눈물 흘리시는 어머니를 보며
참았던 눈물이 장마비처럼 쏟아져 내린다.
어머니 두 손을 꼭 잡고, 눈물을 닦아드리며
"엄마, 나는 괜찮아~~ 고마워, 감사해, 이렇게 있어줘서 감사해~~"
말을 하면서도 정작 힘들어하는 어머니가 너무 안쓰럽다.
'주님, 이제 고통없고, 편안한 안식이 있는 그 곳으로 모시고 가시지요.
제 욕심으로 어머니를 붙들어 두고 있어 고통스러워 하신다면
제 욕심을 내려놓고 보내드리겠습니다.'
간절히 아주 간절히 기도했다.
거짓없이 진심으로......
그러면서도 그 기도가 이뤄지지 않길 또 다시 기도했다.
11일 저녁으로 팥죽을 드리려고 데우다보니
점심에 팥죽을 드셨는지 팥죽 묻은 식기가 빤히 쳐다보며
'그건 아닌데....'라며 고갤 젓는다.
데우던 팥죽을 치우고,
흑임자 죽을 다시 데워 드린다.
몇 서너 숟가락 드시더니 삼키지를 못하고 입에 물고 있다.
"삼켜보셔~~"
무표정하니 삼켜지지 않으시는 것 같다.
물을 드리고, 김치국물을 드려도 입 밖으로 줄줄 흘러내린다.
"그만 드실랴?"
고개를 끄덕이신다.
입에는 밥알이 한 입 남아있다.
입에 있는 밥알을 꺼내고 물을 드리니 몇 모금 드시고 누우신다.
눈가에 눈물이 주르르 흐르신다.
눈물을 닦아드리며, 얼굴을 만지며
"힘들지?" 하는 말에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신다.
"난 괜찮아. 고마워 엄마, 감사해 엄마, 엄마가 옆에 계셔줘서 정말 감사해"
고개를 끄덕이신다.
"내 말 알아 듣지?"
말없이 고개만 끄덕이신다.
엄마를 꼭 안아드리고, 설거지를 하며 참았던 울음을 쏟아낸다.
힘들어 하는 어머니를 보내드려야 하지만 너무 힘들거 같다.
잠든 모습을 보고 방에 와 있다 엄마 방을 들어가니
옆으로 누우시려다 엎드려지셨는지 팔이 아래 깔린 채
고개도 들지 못하시고, 꼼짝도 못한 채 놀란 눈이다.
얼른 일으켜 세우고, 물을 한 모금 드시게 하고 뉘어드린다.
옆에 가만히 누우니 마음이 진정되시나보다.
빤히 바라보시는 모습이 천사다.
"엄마, 내가 누구여?"
"엄마"
"아니지, 아들이지 아들. 아들 해봐"
"아~~"
몇 일 전까지는 거의 대부분 "아버지"라고 하셨고,
아주 가끔은 "오빠"라고도 했었다.
최근 들어 계속 엄마라고 하시는 게 남녀 성별을 모르시는 거 같다.
계속 얼굴을 만져드리니 까물까물 졸리신가보다.
기저귀를 갈아드리고 시계를 보니 1시가 넘은 시간
잠깐 책을 보다 어떻게 잠이 들었는지도 모른 채 곯아 떨어졌다.
알람소리에 눈 떠 보니
어머니 고개가 베게 아래로 내려와 고개를 들지 못하고 계신다.
나를 쳐다보다가 고개가 베게 밑으로 떨어지셨나보다.
얼른 베게를 받쳐드리고 얼굴을 만져드린다.
"엄마, 잘 잤어?"
고개를 끄덕이신다.
"엄마, 눈 보니 못 주무셨네. 왜 그렇게 못자. 잘 자야지"
고개를 또 끄덕이신다.
"내가 누구여?"
"엄마"
그 말을 듣는 순간 눈물이 또 쏟아진다.
자식도 몰라보며, 고개도 쉽게 가누지 못하시면서 힘든 삶을 사시는 어머니...
'주여, 이제 편안한 하늘 나라로 주님이 약속한 그 나라로 모셔가시지요'
기저귀를 보니 깨끗하다.
드시는 게 적은 탓이라는 생각에 가슴이 더 아프다.
"엄마, 나 출근해야 돼. 오늘도 잘 드시고, 편히 주무시고 그래..."
고개를 끄덕이신다.
"내가 누구여?"
"엄마"
"아들이잖아, 아들 해봐"
"아들"
"윤희야 해봐"
"유~~~"
"엄마, 사랑해.. 고맙고, 감사해~~
엄마가 나 몰라도 괜찮아.
오늘 하루 아프지 말고, 아무 생각도 없이 잘 드시고,
잘 주무시고 그래.... 그래야 아들이 좋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신다.
밤낮 아무 생각없이 그냥 푹 주무시기만 해도 맘이 편할 텐데......
어머니는 내게 눈물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