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스무여드렛날이었다
할머니는 밭에 씨를 뿌리러 갔다
오늘은 땅심이 제일 좋은 날
달과 토성이 서로 정반대의 위치에 서서
흙들이 마구 부풀어오르는 날
설씨 문중 대대로 내려온 농법대로
할머니는 별들의 신호를 알아듣고 씨를 뿌렸다
별과 별 사이의 신호를
씨앗들도 알아듣고
최대의 發芽를 이루었다
할머니의 몸속에, 씨앗 속에, 할머니 주름을 닮은 밭고랑 속에
별과의 교신을 하는 무슨 우주국이 들어있었던가
매달 스무여드레 별들이 지상에 금빛 씨앗을 뿌리던 날
할머니는 온몸에 별빛을 받으며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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쌩 떽쥐베리의 [어린왕자]에서 본 것 같기도 하고,
오그 만디노의 [아카바의 선물]에서 본 것 같기도 하고
어쨌거나 정확한 기억은 없지만 어느 책에서 본 말이 생각난다.
별들이 우리에게 하는 이야기를 들으려면
우리 마음 속에 그 언어들이 있어야 한다고.....
이탈리아의 악기 제작 명장이 바이올린을 만드는 데 쓸 나무를 고를 때,
나무의 나이나 재질만이 아니라 달의 위치까지 생각해
달이 수평선에 낮게 떠 있고 지구에서 가장 멀어진 때
즉, 달의 인력이 작아 수액이 나무에 적게 남아 있을 그 때가 채취하는 적기라는 것이다.
나무 중심부가 건조해야 견고하면서 깊은 울림을 줄 수 있기 때문이란다.
할아버지는 매일 저녁이면 하늘을 쳐다보셨다.
"내일은 비가 많이 오것다.
내년에는 가물것는데 메밀농사를 지어야것다.
낙종 할 때가 됐는데 비가 안오니....."
동네 누구네가 아이를 가지면 아들인지 딸인지 할아버지에게 묻곤했다.
아버지 될 사람과 어머니 될 사람의 생시와
결혼해서 합궁한 날과 출산 달을 알면
손가락으로 몇 번 집어 보시곤 아들인지 딸인지를 알려주셨다.
어린 시절 난 저게 맞을까 했는데 참 용케도 맞춘다고 했었다
어른 들은 자연을 통해 하늘이 보내주는 신호를 알아 들으셨다.
그게 육감일 수도 있고, 영감일 수도 있고.....
언제부턴지 그런 능력을 잃고 말았다.
어쩌면 그 소리를 듣지 않다보니 자연이 우리에게 말하지 않을지도 모르고
꾸준히 자연은 우리에게 말을 하지만 들을 귀가 없는지도 모른다.
성심으로 하늘을 대하고, 자연을 대한다면 언젠가는 들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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