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종] 모든 것이 꽃 봉오리인 것을 모든 순간이 꽃 봉오리인 것을 정 현 종 나는 가끔 후회한다. 그 때 그 일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그때 그 사람이 그때 그 물건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더 열심히 파고드록 더 열심히 말을 걸고 더 열심히 사랑할 걸...... 반벙어리처럼 귀머거리처럼 보내지는 않았는가, .. 글 마당/시인의 마을 2014.06.13
[정현종] 방문객 방 문 객 정현종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글 마당/시인의 마을 2014.06.13
[기형도] 기억할 만한 지나침 기억할 만한 지나침 기형도 그리고 나는 우연히 그곳을 지나게 되었다 눈은 퍼부었고 거리는 캄캄했다 움직이지 못하는 건물들은 눈을 뒤집어쓰고 희고 거대한 서류뭉치로 변해갔다 무슨 관공서였는데 희미한 불빛이 새어 나왔다 유리창 너머 한 사내가 보였다 그 춥고 큰 방에서 서기(.. 글 마당/시인의 마을 2014.06.02
[이광석] 들꽃 이야기 들꽃 이야기 이광석 남을 미뤄내고 피는 꽃도 있지만 제 노동으로 피는 꽃도 있습니다 남의 텃밭을 넘보기보다는 제 힘으로 피는 꽃도 있습니다 크고 화사한 꽃들이 침묵을할 때 작아도 할말 다 하는 당찬 꽃도 있습니다 봄은 꽃들이 제 생각대로 제 목소리를 내는 감성의 계절입니다 밟.. 글 마당/시인의 마을 2014.05.15
[정호승] 결혼에 대하여 결혼에 대하여 - 정 호 승 - 만남에 대하여 진정으로 기도해온 사람과 결혼해라 봄날 들녁에 나가 쑥과 냉이를 캐어본 추억이 있는 사람과 결혼하라 된장을 풀어 쑥국을 끓이고 스스로 기뻐할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일주일 동안 야근을 하느라 미처 깍지 못한 손톱을 다정스레 깍아주.. 글 마당/시인의 마을 2014.04.08
[김광섭] 저녁에 저녁에 - 김광섭 - 저렇게 많은 별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 글 마당/시인의 마을 2013.11.27
[문성해] 아랫도리 아 랫 도 리 - 문성해 - 신생아들은 보통 아랫도리를 입히지 않는다 대신 기저귀를 채워놓는다 내가 아이를 낳기 위해 수술을 했을 때도 아랫도리는 벗겨져 있었다 할머니가 병원에서 돌아가실 때도 그랬다 아기처럼 조그마해져선 기저귀 하나만 달랑 차고 계셨다 사랑할 때도 아랫도리.. 글 마당/시인의 마을 2013.11.08
[최두석] 매화와 매실 매화와 매실 - 최 두 석 - 선암사 노스님께 꽃이 좋은지 열매가 좋은지 물으니 꽃은 열매를 맺으려 핀다지만 열매는 꽃을 피우려 익는다고 한다 매실을 보며 매화의 향내를 맡고 매화를 보며 매실의 신맛을 느낀다고 한다 꽃구경 온 객도 웃으며 말한다 매실을 어릴 적에는 약으로 알고 자.. 글 마당/시인의 마을 2013.10.29
[이재규] 스스로 죽는 나약함을 이겨다오 최근 카이스트 학생들의 연이은 4명의 자살이 카이스트의 문제를 넘어 한국 교육의 문제로 부각되지만 정작 아무런 대안도 없이 책임소재만 따지고 있는 이 때 오늘 아침 신문에 소개된 제자를 사랑하는 교수님 한 편의 시가 깊은 울림을 준다. '우리 교육의 앞날이 없다'는 한탄 속에 '이런 선생님이 .. 글 마당/시인의 마을 2011.04.13
[자작]가을을 보내며...... 가을을 보내며 - 자 작 - 몇일 전 고운 단풍잎 하나 책갈피에 끼웠놓았습니다. 오늘 아침 그냥 버렸습니다. *************************************************** [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는 책을 폈습니다. 얼마 전 때깔이 고운 단풍잎 하나를 주워 책갈피를 끼워넣었던 곳이 펼쳐졌습니다 마르는 과정에.. 글 마당/시인의 마을 2009.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