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자]접시꽃만 한 접시꽃만 한 - 김은자 - 딸 낳고 친정 온 어린 딸 같은, 밭둑에 서 이름 부르면 누구든 돌아볼 것 같은, 감자 캐어낸 빈 밭은 고기 잃고 물살만 남은 흰 여울 종소리 보내고 늙어가는 종탑 홀로 잠드는 빈 밭에 접시꽃만 한 접시불이라도 하나 내어 걸고 싶네. ***************************************** 참 쓸쓸하다... 글 마당/시인의 마을 2009.09.17
[한기팔]먼 바다 푸른 섬 하나 먼 바다 푸른 섬 하나 - 한 기 팔 - 먼 바다 푸른 섬 하나 아름다운 것은 그대 두고 간 하늘이 거기 있기 때문이다 눈물과 한숨으로 고개 숙인 먼 바다 새털 구름 배경을 이룬 섬 하나 뭐랄까 그대 마음 하나 옮겨 앉듯 거기 떠 있네 먼 바다 푸른 섬 하나 아름다운 것은 내가 건널 수 없는 수평선 끝끝내 .. 글 마당/시인의 마을 2009.08.05
[정호승] 반 달 반 달 - 정 호 승 - 아무도 반달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반달이 보름달이 될 수 있겠는가 보름달이 반달이 되지 않는다면 사랑은 그 얼마나 오만할 것인가 글 마당/시인의 마을 2009.08.03
[서정윤] 홀로서기 홀로서기 - 서 정 윤 - - 둘이 만나 서는 게 아니라 홀로 선 둘이가 만나는 것이다 1 기다림은 만남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좋다. 가슴이 아프면 아픈 채로, 바람이 불면 고개를 높이 쳐들면서, 날리는 아득한 미소. 어디엔가 있을 나의 한 쪽을 위해 헤매이던 숱한 방황의 날들. 태어나면서 이미 누군가.. 글 마당/시인의 마을 2009.08.03
[정일근] 마디, 푸른 한 마디 마디, 푸른 한 마디 - 정 일 근- 피리를 만들기 위해 대나무 전부가 필요한 건 아니다 노래가 되기 위해 대나무 마디마디 다 있어야 하는 건 아니다 가장 아름다운 소리는 마디 푸른 한 마디면 족하다 내가 당신에게 드리는 사랑의 고백도 마찬가지다 당신을 눈부처로 모신 내 두 눈 보면 알 것이다 고백.. 글 마당/시인의 마을 2009.07.31
[백창우] 내 고운 사람에게(최현석 노래) 내 고운 사람에게 백창우 시 최현석 노래그대 깊은 눈 속, 슬픈 꿈의 바다에 착한 새 한 마리로 살고 싶어라. 햇살의 눈부심으로 별빛의 찬란함으로 그대의 푸른 물결에 부서지고 싶어라. 높이 솟구쳐 그대를 안으리라. 그대가 가진 서러움도 그대가 가진 아픔도 나의 날개로 감싸리라. 그대, 내 사람아.. 글 마당/시인의 마을 2009.07.20
[박치음]오늘 같이 누군가 그리운 날에 성래운의 시낭송을 들어야 한다 그리움 (이시영) 잊혀진 목소리가 살아나는 때가 있다 잊혀진 한 목소리 잊혀진 다른 목소리의 끝을 찾아 목 메이게 부르짖다 잦아드는 때가 있다 잦아드는 외마디소리를 찾아 칼날 세우고 우리는 이 새벽길 숨가쁘게 넘고 있는가 하늘 올려보아도 함께 어둠 지새던 별 하나 눈뜨지 않는다 그래도 두고 온 것들은 빛나는가 빛을 뿜으면서 한번은 되살아나는가 우리가 뿌린 소금들 반짝반짝 별빛이 되어 오던 길 환히 비춰주고 있으니 오늘 같이 비바람 치는 날에는 성래운의 시낭송을 들어야 한다 모두들 떠나가버린 사막 같은 날 성래운의 시낭송을 들어야 한다 오늘 같이 누군가 그리운 날엔 성래운의 시낭송을 .. 글 마당/시인의 마을 2009.07.14
[도종환]바이올린 켜는 여자 바이올린 켜는 여자 / 도종환 바이올린 켜는 여자와 살고 싶다 자꾸만 거창해지는 쪽으로 끌려가는 생을 때려 엎어 한손에 들 수 있는 작고 단출한 짐 꾸려 그 여자 얇은 아랫턱과 어깨 사이에 쏙 들어가는 악기가 되고 싶다 왼팔로 들 수 있을 만큼 가벼워진 내 몸의 현들을 그녀가 천천히 긋고 가 노.. 글 마당/시인의 마을 2009.05.04
[정현종]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 정현종 - 나는 가끔 후회한다 그때 그 일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그때 그 사람이 그때 그 물건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더 열심히 파고 들고 더 열심히 말을 걸고 더 열심히 귀 기울이고 더 열심히 사랑할 걸...... 반벙어리처럼 귀머거리처럼 보내지 않았.. 글 마당/시인의 마을 2009.04.29
시인의 편지 1) 꽃과 부활 도종환의 '시인의 편지' 꽃이 잎으로 몸을 바꾸고 있습니다. 백목련 꽃은 연초록 잎으로 몸을 바꾸면서 흙빛으로 탄 꽃잎들을 버립니다. 개나리꽃도 노란 꽃잎을 땅에 내리면서 초록 잎을 달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꽃을 영원히 붙잡아 두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꽃나무는 없습니다. 지금 몸을 바.. 글 마당/시인의 마을 2009.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