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무라 가즈키오]당연한 일 --당연한 일-- 당연한 일 이렇게 멋있는 걸 왜 모두 기뻐하지 않을까요 당연하다는 사실들 아버지가 계시고, 어머니가 계시다. 손이 둘이고, 다리가 둘 가고 싶은 곳은 자기 발로 가고 손을 뻗어 무엇이든 잡을 수 있다. 소리가 들린다, 목소리가 나온다.. 그보다 더한 행복이 어디 있을까..... 그러나 아.. 글 마당/시인의 마을 2004.12.23
[서정주]푸르른 날 푸르른 날 -서 정 주-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저기 저기 저 가을 끝자리 초록이 지쳐 단풍 드는데 눈이 내리면 어이하리야 봄이 또 오면 어이하리야 내가 죽고서 네가 산다면 내가 죽고서 네가 산다면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눈이 .. 글 마당/시인의 마을 2004.12.15
[심호택] 똥지게 똥 지 게 우리 어머니 나를 가르치며 잘못 가르친 것 한 가지 일꾼에게 궂은 일 시켜놓고 봐라 공부 안 하면 어떻게 되나 저렇게 된다 똥지게 진다 -심호택- 글 마당/시인의 마을 2004.12.15
[박진식]빈손 빈손 어머니 당신은 내게 많은 도움을 주셨지만 나는 빈손이어서 드릴 게 없습니다 당신은 내게 많은 사랑을 던져 주셨지만 나는 빈손이어서 드릴 사랑조차 없습니다 드릴 그 무엇도 없어 가만히 빈손인 나의 손바닥을 쳐다봅니다 내 생(生)의 손금에는 당신의 손금이 그려져 있고 내 생(.. 글 마당/시인의 마을 2004.12.14
[박진식]흐르는 눈물을 스스로 닦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흐르는 눈물을 스스로 닦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박진식 저녁, 백혈병으로 시한부 삶을 살아가는한 소녀의 이야기를 TV에서 보다가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습니다 저렇게 착하고 여린 열한 살의 소녀가 가엾게도 병마에 시달리고 있다니 내 눈가에는 닭똥 같은 눈물이 주르륵 주르륵 하염.. 글 마당/시인의 마을 2004.12.14
[정호승]밥그릇 --밥 그 릇-- 개가 밥을 다 먹고 빈 밥그릇의 밑바닥을 핥고 또 핥는다. 좀처럼 멈추지 않는다. 몇번 핥다가 그말둘까 싶었으나 혓바닥으로 씩씩하게 조금도 지치지 않고 수백번은 더 핥는다. 나는 언제 저토록 열심히 내 밥그릇을 핥아 보았나 밥그릇의 밑바닥까지 먹어보았나 개는 내가 .. 글 마당/시인의 마을 2004.12.14
[이문재] 농담 --농 담-- 문득 아름다운 것과 마주쳤을 때 지금 곁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면 그대는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그윽한 풍경이나 제대로 맛을 낸 음식 앞에서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사람 그 사람은 정말 강하거나 아니면 진짜 외로운 사람이다 종소리를 더 멀리 내.. 글 마당/시인의 마을 2004.12.13
[문정희] 혼자 가질 수 없는 것들 -혼자 가질 수 없는 것들- 가장 아름다운 것은 손으로 잡을 수 없게 만드셨다 사방에 피어나는 저 나무들과 꽃들 사이 푸르게 솟아나는 웃음 같은 것 가장 소중한 것은 혼자 가질 수 없게 만드셨다 새로 건 달력 속에 숨 쉬는 처녀들 당신의 호명을 기다리는 좋은 언어들 가장 사랑스러운 .. 글 마당/시인의 마을 2004.12.13
[정호승] 아무도 슬프지 않도록 - 아무도 슬프지 않도록 - 우리 다시 만날 때까지 아무도 슬프지 않도록 그대 잠들지 말아라 마음이 착하다는 것은 모든 것을 지닌 것보다 행복하고 행복은 언제나 우리가 가장 두려워하는 곳에 있나니 차마 이 빈 손으로 그리운 이여 풀의 꽃으로 태어나 피의 꽃잎으로 잠드는 이여 우리 다시 만날 때.. 글 마당/시인의 마을 2004.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