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마당/시인의 마을

[김광섭] 저녁에

나무소리 2013. 11. 27. 10:08

   저녁에

 

            - 김광섭 -


저렇게 많은 별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

 

이 시를 처음 만난 건 노래였다.

유심초라는 가수를 통해 편하게 들었던 노래.

그러면서도 불러보지 않았다.

이유는 없다. 그냥 썩 좋은 노래라는 생각을 못했으니까.

 

 어느 날 이 노래가 문득 떠올랐다.

한번 부르다보니 노랫말이 장난이 아니네....

 

 그때부터 하늘의 별을 쳐다보면 이 노래가 떠 올랐다.

그리고, 스쳐지나간 사람들 하나하나가 생각난다.

 

 그 날 이후 맑은 날이면 으례껏 하늘을 쳐다보게되고,

윤동주의 [별]을 떠 올리며,

수많은 사람들과 고향집을 떠올린다.

 

 이제 소식조차 없던 어린 초등학교 시절의 친구.

저 세상으로 먼저 떠나 버린 마음 따뜻한 친구들.

내겐 늘 동경의 대상이었고던 교회 누나들과 형들.

나를 생각만해도 좋다고 했던 능구렁이 같은 후배녀석들.

그냥 떠 올려보기만 해도 행복하다.

 

 누군가 맑은 날 별을 보거나 달을 보며,

한번쯤 나를 떠올려 줄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

좋은 기억으로 내가 떠오르고,

그리운 사람으로 내 목소리까지 떠올려줄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

 

 

 이 시가 당연히 이자리에 있을 줄 알았다.

아무리 찾아도 없기에 이제서라도 이자리에 앉혀본다.

 

 이제 가물가물 꺼져가는 어머니의 생명.

영원히 꺼져버리면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리.

 

 지금 함께하는 하루하루 시간시간의 추억들

잊혀지지 않고 기억 속에 남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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