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마당/시인의 마을

[이광석] 들꽃 이야기

나무소리 2014. 5. 15. 09:32

     들꽃 이야기

                       이광석

 

남을 미뤄내고 피는 꽃도 있지만

제 노동으로 피는 꽃도 있습니다

남의 텃밭을 넘보기보다는

제 힘으로 피는 꽃도 있습니다

크고 화사한 꽃들이 침묵을할 때

작아도 할말 다 하는

당찬 꽃도 있습니다

 

봄은 꽃들이 제 생각대로 제 목소리를 내는

감성의 계절입니다

밟히면서 아파하면서 이 땅의 토박이를

고집하는 당신의 상처가 지켜낸 꽃

크고 화사한 어떤 꽃도 그려낼 수 없는

야성野性의 생명력 하나로

세상의 아침 밥상을 차리는

눈꽃, 혹은 조선의 여인 같은

억세고 질긴 다부진 꽃,

당신의 이름은 들꽃입니다.

 

***********************************************

 

 이 시의 앞 부분이 너무 좋다.

전문이 좋아야 하는데 왜 앞 부분만 유독 좋을까?

 

남의 텃밭을 넘보기보다

그냥 자신이 있는 곳에서 누구의 도움도 없이

바라봐주거나 관심 가져주는 이 없어도

제 힘으로 피는......

 

 헌데 왜 조선의 여인같은 억세고 질긴 꽃이라했을까?

일제 시대에 태어난 작가의 눈에 비친 모습?

아마 그럴거야....

'글 마당 > 시인의 마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현종] 방문객  (0) 2014.06.13
[기형도] 기억할 만한 지나침  (0) 2014.06.02
[정호승] 결혼에 대하여  (0) 2014.04.08
[김광섭] 저녁에  (0) 2013.11.27
[문성해] 아랫도리  (0) 2013.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