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탁번] 잠지 잠 지 -오탁번- 할머니 산소 가는 길에 밤나무 아래서 아빠와 쉬를 했다 아빠가 누는 오줌은 멀리 나가는데 내 오줌은 멀리 안 나간다 내 잠지가 아빠 잠지보다 더 커져서 내 오줌이 멀리멀리 나갔으면 좋겠다 옆집에 불 나면 삐용삐용 불도 꺼주고 황사 뒤덮인 아빠 차 세차도 해주고 내 이야기를 들은.. 글 마당/시인의 마을 2006.04.13
[고영민]똥구멍으로 시를 읽다. 똥구멍으로 시를 읽다 -고영민- 겨울산을 오르다 갑자기 똥이 마려워 배낭 속 휴지를 찾으니 없다 휴지가 될만한 종이라곤 들고 온 신작시집 한권이 전부 다른 계절 같으면 잎새가 지천의 휴지이련만 그런 궁여지책도 이 계절의 산은 허락치 않는다 할 수 없이 들려 온 시집의 낱장을 무례하게도 찢는.. 글 마당/시인의 마을 2006.04.13
[김승희]배꼽을 위한 연가 배꼽을 위한 연가 -김 승 희- 인당수에 빠질수는 없습니다 어머니, 저는 살아서 시를 짓겠습니다 공양미 삼백석을 구하지못하여 당신이 평생 어둡더라도 결코 인당수에는 빠지지는 않겠습니다 어머니, 저는 여기 남아 책을 보겠습니다 나비여, 나비여, 애벌레가 나비로 날기 위하여 누에고치를 버리는.. 글 마당/시인의 마을 2006.04.13
[김승희]중심에 계신 어머니 중심에 계신 어머니 -김승희- 내 몸의 한 가운데 居하고 계시는 것 배꼽 속에 멈추어 가만히 맴도는 것 멈추어 서있는 것 살아서 맴도는 것 횡액의 노른자위 그 생명의 꼭지가 아직 남아 언젠가 한몸이었던 분리 그 분리의 표적으로 그리고 혹은 혹은 나는 죽어도 사라지지 않는다는 19세기식 울부짖음.. 글 마당/시인의 마을 2006.04.13
[이문재] 땅에 넘어진 자, 그 땅을 짚고 일어서야 한다. 땅에 넘어진 자, 그 땅을 짚고 일어서야 한다 - 이 문 재- 나, 죄 조금 짓고 많이 뉘우치며 살 줄 알았다 밤새도록 번개 칠 때 엘리베이터가 공중에서 멈출 때 분만실 앞에서 서성거릴 때 비행기가 뒤늦게 이륙할 때 생년월일시를 댈 때 땅에 넘어진 자는 넘어진 그 땅을 짚고 일어서야 한다 온몸이 진흙.. 글 마당/시인의 마을 2006.04.13
[베르나르 베르베르] 나 무 '천재와 바보와의 차이는 어느 정도일까??' 우연히 접하게 된 프랑스의 천재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나무" 물론 그의 작품 [개미]를 통해 그의 특이한 발상이나 상상력은 예상을 했지만 그것을 훨씬 뛰어 넘는 꿈과 환상의 세계 개미에서 잠깐씩 어필했던 부분들을 조금은 살을 붙이.. 글 마당/책마을 산책 2006.04.12
마흔여덟의 생일날 어제 4월 11일 아침에 미역국이 상위에 올라왔다. 음~!1 오늘이 내 생일이지... 마른 새우처럼 등 굽은 어머니는 반쯤 입을 벌리고 아무 근심걱정없는 얼굴로 깊은 잠에서 깨어나지 않으셨다. '어쩌면 저리 곱게 늙으셨을까?? 47년전 오늘 나를 낳으시느라 모질게도 애쓰셨을 테고, 48년 동안 모든 기운을 .. 글 마당/삶을 노래하며 2006.04.12
[펄벅]대지 ‘왕룽’은 황부자집 하인인 ‘오란’과 결혼하는 순간 행복함을 느낀다. 결혼 당시 그의 아내 ‘오란’이 곰보나 박색이 아님을 다행으로 여기며, 그저 평범한 보통 수준의 여자라는 것을 알고 기뻐한다. 행복한 가정을 꾸리기 위해 왕룽은 부지런히 일을 했고, 아내 역시 묵묵히 열심.. 글 마당/책마을 산책 2006.04.12
[시오노 나나미] 로마인 이야기 1-10권 우연한 기회에 책을 좋아하는 친구와 등산을 하면서 이런 저런 대화를 하다 '로마인 이야기'를 읽는 중인데 나름대로 상당히 재미있다는 말에 마땅한 읽을 거리가 없던 난 선뜻 그 책을 선택해 읽는데... 1권부터 10권까지라는 것도 그렇고,(현재는 11권이 나왔음) 한두권을 제외하고는 권.. 글 마당/책마을 산책 2006.04.12
[이해인]친구야 친구야 -이해인- 나무가 내게 걸어오지 않고서도 많은 말을 건네 주듯이 보고 싶은 친구야.. 그토록 먼 곳에 있으면서도 다정한 목소리로 나를 부르는 너.. 겨울을 잘 견디었기에 새 봄을 맞는 나무처럼 슬기로운 눈빛으로 나를 지켜주는 너에게 오늘은 나도 편지를 써야겠구나.. 네가 잎이 무성한 나무.. 글 마당/시인의 마을 2006.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