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마당/삶을 노래하며

마흔여덟의 생일날

나무소리 2006. 4. 12. 11:20

어제 4월 11일

아침에 미역국이 상위에 올라왔다.

 

음~!1 오늘이 내 생일이지...

 

마른 새우처럼 등 굽은 어머니는

반쯤 입을 벌리고 아무 근심걱정없는 얼굴로

깊은 잠에서 깨어나지 않으셨다.

 

'어쩌면 저리 곱게 늙으셨을까??

 47년전 오늘 나를 낳으시느라

 모질게도 애쓰셨을 테고,

 48년 동안 모든 기운을 내게 빼앗겨

 손가락은 갈퀴같이 여위었고,

 등은 새우처럼 굽었는데......'

 

목 감기가 심한 탓도 있지만

어머니를 두고 사무실로 향하는 발걸음이

몹시도 무겁게 느껴진다.

 

저녁시간.

식사 메뉴에 대한 모든 의사결정은 아내의 몫.

 

본인도 그렇고 아이들도 마찬가지로

고기가 먹고 싶어 미리 고깃집에 가 있겠다는데....

 

'어머니의 의사는 묻지도 않았겠지????'

 

식당에 들어서니

맛있게 식사를 하고 계시는 어머니.

 

참 다행이다.

낳아 주셔서 고맙다는 말을 하고싶은데

그 말 한마디 할 용기가 없어

고기를 한 젓가락 싸 드리는 것으로

모든 말을 대신 한다.

 

식당 주인의 눈치를 보며

먹다 남은 메추리 알 5개를

어머니는 손에 쥐고 주머니에 넣으신다.

 

"뭘 그걸 넣으세요...

 집에 가면 얼마든지 많은걸"

 

아무 말 없는 어머니의 눈망울에서

"난 평생을 그렇게 살았어.

 아깝쟎니???"라는 말을 읽는다.

 

'그렇지요.

어머니는 그렇게 사셨지요.

그렇게 하므로 지금의 제가 있게 되었고,

이나마 생활이 여유는 없어도 궁하지는 않은게지요.'

 

 

큰아들 수리가 아르바이트한 돈으로

저녁밥값을 내고, 약국에서 아르바이트 하다보니

장에 좋다는 건강식품을 선물하네... 짜식~~!!

 

집에 오니 장미 한 송이를

후리지아 여나무송이로 주위를 돌리고,

그 옆을 안개꽃으로 싼 꽃 다발을 아내가 준다.

 

'슬쩍 코를 스치는 후리지아 향이 참 좋다'

 

작은 아들 녀석이

다이어리를 선물로 준다.

 

'이런~!! 금년의 1/4이 지났는데....ㅎㅎㅎ

 용돈을 아끼다 보니 재고품 다이어리를 샀구나...

 ㅎㅎ 그걸 판 문구사 양반도 대단하셔'

 

이것이 행복이지......

이렇게 가족들에게 받는 사랑으로

내 고단한 하루의 삶이 그저 행복하기만 할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