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마당/시인의 마을

[김승희]배꼽을 위한 연가

나무소리 2006. 4. 13. 11:24
  배꼽을 위한 연가
                  -김 승 희-
인당수에 빠질수는 없습니다
어머니,
저는 살아서 시를 짓겠습니다
 
공양미 삼백석을 구하지못하여
당신이 평생 어둡더라도
결코 인당수에는 빠지지는 않겠습니다
어머니,
저는 여기 남아 책을 보겠습니다
 
나비여,
나비여,
애벌레가 나비로 날기 위하여
누에고치를 버리는 것이 죄입니까?
그대신 점차책을 사드리겠습니다
어머니,
점자 읽는 법도 가르쳐드리지요
 
우리의 삶은 모두 이와 같습니다
우리들 각자가 배우지 않으면 안 되는
외국어와 같다는 거 -
어디에도 인당수는 없습니다
어머니.우리는 스스로 눈을 떠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