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희]중심에 계신 어머니 중심에 계신 어머니 -김승희- 내 몸의 한 가운데 居하고 계시는 것 배꼽 속에 멈추어 가만히 맴도는 것 멈추어 서있는 것 살아서 맴도는 것 횡액의 노른자위 그 생명의 꼭지가 아직 남아 언젠가 한몸이었던 분리 그 분리의 표적으로 그리고 혹은 혹은 나는 죽어도 사라지지 않는다는 19세기식 울부짖음.. 글 마당/시인의 마을 2006.04.13
[이문재] 땅에 넘어진 자, 그 땅을 짚고 일어서야 한다. 땅에 넘어진 자, 그 땅을 짚고 일어서야 한다 - 이 문 재- 나, 죄 조금 짓고 많이 뉘우치며 살 줄 알았다 밤새도록 번개 칠 때 엘리베이터가 공중에서 멈출 때 분만실 앞에서 서성거릴 때 비행기가 뒤늦게 이륙할 때 생년월일시를 댈 때 땅에 넘어진 자는 넘어진 그 땅을 짚고 일어서야 한다 온몸이 진흙.. 글 마당/시인의 마을 2006.04.13
[이해인]친구야 친구야 -이해인- 나무가 내게 걸어오지 않고서도 많은 말을 건네 주듯이 보고 싶은 친구야.. 그토록 먼 곳에 있으면서도 다정한 목소리로 나를 부르는 너.. 겨울을 잘 견디었기에 새 봄을 맞는 나무처럼 슬기로운 눈빛으로 나를 지켜주는 너에게 오늘은 나도 편지를 써야겠구나.. 네가 잎이 무성한 나무.. 글 마당/시인의 마을 2006.04.12
[정호승]새벽기도 새 벽 기 도 - 정호승 - 이제는 홀로 밥을 먹지 않게 하소서 이제는 홀로 울지 않게 하소서 길이 끝나는 곳에 다시 길을 열어주시고 때로는 조그만 술집 희미한 등불 곁에서 추위에 떨게 하소서 밝음의 어둠과 깨끗함의 더러움과 배부름의 배고픔을 알게 하시고 아름다움의 추함과 희망의 절망과 기쁨.. 글 마당/시인의 마을 2006.03.17
[정호승]새해의 작은 기도 새해의 작은 기도 - 정호승- 주님 올해도 저를 고통의 방법으로 사랑해 주세요 주님께서 저를 사랑하시는 방법이 고통의 방법이라는 것을 결코 잊지 않도록 해 주세요 그렇지만 올해도 저에게 견딜수 없는 고통은 허락하지 마소서 주님 올해도 저를 쓰러뜨려 주세요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 저를 쓰.. 글 마당/시인의 마을 2006.01.13
[정호승] 바닥에 대하여 바닥에 대하여 바닥까지 가본 사람들은 말한다 결국 바닥은 보이지 않는다고 바닥은 보이지 않지만 그냥 바닥까지 걸어가는 것이라고 바닥까지 걸어가야만 다시 돌아올 수 있다고 바닥을 딛고 굳세게 일어선 사람들도 말한다 더이상 바닥에 발이 닿지 않는다고 발이 닿지 않아도 그냥 바닥을 딛고 일.. 글 마당/시인의 마을 2006.01.09
똥을 누며 드리는 기도... 하느님, 오늘도 일용할 양식을 주신 당신께 감사를 드립니다. 밥상에 앉아 생명의 밥이신 주님을 내 안에 모시며 깊은 감사의 기도를 드리는 것처럼 오늘 이 아침에 뒷간에 홀로 앉아 똥을 눌 때에도 기도하게 하옵소서 내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 내 뒷구멍으로 나오는 것이 오니 오늘 내가 눈 똥을 보.. 글 마당/시인의 마을 2006.01.09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네 靑山兮要我以無語 蒼空兮要我以無垢 聊無愛而無惜兮 如水如風而終我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하네. 사랑도 벗어 놓고 미움도 벗어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 하네 글 마당/시인의 마을 2006.01.04
[원태연] 사랑하면 공휴일이 없을걸! 사랑하면 공휴일이 없을걸! -원태연- 막일꾼은 비 오면 쉬고 회사원은 일요일이면 쉬고 경비원은 격일제로 쉬고 택시기사는 이틀에 한 번 쉬고 선생님은 방학이면 쉬고 농부는 겨울이면 쉬고 수험생은 시험 끝나면 쉬고 배우는 연습이 끝나면 쉬고 애기엄마는 애기 자면 쉬고 널 그리는 .. 글 마당/시인의 마을 2005.02.14
[원태연] 동전이 되기를 동전이 되기를 -원태연- 우리 보잘 것 없지만 동전이 되기를 기도하자 너는 앞면 나는 뒷면 한 면이라도 없어지면 버려지는 동전이 되기를 기도하자 마주볼 수는 없어도 항상 같이 하는 확인할 수는 없어도 영원히 함께하는 동전이 되기를 기도하자. -넌 가끔가다 내 생각을 하지 난 가끔가다 딴 생각.. 글 마당/시인의 마을 2005.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