푼글)가끔은 미치고도 볼 일이다... 가끔은 미치고도 볼 일이다. 표피까지 조근거리는 내 마음의 바다 한 귀퉁이 후다닥 뒤집어엎어 헤일도 일고 태풍도 치게 하고 볼일이다 심해 밑바닥까지 흔들어 깨워 벌떡 일어난 태풍 벌건 잇몸 활짝 드러내며 몸부림치는 바다의 포효 앞에 발가벗고 서 볼일이다 가끔은 미치고도 볼 일이다 내 속에 .. 글 마당/시인의 마을 2005.01.27
가슴을 데이고 싶다.... [가슴을 데이고 싶다] 식어버린 커피의 비릿함은 식어버린 사랑의 눈물 맛과 같다 급히 마시다 입천장을 모두 데어 버리고 목 대울을 넘기며 가슴속까지 뜨거워봤던 사람들은 안다 손바닥으로 느껴지는 따스함에 젖어 그 뜨거운 커피의 데임조차 겁내지 않고 한입에 털어 넣을 수 있다는 .. 글 마당/시인의 마을 2005.01.27
[김남조] 편 지 편 지 - 김남조 - 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일이 없다 그대만큼 나를 외롭게 한 이도 없었다 이 생각을 하면 내가 꼭 울게 된다 그대만큼 나를 정직하게 해준 이가 없었다 내 안을 비추는 그대는 제일로 영롱한 거울 그대의 깊이를 다 지나가면 글썽이는 눈매의 내가 있다 나의 시작이다 그대에게.. 글 마당/시인의 마을 2005.01.27
[김경희]꼽추 꼽 추 - 김경희 - 태양을 꼬옥 껴안았다. 生은 그 안에서 잠시 오징어 구이처럼 굽이치고 슬픔은 王陵(왕릉)처럼 길이 말이 없을 것이다. ******************************************* 몸 한가운데 있는 태양을 꼭 끌어 안는다. 그 태양은 삶 일수도 있다. 어쩌면 미래 일수도, 희망일 수도 있다. 아니 그.. 글 마당/시인의 마을 2005.01.27
[박덕규]빈 살을 채우기 위하여 빈 살을 채우기 위하여 박 덕 규 정확히 5분 늦게 철교를 지나는 기차소리를 들으며 그는 들길을 가로질러 가고 있었다 기차가 언덕올 넘어 모습을 나타냈을 때 그는 침목을 밟고 서서 마주오는 기차를 보고 있었다 기차는 속도를 늦추지 않았고 그는 눈을 감지 않았다 기적소리가 귀를 .. 글 마당/시인의 마을 2005.01.19
[오세영]멀리 있는 것은 아름답다 멀리 있는 것은 아름답다 - 오 세 영- 멀리 있는 것은 아름답다. 무지개나 별이나 벼랑에 피는 꽃이나 멀리 있는 것은 손에 닿을 수 없는 까닭에 아름답다. 사랑하는 사람아. 이별을 서러워하지 마라. 내 나이의 이별이란 헤어지는 일이 아니라 단지 멀어지는 일일 뿐이다. 네가 보낸 마지.. 글 마당/시인의 마을 2005.01.19
징기즈칸의 일생 집안이 나쁘다고 탓하지 말라. 나는 아홉 살 때 아버지를 잃고 마을에서 쫓겨났다. 가난하다고 말하지 말라. 나는 들쥐를 잡아먹으며 연명했고, 목숨을 건 전쟁이 내 직업이고 내 일이었다. 작은 나라에서 태어났다고 말하지 말라. 그림자말고는 친구도 없고 병사로만 10만. 백성은 어린애, 노인까지 합.. 글 마당/시인의 마을 2005.01.14
[정호승]내가 사랑하는 사람 내가 사랑하는 사람 -정호승-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 글 마당/시인의 마을 2005.01.14
[안도현]가난하다는 것 가난하다는 것 -안도현- 가난은 가난한 사람을 울리지 않는다 가난하다는 것은 가난하지 않은 사람보다 오직 한 움큼만 덜 가졌다는 뜻이므로 늘 가슴 한쪽이 비어 있어 거기에 사랑을 채울 자리를 마련해 두었으므로 사랑하는 이들은 가난을 두려워 하지 않는다 글 마당/시인의 마을 2005.01.12
[안도현] 그대를 위하여 그대를 위하여 --안도현-- 그대를 만난 엊그제는 가슴이 아팠습니다. 내 쓸쓸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개울물 소리가 더욱 크게 들리던 까닭은 세상에 지은 죄가 많은 탓입니다. 그렇지만 마음 속 죄는 잊어버릴수록 멀어져 간다는 것을 그대를 만나고 나서야 조금씩 알 것 같습니다. 그대.. 글 마당/시인의 마을 2004.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