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마당/시인의 마을

[박진식]빈손

나무소리 2004. 12. 14. 09:52

     빈손

 

 어머니


당신은 내게 많은
도움을 주셨지만
나는 빈손이어서
드릴 게 없습니다

당신은 내게 많은
사랑을 던져 주셨지만
나는 빈손이어서
드릴 사랑조차 없습니다

드릴 그 무엇도 없어
가만히 빈손인
나의 손바닥을 쳐다봅니다

내 생(生)의 손금에는
당신의 손금이 그려져 있고
내 생(生)의 손금에는
너무 많은 상처가 있어
당신 또한 눈물이 많습니다

그러나 어찌하겠습니까
어머니
나는 빈손이어서
아무것도 드릴 것이 없지만
당신이 내게 주신 사랑은
저 깊은 강물보다 깊고
하늘보다 높습니다.

--박진식--

[흐흐는 눈물을 스스로 닦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중에서...

**불치병으로 25년 동안 앓고 있는 박진식 님의 글입니다.
온몸이 돌처럼 굳어져 움직일수도 글도 쓸수 없어
입에 볼펜을 물고 키보드를 두들겨 쓴 그의 시는
행복을 모르며 살아가는 내게 행복을 가르쳐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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