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마당/책마을 산책

[박완서] 그 남자네 집

나무소리 2009. 1. 22. 13:26

2. 그 남자네 집


  아파트에서 단독주택으로 이사를 하는 후배 집들이를 가게 된다.

공교롭게 옛날에 자신이 살던 집 근처임을 알게 되고

그 근처에 함께 살던 고등학교 때 처음 만난 연하의 애인을 생각하며,

부음을 들은 지 십년가까이 된 그 남자의 집을 찾으며 추억이 반추된다.


  어렵던 시절의 주인공은 대학을 다니다 미군부대에 취직을 하는데

그 연하의 남자는 매일 부대 앞에 와서 기다려 만나게 된다.


“남이 쳐다보고 부러워하지 않는 비단옷과 보석이 무의미하듯이

 남이 샘 내지 않는 애인은 있으나마나 하지 않을까.

 그가 멋있어 보일수록 나도 예뻐지고 싶었다.“

 아마 첫 단계의 사랑이 아닐까 싶다.


 그 남자는 주인공에게 환심을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홀어머니를 구박했고,

감성적으로 지적으로 풍부하게 보이려 많은 노력을 하지만

정치적, 경제적으로 급변하면서 주인공은 결혼을 하게 된다.

그때의 기억을 주인공은


“나도 따라 울었다. 이별은 슬픈 것이니까. 나의 눈물에 거짓은 없었다.

 그러나 졸업식 날 아무리 서럽게 우는 아이도 학교에 그냥 남아 있고 싶어

 우는 건 아니다.“라고 말하며,


 경향식 집에 앉아 거침없이 자기들의 사랑을 표현하는 지금의 젊은 연인들에게

“넘칠 때 낭비하는 건 죄가 아니라 미덕이다.

 낭비하지 못하고 아껴둔다고 그게 영원히 네 소유가 되는 건 아니란다.

 나는 젊은이들한테 삐치려는 마음을 겨우 이렇게 다독거렸다.“로 소설을 끝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