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마당/책마을 산책

[박완서] 그리움을 위하여

나무소리 2009. 1. 22. 13:24

1. 그리움을 위하여


  같은 집에서 태어나고 한 집안에서 유년기를 보낸 사촌여형제.

 공부만 하다 결혼을 해 살림을 할 줄 모르면서 유복하게 지낸 여형과

 중학교도 낙방해 초등학교를 졸업했으나 부지런하고 빼어난 솜씨에

 인물까지 출중한 사촌여동생의 흔히 있을 수 있는 이야기.

 

  사촌여동생은 열두살이나 많은 유부남을 이혼시키고 정식부부가 됐지만

 경제적인 곤궁과 함께 살아가는 일이 쉽지 않지만 늘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동생은

 주어진 여건에 감사하며  열심히 살아다 남편과 사별한 후

 사촌 언니 집안일을 도와주며 경제적인 부분을 해결하면서 살아간다.


  사촌형부의 병수발이나 남편의 병수발을 하는 어느 것 하나 소홀함 없이

 잘 챙기는 동생을 언니는 금전으로 모든 것이 보상된다고 생각을 해

 몹시 무더운 여름날 넓은 집에 혼자 생활을 하면서도

  옥탑방에서 열대야로 잠 못 이루는 동생에게 함께 지내자는 말 한마디 하지 않는다.


   폭염을 견디지 못해 동생은 바캉스를 떠난다고 사량도로 가게 되는데

  거기서 상처한지 얼마 되지 않은 정 많은 선주를 만나 함께 생활하게 된다.


  신랑 제사 때 온 동생은 언니에게 한없이 자신의 생활을 행복으로 주저린다.

우리 둘이 말을 많이 해. 할 얘기가 왜 없어. 지가 즈이 마누라 얘기하면

 난 우리 남편 얘기도 하고, 한 얘기 하고 또 해도 싫증이 안 나.

 우린 서로 얼마나 열심히 들어준다고, 듣고 또 들어도 재미나니까.


  동생이 남자를 만나 행복한 생활을 하면서 언니는 깨닫는다.

 그동안 늘 동생에게 베푸는 입장이라는 우월감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건 동기간의 우애가 아닌 상전의식이라고.....


 “상전의식이란 충복을 갈망하게 돼 있다. 예전부터 상전들의 심보란,

 종에게 아무리 최고의 인간 대접을 한다고 해도 일단 자신의 거룩한

 혈통이 위태로워졌을 때면 종이 기꺼이 제 새끼하고 바꿔치기 해주길

 바라는 잔인무도한 것이 아닌가. 나는 상전의식을 포기한 대신

 자매애를 찾았다“고 언니는 고백하면서


 “그립다는 느낌은 축복이다. 그동안 아무것도 그리워하지 않았다.

 그릴 것이 없이 살았음으로 내 마음이 얼마나 메말랐는지도 느끼지 못했다

 로 소설은 마침표를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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