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엄마를 부탁해
저자 : 신경숙
읽은 날 : 2009. 1. 9 ~ 11
이 책은 책이 아니다.
이 책은 눈물이고, 엄마이며, 효심이다.
이런 자식들은 현대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내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후 이런 자식은 없어진 게 아닐까?
그러면서도 아직까지 그런 자식이 있기에 이 땅 어딘가에 있기에
아직 세상은 살만한 게 아닐까?
책에는 대단한 감동이 별로 없다.
어떤 사건의 발단이나 전개가 대단하지도 않다.
그냥 무덤덤하게 시오리쯤 되는 시골 장을 갔다가
바쁘지도, 그렇다고 느리지도 않게 그냥 걷는 느낌이다.
글을 쓰는 작가가 너무 가슴이 애닮아 그대로 글을 쓰지 못하고
제3자의 입장에서 관조하듯이 써 내려간 글이 어쩜 더 애절하다.
생일 잔치상을 받기 위해 서울 자식의 집을 찾은 아버지와 치매 걸린 엄마.
여기서 아버지는 아버지라고 해도 되지만 어머니는 엄마여야 한다.
그래야 내 엄마가 되고, 우리의 엄마가 되고, 가슴으로 읽혀진다.
늘 아버지의 뒤에 종종걸음으로 따라다니기만 하던 엄마가
아버지의 뒤를 따라 지하철에 오르지 못해 지하철 서울역에서 길을 잃는다.
그 날부터 생계를 뒤로 하고 엄마를 찾아나서는 자식들......
자식은 당연히 그래야 하는건데 내게 감동으로 읽혀지니
나도 어지간히 못된 자식이구나.
엄마는 파란 슬리퍼에 발등이 푹 파인 상처로
자식들이 한번이라도 살았던 곳을 기억으로 더듬으면서 도심의 구석구석을 누빈다.
내가 힘들어 자식에게 의지하기 위해 찾아가는 것이 아닐게다.
엄마는 늘 자식을 찾아다닌다.
몸으로, 마음으로, 그리고 영혼까지.....ㅠㅠㅠㅠㅠㅠ
우린 아니 난 단 한번이라도
그렇게 간절히 엄마를 찾아본 일이 있는가?
자식에게 늘 빚진 자 되어 늘 미안하다는 엄마.
자식들에게 모든 것을 주고, 더 손이 필요하지 않게 되자
자식들이 준 용돈으로 보육원의 또 다른 자식을 찾아 자신을 내어주는 엄마.
이 세상에서 가장 작은 나라에 가서
장미 묵주를 사다 달라는 엄마는
저 세상에 가는 발걸음도 떨어지지 않는다.
남편과 자식들을 바라보는 엄마의 영혼은 늘 슬프다.
그냥 가만히 있어도 엄나는 늘 혼자 서있는 존재였다.
눈가가 늘 촉촉이 젖어있는 여든일곱의 새우같이 등 굽은 내 엄마.
이젠 가만히 계시는 것으로 빛이 흘러넘치는 엄마.
오른손가락을 스스로 펴지 못하는 손아귀엔 자식의 근심을 끌어 쥐고,
옥수수 수염처럼 윤기없는 머리는 승리의 면류관입니다.
겨우 알아들을 수 있는 작은 당신의 목소리에 나를 늘 목이 메입니다.
엄마~! 사랑해요~!!
오래 오래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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