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시 50분
검은 티셔츠에 청바지 차림으로
검은 가방을 둘러메고 나서는 아들 수리와
간편한 등산복 차림으로 나서는 아내와 나.
흰 고무신을 신고 나서는 내게 아내의 잔소리가 날아든다.
“다른 신발 신지. 아는 사람만나면 창피하게......”
“내비 둬라. 대핵교 다닐도 그랬는 걸 뭘 그러냐”
97년 11월 식 갈대색 누비라 충북31거 4985호 고물차는
아쉬움이 바람에 떨어질 때까지 중부고속도로 상행선을
무서운 기세로 미끄러져 간다.
뒷좌석에서 MP3를 귀에 꼽고,
열심히 문자를 주고받던 수리가 착잡함 때문인지
잠시 눈을 감고 뒤로 눕고,
아내는 옆에서 열심히 졸고 있다.
이천 휴게소에서 화장실에 들어가 한참 만에 나오는 아들에게
한동안 먹지 못할 그 무엇하나라도 먹이고 싶어
이것저것 물어보지만 사이다나 한 병 먹겠단다.
‘500미리짜리 칠성사이다 한병.
그래 그게 별거 아녀도 훈련받을 때는 생각날 수도 있지.‘
27년 전
여자친구 하나 없이 친구의 배웅을 받으며 군 입대를 할 때
어딘지 모르게 섭섭함도 있었는데
그 때의 나와 다를 바 없이 여자친구 배웅도 없이
소득없는 교회선후배들에게 열심히 문자를 주고받는 모습이
더욱 쓸쓸해 보이기도 한다.
‘이구 여자 꼬시는 재주도 지질이 없는 놈’
11시경 의정부에 도착해 부대를 확인하고,
용현동 아파트 단지 앞에 있는 작은 미용실에서
오랫동안 길렀던 머리를 깎는다.
서걱서걱 가위질 소리에 떨어지는 머리카락.
20년의 편안한 삶이 떨어지고,
나태하고 방만했던 대학생활이 떨어지고,
집에서 들어야 했던 잔소리가 떨어지고,
어릴 때부터 길들여진 습관이 떨어진다.
‘눈물도 떨어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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