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마당/삶을 노래하며

아들 군대가는 날 4) - 진짜사나이

나무소리 2006. 6. 14. 17:06

짧게 머리를 깎고 나니 인물이 훤하다.

“잘생긴 내 아들”

하지만 본인은 정작 어색한지 아니면 입대를 실감한 탓인지

“머리카락 가기고 나올 걸”하며

다소 불만 섞인 목소리로 모자를 푹 눌러쓴다.


의정부 역 부근 감자탕 집에 들어가

중간 크기의 감자탕을 하나 놓고

맛있을 리 없는 감자탕을 엉글엉글 먹는다.


라면 사리를 하나 넣고 젓가락질 하지만

자꾸만 젓가락에 걸리지 않는 것이

헝클어진 마음 탓이겠지.


306보충대대를 들어가는 입구 좌우에는

신발깔창, 전자시계 등을 파는 장삿꾼들과

심지어 보험 모집인까지 장사진을 이루는 인간시장.


수백의 차량과 수천의 인파들 속에서

아들의 손을 꼭 잡고 입대하는 사람들 틈에 섞여드니

“오늘 입소하는 장정들...(어쩌구 저쩌구)”하는

전에 귀에 들어오지 않는 소리가 나오는데

27년 전에도 [장정]이라는 말을 썼다는 기억이 떠오른다.


눈시울이 붉어진 머리 짧은 청년들과

뭔가 잃어버린 듯한 내 또래의 엄마, 아버지들.

그들은 모두 나와 같은 아릿한 마음이겠지.


지갑을 뒤적여 “이거 뺏길 수도 있는데......”하며 건네는

100원권 중국지폐 한 장과 만원권 문화상품권 한 장.

‘그래 이제 네가 정말 가는 구나’


가슴이 뭉클하고 답답한지 슬며시 손을 놓고

“저 갈께요.” 이 한마디 남기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인사도 없이 급히 뛰어간다.


‘눈물도 많고 맘 약한 녀석이 오죽 할까

마음 속에는 눈물이 뚝뚝 떨어지겠지.’


형식적인 입소식이 거행되는데

국기에 대한 경례.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과

대대장의 훈시가 있고, 군가제창이 있다.

군악대의 연주에 맞춰 [진짜사나이]를 부르는데

예나 지금이나 저 노래는 변함이 없다.

 

(5편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