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소식이 끝나고, 내무반에 입소하는 시간.
아직도 품속의 갓난아기처럼 생각되는 자식을 찾아
단 한번, 단 몇 초만이라도 자식의 모습을 보기위해
연병장에 뛰어 들어가는 부모들 틈에 섞여
생각없이 본능적으로 내무반 앞으로 뛰어간다.
“수리야~! 수리야~!”를 연발하는
잔뜩 가라앉은 아내의 목소리에
목구멍을 후끈하게 치밀어 오르는 그 무엇과 함께
뜨거운 눈물이 핑 돈다.
혹시 잠깐 동안이라도 보지 못할까 안타까워하는데
사슴같은 눈망울을 하고 검은 모자를 쓴 수리가 눈에 띈다.
참았던 울음을 터뜨리며 끌어안는 아들을 끌어안고
‘아들아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를 던져주지 못하고
‘아빠는 너를 믿는다.’는 한미디를 남겨주지 못하고
눈물만 쏟아낼 수밖에는 없는 어버이 마음.
청주로 내려오는 길은 멀기도 하다.
‘나중에 휴가 올 때 수리가 꽤 힘들겠구나’ 생각하며
가라앉지 않은 마음으로 엑셀레이터를 밟는다.
코 골며 잠든 아내가 야속하기도하고,
지난 밤 잠 못 들었을 엄마 마음이 안쓰럽기도 하며,
머릿속은 메두사의 머리처럼 복잡하기만 하다.
오늘의 이 감정을 아들에게 글로 써 보리라.
말을 하지 않았지만 아버지는 수리를 정말 사랑하고,
표현방법이 다르지만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마음은
이 땅의 모든 아버지는 나와 같다고......
또한,
삶 속에서 외롭고 힘들 때
늘 자식을 위해 기도하는 아버지가 있음을 믿고,
자식을 믿어주는 아버지가 있음을 깨닫게 하기 위해서......
수리생각으로 뒤범벅이 된 머릿속에서
이제야 부모마음을 조금 깨닫게 되면서
손은 말랐지만 늘 눈은 젖어 있는 어머니를 기억한다.
‘자식 셋을 군에 보낸 어머니 마음은 어떠했을까?
유난히 마음 약하고 정 많으셨던 아버지는 또 어떠했을까?
남편을 저 세상으로 먼저 보내고,
며느리를 돌아오지 못할 먼 세상으로 먼저 보내고,
아들을 땅에 묻어야 할 내 어머니의 가슴 속은
이미 모두 타버려 아무것도 없이 재가 된 것은 아닐까?‘
수리가 입소한 그날 밤
작은아들 고3 하늘이는 토고와의 월드컵 경기로
보충수업 없이 일찍 끝나 평소보다 일찍 집으로 왔다.
큰 아들이 월드컵을 보든 말든
그 녀석이 착잡함에 잠을 이루든 말든 피자한판을 먹으며
2:1로 이겼지만 찝찝하다고 떠드는 가운데들고
평범한 일상의 생활로 돌아온다.
잠자리에서 아들 생각이 유난히 짙다.
‘평소에도 유난히 늦게 자는데 지금 잠이 들었을까?’
2006. 6.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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