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마당/삶을 노래하며

아들 군대가는 날 1) - 아침 풍경

나무소리 2006. 6. 14. 16:50

지난 밤

호주가 경기 종료 8분을 남겨놓고 3골을 넣어

일본을 3:1로 완승을 했고,

체코는 미국을 3:0으로 미국을 쪽팔리게 하면서

독일 월드컵은 내 일상과 무관하게 재미를 더해간다.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잠을 깼다.

고3 하늘이는 대충 아침을 먹고

학교를 가느라 집을 나서는데 불러 세웠다.


“하늘아~!

형님이 군대 가 2년 동안 떨어져 지내야 하니

얼굴이나 보고 학교 가라~“

말을 하면서도 마음이 울적하다.


이불 속에서 인사를 받는 큰놈이나

가방을 둘러메고 멋쩍게 인사하는 작은 놈이나

어딘지 모르게 어색하고 쑥스런가 보다.


늙은 옥수수수염처럼 윤기없이 부스스한 은색머리에

빨래 줄에 걸려있는 목 늘어진 양말처럼

여든 일곱의 초라한 노모가 잠자리를 떨치고

몹시도 슬픈 눈망울로 거실로 나와 앉는다.


갈퀴같은 손가락 속에 초라하게 꾸겨진 돈 2만원을

서너 배는 큼직한 손자의 손에 쥐어주는 눈에는

맑은 하늘의 별 같은 눈물이 담겨져 있다.


인사치레로 주는 돈을 마다하는데

“할미가 주는 거니까 받어.”라는 말이 목에 걸린다.

“그래 할머니가 주는 거니까 받아라.”


이렇게 큰 아들 수리 입대하는 날의 하루가 시작됐다.

 

(2편으로 이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