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자손들이 추석명절이 되면
돌아가신 조상을 위해 조깃대가리라도 올려놓고
차례상을 지내는 걸 아니 당연히 이때쯤 내려오시겠지.....
지난 제사 때도 쫄쫄 굶었는데......
지난 제사 때 뭐라도 얻어먹으려고 내려오는데
무시무시한 비행기가 달려들어 급히 피하고,
잠시 방심하는 틈에 헬리콥터 프로펠러가 모가지 자르려 해
졸라 겁먹고 도망 다니느라 죽을 고생했다지......
헬리콥터 피해 도망다니다가
고압선 전깃줄에 걸려서 오징어 구이 되는 줄 알았는데
다행히 바람이 불어줘 겨우 살아나
자손들 집에 찾아갔었는데 글쎄......
‘근데 허걱~~!!!’
옛날에는 12시에 차례를 지냈는데
이것들이 초저녁에 얼렁뚱땅 절 두번하고는
제문도, 곡도 하지 않고 지들끼리 다 쳐 먹고
설거지까지 다 끝내고 뿔뿔이 헤어져
탕국은커녕 조깃대가리 구경도 못하고 쫄쫄 굶었는데......
쓰레기통이라도 뒤져 주린 배를 채우려는데
이것들이 아파트에서 음식 냄새난다고
쓰레기통까지도 모조리 비워 얼마나 배가 고팠는지.
‘어이 새끼들아~~!!
이거해도 너무 하는 거 아닌가??
아무리 간소화도 좋고 편리성도 좋지만
모처럼 그런 때라도 얼굴을 맞대고
형제간에 이야기라도 하고 정을 붙이면서 놀아야지.
그러면 다 먹고 치웠다고 하더라도
과일 한 조각이라도 얻어먹을 수 있었을 텐데......‘
어쩌다 한번 만난 형제들끼리
재산싸움이나 하고 먹고 살만한데 안도와준다고
서로 험담이나 하면서 싸움질이나 하다가
제사는 신경도 안쓰고 젯밥에만 신경 쓰니
조상귀신은 늘 배를 곯을 수밖에.....
‘휴~~~!!!
귀신도 시간 맞춰 와야 하고 골치 아프다.‘
‘불쌍한 우리 조상님네~~!!
살아서도 자식 땜에 고생하시더니 죽어서 까지......‘
이러나 저러나 우리 조상님 귀신들
주린 배를 잔뜩 욺켜 잡고 다시 명부로 가려는데
같이 내려온 옆 동네 할배귀신도 쫄쫄 굶었다나???
그 사연을 들어보면
작년 설에 좀 늦게 오긴 했어도
치우기 전에 도착해 생선뼈라도 씹어 먹었는데
금년에 아주 일찍 길을 떠나 내려와 보니
같은 동네에 아파트 단지가 새로 들어서는 바람에
도저히 자식 집을 찾을 수가 없었다나.
아무집이고 들어가 대충 찬밥이라도 한술 얻어먹으려 했는데
꽉 잠겨진 문은 도무지 열리질 않고,
창문을 통해 들어가려니까 세콤이 거미줄처럼 돼 있어
삑삑 소리가 나서 불안해 들어가지도 못하고
아주 쫄쫄 굶어서 죽을 지경이라나....
‘이구~~!!!
불쌍하긴 요즘 귀신들 너나없이 불쌍하네....‘
옛날처럼 드문드문 동네가 있으면
불빛보고 그냥 찾아가겠다만
다 똑같은 집에 대문도 다 똑같고,
방 구조도 전부 똑같다 보니
도대체가 찾을 길 없는 게 당연하지......
또 다른 옆방에 있는 할머니 귀신은
작년에 집 찾는데 너무 고생을 해
명부에 올라갈 때 혼자 알아볼 수 있도록 표시를 해놨는데
죽어라 하고 어둔 눈을 뒤집어 까고 찾아갔더니
이사한지 1년도 안됐는데 또 이사를 가서
다른 노인네 귀신이 와서 먹고 있길래
파전 한 쪼가리를 얻어먹었다 던가, 흘린 걸 주워 먹었다던가.....
‘휴~~!!!
귀신노릇도 옛날 같지 않아
어쩌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보다
우리 조상님네들 저쪽 세상에서 더 머리 아픈 거 아닌지 몰라....‘
다가오는 이번 추석명절..
조금 피곤하고 힘들더라도
모처럼 형제간에 오순도순 정다운 이야기 늦도록 꽃 피우고,
대문도 활짝 열어 이웃과 정도 좀 나누시고,
조상님들께 문자메시지를 넣고,
그때 모처럼 소식끊긴 친구들한테도 문자나 전화도 좀 하고
작년보다는 좋은 명절이 되셔유~~~~
2005. 9.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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