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깨 습관적으로 어머니 방문을 연다.
가늘게 눈을 뜨시긴 하는데 보시는지 못보시는지....
몇 일째 잠을 설치고 새벽에 잠을 깨 몹시 피곤하다.
점심을 먹는데 아내로부터 전화가 걸려온다.
"어머니가 어째 이상한데 일찍 너머 올래요?"
"알았어, 그렇잖아도 1시 40분차로 갈 생각이야. 벌 먹이도 줘야하고...."
"아니, 그냥 천천히 오던지....."
기차를 타고 오는데 아내가 전화가 와
저녁을 나가서 칼국수라도 먹고 싶다고 한다.
그러자고 말을 하면서도 은근히 짜증이 난다.
기차에서 내려 벌에 진드기 약을 처리하고,
충북양봉원에 들러 설탕과 양봉용품을 몇 가지 사 갖다놓고
어머니 방에 들어가니 잠 깨 계신다.
"엄마, 아들~!!"
어머니의 눈 빛이 초롱초롱 보석보다 빛난다.
"엄마, 나 누군지 알지?"
'당연하지' 하는 눈 빛이다.
조용히 찬송을 불러 드리는데 편안한 모습으로 눈을 깜빡이신다.
"엄마, 고마워.. 엄마, 사랑해"
엄마를 안고 한참을 울다 정신이 퍼득 든다.
"어머니가 오늘 내일을 못 넘기실거 같네.
내일은 출근을 하지 말아야겠어" 하니 아내가 걱정말고 출근하란다.
어머니 발을 보니 새까맣게 변하고, 손도 새까맣게 변해있다.
손발을 주무르면서 아내에게
"어머니 옆에 있어, 나 찬송가 CD 좀 사가지고 오게"
밤새 어머니에게 찬송가를 들려드리고 싶어 CD를 사러나갔다.
화문당서적에서 추도식 찬양곡집을 사가지고 나오며,
둘째 누님께 전화로 어머니가 오늘 못 넘기실 거 같다고 하니
수요예배 마치고 바로 오겠단다.
큰 조카에게 전화해 할머니가 오늘 못 넘기실 거 같으니
예배 마치고 집으로 오라 통보를 하고 전화를 끊으니
수리에게서 전화가 온다.
"아버지 할머니가 곧 돌아가실 것 같아요 빨리오세요."
퇴근시간과 맞물려 도로는 주차장이 되어 꼼짝 달싹 않고
아무 생각도 없다.
그저 '주여, 어머니...' 만을 외치고, 사창사거리를 지나는데
수리에게서 전화가 왔다.
"할머니 돌아가셨어요"
허겁지겁 집으로 들어오니
돌아가시면 입혀드리려 아내가 만든 하얀 인견을 입으시고
거실에서 편안히 누워 계신다.
완전을 눈을 감지 못하시고 반쯤 눈을 뜨고 계시는데
얼마나 평안하신 모습에 고우신지 천사의 모습이 이렇구나 싶다.
7시 10분경 운명하셨구나 생각한다.
"엄마, 엄마 나 보이지? 아들여, 아들 윤희.
하늘나라 편안히 가셔. 고통없고 근심없고 아픔없는 하늘나라에....
하늘나라에서 만나. 엄마 고맙고, 미안하고 사랑해"
어머니의 눈을 잘 감겨드리고, 상조회사를 기다리는데
아내가 어머니 얼굴을 닦아드리는데 이상한 느낌이 들어
수리를 부르니 수리가 들어와 할머니를 부르고 손을 만지는 순간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으셨단다.
운명하는 그 순간을 지키지 못한 죄책감이 몹시 크지만
며느리와 손자의 손에서 운명하시고,
손자가 할머니 눈을 감겨드렸다는 말을 들으며,
불효자인 내가 감겨드리는 것보다
손자의 손이 더 좋았을지 모른다고 자위해본다.
또한, 수리에게도 또 다른 큰 경험일 수도.....
하나병원을 들러 여러 증빙서류를 갖추고,
하나노인병원 장례식장으로 어머니를 모신다.
3층 특실을 예약해 놓아 들어가니 휑하니 허전하다.
형님에게 연락을 드렸지만 10시가 넘도록 도착하지 않으시고,
병원 측에서 사무적인 절차만을 이야기하는데 들리지가 않는다.
폰을 통해 문자로 몇 군데 연락을 하고,
둘째 누님이 도착해 장례절차를 상의하는데
뭐든 내 마음대로 하라고 한다.
주님의 교회장으로 장례를 치르는데
입관예배, 발인예배는 주님의 교회에서 집례하고,
하관예배는 성광교회에서 맡기로 결정.
예배를 드리는데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흐른다.
좀 더 잘해드릴 수 있었는데 너무 어머니에게 소홀하게 했다는 죄책감.
때론 어머니를 부담스럽게 생각했던 적도 있었고,
저렇게 고생하실 것 같으면 빨리 하늘나라 가시는게 좋을 텐데 했던 생각들
어머니를 모시고 여행을 몇 번이라도 더 갔어야 하는데 하는 생각에
계속 눈물만 흐른다.
12시경이 돼서 모든 자손들이 도착을 했고,
직원들 몇 명과 문상객 몇이 늦게까지 함께하는데도
큰 매형과 은미는 도착하지 않는다.
몹시 마음 아프지만 어쩌겠는가...
9시가 넘어 문상객도 없고, 마땅히 할 일도 없다.
지금의 생각 그대로 弔辭(조사)를 쓴다.
아무리 써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쓰고 또 쓰고, 몇 번을 썼다 지우고, 결국은 간단하게 몇 줄 적는다.
비몽사몽 간 두어시간을 잠이 들었던 것 같다.
영정사진 앞에서 울고 또 울고 얼마를 울어도 마음이 가라앉지 않는다.
사진만 보고 생각만 해도 눈물이 줄줄 흘러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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