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마당/삶을 노래하며

엄마일기(9월 24일)

나무소리 2014. 9. 25. 11:52

 정년 퇴직 문제로 마음이 편치 않다.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잘 될 것 같다는 얘기를 듣는다.

 

 한울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커피를 마시는데 아내로부터 전화다.

어머니가 대변을 보시는데 감당이 어려워 좌약을 넣었는데 교회를 가야한단다.

급히 집으로 가 어머니 상태를 보니 대변이 항문에 걸쳐있다.

손으로 대충 처리하면서 깨끗이 변을 볼 시간을 기다린다.

 

 어머니 두 눈에서 눈물이 주르르 흐르신다.

 

 10시가 넘어 아내와 함께 남은 잔변을 손가락으로 파내고,

계속은 변은 흘러나오고 힘들어하시지만 씻긴다.

손, 발을 소독해드리고, 드라이기로 말리고 기저귀를 채우면서도

어머니 눈만 마주치면 저절로 눈물이 난다.

 

 11시가 넘어 기저귀를 확인하니 피와 진한액체와 섞여 계속 나온다.

잠을 드시지 못하고 자꾸만 눈물을 흘리시며,

미안해 하시고, 힘들어 하시는 모습이 역력하다.

 

 찬송가를 불러드린다.

 

"내 인생여정 끝내어 강 건너 언덕이를 때

 하늘문 향해 말하리 예수 인도 하셨네

 매일 발걸음마다 예수 인도하셨네

 나에 무거운죄짐을 벗고 나서 하는 말

 예수 인도하셨네"

 

 어머니 가슴에 손을 얹고 눈물로 기도를 한다.

어머니가 기도를 잘 못 알아 들으시는 거 같다.

 

 "엄마, 병원에 갈까?"

눈물만 주르르 흘리신다.

나 편한대로 하라는 눈 빛이다.

손을 꼭 잡아보라고 해도 손을 잡으시지 못한다.

 

 새벽 2시 30분을 지나는 시간 계속 피가 나면서 지치고 힘드신지

몸과 마음이 편안하신지 잠이 드셨다.

잠자리에 들어서도 잠이 오질 않는다.

 

  '병원으로 모셔야겠다.' 생각하면서도 어떤게 좋은 방법인지 모르겠다.

출근도 꼭 해야하고, 벌 먹이도 줘야하고,

치과에 임플란트도 해야하고 바쁘니 하루만 상태를 지켜보고

금요일 병원으로 모셔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고통스럽고 힘든 하루하루의 삶을 사시는 것이

그 동안 불효한 내게 효도의 마지막 기회를 하늘이 허락한 기회인데

어떤 것이 진정 어머니를 위하는 것인지......

 

 "주님, 이제 제가 뭘 어찌해야하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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