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마당/삶을 노래하며

7월20일

나무소리 2014. 7. 21. 14:25

 하루하루가 다르게 야위어 가시는 어머니.

2주쯤 전부터 손가락, 발가락 사이에 물집이 잡히며,

짓물러 계속 소독해드려도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감당이 안된다.

 

 교회를 갔다 오면서 송이죽을 본 죽에서 사다 드려도

몇 숟가락 드시고는 못드시겠는지 혀로 밀어내신다.

눈이 짓물러 안약을 넣어드리고, 손 발을 소독해드리면서

어찌나 안쓰런지 자꾸 눈물만 난다.

 

 온 몸에 욕창의 기운이 감돌고

혀가 돌아가 드시는 것도 힘들어하시니

이제 그만 고생하시고 하늘나라에 가시는게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열흘 가까이 대변을 보지 못해 더 힘드신 건 아닐까 생각에

저녁을 먹고 관장약을 넣고 1시간이 지나도 변을 보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아내와 변을 파내는데 변이 차있질 않다.

 

 씻겨드리기 위해 화장실로 모시고 가는 것도 이제 힘이 부친다.

매주 일요일 씻겨드리지만 냄새가 무척 심하고,

한 주 한 주가 너무 다르게 변해가는 모습에 안타깝다.

 

  방을 청소하고, 새옷으로 갈아입히고 뉘이는데 숨소리가 고르지 못하다.

온 몸을 소독해드리면서 언제까지 이렇게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단 생각을 해본다.

힘들어서가 아니라 날은 더워지고 욕창이 심해지시면

전문가가 아닌 나로써 뭘 어찌해야 할지를 모르니......

 

 늦은시간 잠든 어머니는 편안한 모습에

삶의 고단한 모습이나 아픔과 힘겨움을 초월한 천사의 모습으로 잠들어 계신다.

 

'어머니,

이제 그만 고생하시고, 지금 그대로 주님만나세요.

근심과 걱정, 고통, 아픔, 상처가 없는 하늘나라에서

평생을 매달리며 의지했던 예수님을 만나시고,

주님 품에서 안식과 평안을 누리세요'

 

 주르르 눈물이 흐른다.

저렇게 편안한 모습을 참 오랜만에 본다.

늘 힘들어하시던 모습 속에서 천사같은 모습니다.

 

 '지금 저런 모습을 언제까지 볼 수 있을까?'

 

 아침 일찍 일어나 어머니 방에 들어가니

곤히 잘 주무시고 일어나셨는지 편안한 모습에

맑은 눈의 어머니가 말없이 바라보신다.

 

 "엄마, 잘 잤어? 출근해야하는데......"

 

 아시는지 모르시는지 무표정하게 바라보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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