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밤도 못주무셨다.
아침에 일어나니 눈 주위가 짓물렀음에도 앉아계신다.
쓰나미가 휩쓸고 간 듯한 방 풍경을 아내가 볼까 얼른 정리해놓았다.
출근을 하는데도 촛점없는 눈으로 바라보신다.
"다녀 올께"
발걸음이 무거우면서도 솔직히 해방된 느낌이다.
참 못됐구나..
몸이 조금 피곤한 걸 가지고 해방된 느낌을 가지니
난 아직도 멀었구나.
퇴근해 하니 엉거주춤 앉아계시는데
낮에 몇 시간 주무셨다면서 항문이 열려있고,
대변이 보이는데 아무래도 처치를 해야할 것 같단다.
몸을 가누시지 못하고 온 몸을 덜덜 떠시는게
정상이 아니라는 생각과 함께 다친게 아닌가 염려다 되면서
변을 보지 못해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관장을 자주하면 안좋다는 이야기에
1회용 비닐장갑을 몇 겹으로 끼고,
아내가 변을 파내는데 많이 아프신지 힘들어하신다.
"엄마 쫌만 참아, 많이 아파도 참아"
엄마의 눈에도 내 눈에도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제발 앓는 소리하지 말라고 아내는 핀잔이다.
"엄마가 힘들어하는데 안 그럴 자식이 어딨냐"는 말끝에
또 다툼이 일어난다.
변을 처리하고, 흑임자 죽을 드리니
눈도 제대로 못 뜨시지만 맛있게 반공기쯤 드시고
약을 먹여 드리니 온 몸이 지치시나보다.
가만히 앉아 뉘이고,
손을 꼭 잡고 찬송을 불러드린다.
"성령이여 강림하사 나를 감화하시고...."
자꾸 눈물이 난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 것 밖에 없다.
아니 그러라도 해드릴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야지.
아주 깊이 곤히 주무신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어제 밤 주무시던 그 자세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살며시 흔들어 보니 편안히 숨을 쉬신다.
감사하다.
감사하다.
아주 아주 정말 감사하다.
오늘 밤에는 또 못주시겠구나.
내일은 쉬니 밤새 놀아드릴 수 있다면 그 또한 감사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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