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마당/삶을 노래하며

엄마일기(5월 15일)

나무소리 2014. 5. 16. 13:07

지난 밤도 못주무셨다.

아침에 일어나니 눈 주위가 짓물렀음에도 앉아계신다.

쓰나미가 휩쓸고 간 듯한 방 풍경을 아내가 볼까 얼른 정리해놓았다.

 

 출근을 하는데도 촛점없는 눈으로 바라보신다.

"다녀 올께"

 

 발걸음이 무거우면서도 솔직히 해방된 느낌이다.

참 못됐구나..

몸이 조금 피곤한 걸 가지고 해방된 느낌을 가지니

난 아직도 멀었구나.

 

 퇴근해 하니 엉거주춤 앉아계시는데

낮에 몇 시간 주무셨다면서 항문이 열려있고,

대변이 보이는데 아무래도 처치를 해야할 것 같단다.

 

 몸을 가누시지 못하고 온 몸을 덜덜 떠시는게

정상이 아니라는 생각과 함께 다친게 아닌가 염려다 되면서

변을 보지 못해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관장을 자주하면 안좋다는 이야기에

1회용 비닐장갑을 몇 겹으로 끼고,

아내가 변을 파내는데 많이 아프신지 힘들어하신다.

"엄마 쫌만 참아, 많이 아파도 참아"

엄마의 눈에도 내 눈에도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제발 앓는 소리하지 말라고 아내는 핀잔이다.

"엄마가 힘들어하는데 안 그럴 자식이 어딨냐"는 말끝에

또 다툼이 일어난다.

 

 변을 처리하고, 흑임자 죽을 드리니

눈도 제대로 못 뜨시지만 맛있게 반공기쯤 드시고

약을 먹여 드리니 온 몸이 지치시나보다.

 

 가만히 앉아 뉘이고,

손을 꼭 잡고 찬송을 불러드린다.

 

 "성령이여 강림하사 나를 감화하시고...."

 

 자꾸 눈물이 난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 것 밖에 없다.

아니 그러라도 해드릴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야지.

 

 아주 깊이 곤히 주무신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어제 밤 주무시던 그 자세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살며시 흔들어 보니 편안히 숨을 쉬신다.

 

 감사하다.

감사하다.

아주 아주 정말 감사하다.

 

 오늘 밤에는 또 못주시겠구나.

내일은 쉬니 밤새 놀아드릴 수 있다면 그 또한 감사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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