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곤히 주무신다.
그제까지만 해도 수없이 몸을 뒤척이시더니 오늘은 잠자리 변화도 없다.
엄마 볼을 한번 만지고 출근했다.
퇴근해서 집에 와 보니 주무시고 계신다.
살며시 문을 닫고, 주방에 가니 저녁을 준비하던 아내가
지금은 눈도 못 뜨는데 낮에 정신이 돌아와 아내 손을 꼭 잡고
"고마워, 고마워"를 수없이 말하고는 계속 주무시며,
이제 물도 제대로 못 넘기시고, 앉지도 못하는 것 같단다.
저녁으로 한살림에서 판매하는 팥죽을 내 손으로 데워
김치국물과 가지고 들어가 식사기도를 한다.
"사랑의 주님,
주님의 귀한 딸에게 이렇게 귀한 음식 주셨습니다.
이 음식 먹고 건강을 회복해 맑은 정신으로 주님 만날 수 있겠해주세요.
하늘 나라 가는 그 순간까지 고통없게 기쁨으로 주님 만나게 해주세요.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아멘" 하시고
눈도 뜨지 못하시면서도 겨우 겨우 드신다.
"엄마, 엄마가 많이 먹어야 아들이 좋아.
엄마도 아들이 밥 먹여주니 좋지?"
"응"
앉아있기 몹시 힘드신거 같이 흔들리면서도
정신이 돌아온 것인지 모든 걸 다 아시는 것 같다.
"엄마, 고마워. 이렇게 옆에 있어줘서 고마워"
그 말을 하니 알아 들으시는지 목이 메는지 기침을 하신다.
"미안해, 천천히 드릴께"
물 한 모금 삼키시는 것도 몹시 힘들어하신다.
자꾸만 눈물이 난다.
"엄마, 천천히 천천히 많이 드셔"
앉아서 대변을 보시는 지 불편하신지 힘들어 하신다.
아내 말로는 항문이 열렸다고 한다.
하루가 다르고 시간마다 다르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엄마, 고마워. 많이 드셔서 고마워.
앉아 있는 거 힘들어? 뉘여 드릴까?"
"응"
가만히 안아 뉘는데 새털처럼 가볍다.
눕자마자 엄마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르 흐른다.
엄마 손을 꼭 잡으며, 눈물을 닦아드리는데
나도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다.
언제까지 엄마가 내 곁에 있을까?
내일이 어버이 날인데......
천사같은 엄마의 얼굴을 보면 자꾸 눈물이 난다.
손을 꼭 잡아드리고 다리를 주물러 드리지만
눈물이 나 더 이상 그것도 못하겠다.
"엄마, 사랑해~~~
지금 같이라도 오래 오래 살아계심 좋겠다."
아무런 대답도 없으시고 눈가만 촉촉하다.
주무시는 듯해 나왔다 잠시 들어가니 엄마가 모로 누우셨다.
'아, 감사하다'
저렇게 모로 누울 힘만 있는 것도 너무 감사하다.
가만히 이불을 덮어드리는데 "아버지" 하신다.
"내가 누구야?"
"아버지"
"아니, 아들이야 아들 해봐"
"아들"
"아들 이름이 뭐야"
"몰라"
"윤희"
"유이"
"엄마, 고마워~~! 엄마 고마워~!"
모로 누우실 힘이 있는 것만도 감사하다..
너무 감사해~
엄마는 이렇게 또 내게 감동과 감사를 주시는 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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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 30분 문을 살짝 열어보니 일어나시려 몹시 애를 쓰신다.
"왜 그래? 앉을까?"
대답이 없으시다.
"기저귀 갈아드릴까?"
고개를 끄덕이신다.
기저귀를 준비하고 물을 데우고,
깨끗한 수건을 꺼내 기저귀를 갈아드리는데 변을 묽게 보셨다.
물 수건으로 닦아 드리고 보니 정말 항문이 열렸다.
이제 얼마 안 남으셨구나 생각하니 자꾸 눈물이 난다.
옷을 입혀드리고 꼭 안아드리니 엄마 눈가가 촉촉해진다.
자꾸만 눈물이 난다.
가만히 옆에 누워 꼭 안아드리니 손이 볼을 더듬으신다.
"엄마, 사랑해. 엄마, 고마워"
엄마 눈물을 닦아 드리지만
내 눈물을 먼저 닦아야겠다.
오늘은 엄마 옆에서 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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