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밤 어머니를 꼭 안고 함께 잠을 자다
뒤척이는 어머니때문에 몇 번인가를 깼다가
주무시는 모습을 확인하고 방으로 와서 푹 자고 일어나니
아침부터 아내의 한 숨이 깊다.
"어머니, 성경책 다 찢어 놨어"
악보가 없고 큰 글씨만 있는 1984년에 인쇄된 찬송가가
찢겨져 여기저기 온 방에 다 흩어져 있다.
그냥 빙긋이 웃음이 나온다.
'어머니 돌아가셔도 내가 꼭 보관하고 싶었던 유산으로 가져야겠다' 했던 건데.....
그 찬송가 뒷 장에는 삐뚤지만 아주 정성껏 엄마가 꼭꼭 눌러 썼던
'세상에서 방황할 때'라는 복음성가가 있어 무엇보다 귀한 거 였는데......
어떻게 저렇게 정성껏 글씨를 잘 쓰셨을까 생각을 했던 귀한 거 였는데.....
저렇게 또 엄마는 하늘나라를 갈 준비를 하시는구나.
"엄마, 왜 이랬어?"
그냥 편안하게 웃으며 물어보니 초점없는 눈으로 바라보신다.
"그냥, 그러고 싶었어?"
고개를 끄덕이신다.
엄마 볼을 가만히 만지며,
"잘했어. 엄마. 잘했어~~!
뭐든 엄마가 하고 싶으면 해~~!
이제까지 하고 싶어도 못한 거 다 하셔도 돼"
멍하니 바라보시면서 고개를 끄덕이신다.
"엄마, 감사해.
오늘 아침에도 이렇게 일어나 정말 감사해"
빙긋이 웃으니 어머니도 좋으신지 또 고개를 끄덕이신다.
"엄마, 나 누군지 알아?"
"몰라...."
"에이, 아들도 모르는 엄마가 어딨어..."
마음이 짠 하니 가슴이 아릿하다.
아들은 알아보셨었는데......
"아들"
"그래, 내가 아들여. 윤희야 해봐~"
"......"
밤새 잠을 못주무셨는지 몹시 피곤해보인다.
내가 같이 잘 걸.....
"엄마, 나 출근할께."
초점없는 눈으로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신다.
영락없는 천사다.
정성이 가득담긴 엄마의 글씨를 스캔해봤다.
'글 마당 > 삶을 노래하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버이 날.... (0) | 2014.05.09 |
---|---|
엄마일기(5월7일) (0) | 2014.05.07 |
엄마일기(5월1일) (0) | 2014.05.01 |
엄마일기(5월1일) (0) | 2014.05.01 |
엄마일기(4월21일) (0) | 2014.04.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