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마당/삶을 노래하며

엄마일기(5월2일)

나무소리 2014. 5. 2. 10:50

지난 밤 어머니를 꼭 안고 함께 잠을 자다

뒤척이는 어머니때문에 몇 번인가를 깼다가

주무시는 모습을 확인하고 방으로 와서 푹 자고 일어나니

아침부터 아내의 한 숨이 깊다.

 

"어머니, 성경책 다 찢어 놨어"

 

 악보가 없고 큰 글씨만 있는 1984년에 인쇄된 찬송가가

찢겨져 여기저기 온 방에 다 흩어져 있다.

그냥 빙긋이 웃음이 나온다.

'어머니 돌아가셔도 내가 꼭 보관하고 싶었던 유산으로 가져야겠다' 했던 건데.....

 

 그 찬송가 뒷 장에는 삐뚤지만 아주 정성껏 엄마가 꼭꼭 눌러 썼던

'세상에서 방황할 때'라는 복음성가가 있어 무엇보다 귀한 거 였는데......

어떻게 저렇게 정성껏 글씨를 잘 쓰셨을까 생각을 했던 귀한 거 였는데.....

 저렇게 또 엄마는 하늘나라를 갈 준비를 하시는구나.

 

"엄마, 왜 이랬어?"

그냥 편안하게 웃으며 물어보니 초점없는 눈으로 바라보신다.

"그냥, 그러고 싶었어?"

고개를 끄덕이신다.

 

 엄마 볼을 가만히 만지며,

"잘했어. 엄마. 잘했어~~!

 뭐든 엄마가 하고 싶으면 해~~!

 이제까지 하고 싶어도 못한 거 다 하셔도 돼"

 

 멍하니 바라보시면서 고개를 끄덕이신다.

"엄마, 감사해.

 오늘 아침에도 이렇게 일어나 정말 감사해"

빙긋이 웃으니 어머니도 좋으신지 또 고개를 끄덕이신다.

 

 "엄마, 나 누군지 알아?"

"몰라...."

"에이, 아들도 모르는 엄마가 어딨어..."

마음이 짠 하니 가슴이 아릿하다.

아들은 알아보셨었는데......

 

"아들"

"그래, 내가 아들여. 윤희야 해봐~"

"......"

 

 밤새 잠을 못주무셨는지 몹시 피곤해보인다.

내가 같이 잘 걸.....

 

"엄마, 나 출근할께."

초점없는 눈으로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신다.

영락없는 천사다.

 

정성이 가득담긴 엄마의 글씨를  스캔해봤다.

 

엄마글씨.jpg

 

엄마글씨.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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