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마당/삶을 노래하며

엄마일기(4월21일)

나무소리 2014. 4. 21. 20:59

아침에 눈을 뜨니 엄마가 일어나 앉아계신다.

엄마 방에서 잤었던가?

 

 초점없이 멍한 눈동자에 아직도 비몽사몽이다.

물을 떠다 드리는데 넘기지를 못하신다.

아니 근데 어떻게 일어나 앉으셨지?

참 이해가 어렵다.

 

 단호박죽을 먹여드리니 몇 숟가락 드신다.

억지로 먹여드려도 어쨌든 수분이 섭취되니 좋아지실거야...

 

 죽을 드시고 또 주무신다.

기타로 찬송가를 불러드린다.

잠을 깨셔서 부시시 일어나신다.

'이 좁은 방에서 무척 답답하겠지.' 생각에

 "밖으로 나갈까?" 하니 고개를 끄덕이신다.

 

 거실, 주방, 현관문 모두를 열어젖히고,

환기를 시킨 후 어머니를 모시고 나간다.

기분이 좋으신지 여기저기를 둘러보신다.

 

"나 누군지 알아?"

누군지 모른단다.

"막내아들" 따라해봐

겨우 발음도 되지 않는 목소리로 막내아들 하신다.

"이름이 뭔지 알아?" 고개를 가로저으신다.

"윤희"  윤희하고 따라하신다.

그것만으로도 감사하다.

 

황도국물, 보리차를 계속 먹여드리니 정신이 드시는 것 같다.

표정이 몹시 않좋으시고 변을 보신 느낌이다.

기저귀를 보니 묵은 변이 다 나왔는지 엄청 난 양이다.

 

  화장실 변기에 앉히고 비데와 샤워기로 닦아 드리면서도

어머니가 기분 좋으신 모양이다.

 

아내가 없을 때 변을 보신게

혼자 뒷처리는 어렵지만 내 맘이 편하다.

 

아무 생각을 하지 못하시는게 편하니 좋다

맑은 정신이셨으면 아들한테 미안해하고

자존심에 엄청 힘들어하셨을 텐데....

 

거실에서 둘이 사진도 찍다 찬송도 보르다

그저 마주보고 눕기도 하고,  무릎에 주무시게도 하고....

이게 행복일게다.

 

 휴가내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다.

내일도 하루는 더 이럴 수 있겠구나.

 

 저녁에 소고기 야채죽을 드리고 약을 드리니

자리에 눕고는 눈물을 주르르 흘리신다.

아들에게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다는 뜻인거 같다.

 

 "엄마, 엄마가 나 어릴 때는 맨말 이렇게옆에 있어줬잖아

 이제 내가 옆에 있을께",,

아무 말씀이 없으시고 조용히 눈을 감고 주무시는 척 한다.

 

 비몽사몽

나 지금  뭘 쓰고 있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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