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마당/삶을 노래하며

엄마일기(4월 18일 아침)

나무소리 2014. 4. 18. 13:05

언제 그랬는지 기억도 없던 때에 그랬던 처럼

엄마 방에서 같은 이부자리를 덮고 잠자리에 들었다.

 

감사하다를 되뇌이는 어머니 볼을 쓰다듬고 손을 꼭 잡고,

'엄마 아들이랑 같이 자니 좋지?"

"좋지, 감사하다"

"진작 이랬어야 하는데 미안해 엄마"

"감사하다, 감사해"

 

 비몽사몽간에 느낌이 이상해 잠을 깨니 기저귀를 빼고 앉아계신다.

2시 40분이 조금 넘은 시간

대충 물수건으로 닦아드리고 기저귀를 채우고 다시 잠자리에 든다.

 

계속 자리를 바꿔가면서 잠 못 이루시는 어머니

피곤하고 잠을 깊이 자지 못하지만 행복하다.

엄마 손을 꼭 잡고

"엄마 자야지 아들도 자지, 얼렁 자"

엄마의 볼을 쓰다듬으니 엄마가 내 볼을 만지며 "감사하다" 연발하신다.

 

 깜빡 잠들었다 깨니 엄마가 앉아계신다.

"왜 안자? 얼른 자야지..."

표정이나 모든 것이 이상하다.

"내가 누구여"

아무 말씀이 없으시다.

 

 자리에서 일어나 불을 켜니

기저귀를 뺀 채 잔뜩 실수를 하셨다...

"왜 기저귀를 뺐어.. 차고 있어야지. 이럼 아들이 힘들잖아"

걸래로 깔개를 닦아 내고, 대충 엄마 몸을 닦고 다시 기저귀를 채운다.

4시 40분을 지나고 있다.

"자자, 엄마. 내가 누구여"

"임희"

"아녀 윤희여, 막내아들 윤희"

"윤희"

볼을 만져주신다, 행복하다...

 

 엄마 손을 꼭 잡고 다시 잠자리에 든다.

내 어릴 때 엄마를 꼭 안고 자면 참 행복했다.

그러다 내가 무슨 일로 잠을 깨 귀찮게 했었게 틀림없다.

그때도 엄마는 아마 행복했을 게다.

지금의 나처럼....

내가 참 착해졌다 

까물까물 잠이 든다.

 

 잠자리에서 엄마가 자꾸 이불을 잡아 당겨 옆으로 치운다.

"나 추워, 엄마가 덮어줘"

그래도 자꾸 이불을 치우신다.

 

 잠깨보니 어머니가 이불을 이리저리 돌리시며

반대로 누우신다.

"왜 그래?"

"몰라"

"나 누구야?"

"몰라"

"윤희 몰라?"

"몰라"

"막내아들"

"몰라"

 

 다시 원위치다.

완전 백지상태시구나.

 

 별 맛도 모르는 아침을 먹고,

씻는데 코피가 줄줄 흐른다.

어제도 그러더니......

 

 과학적 근거는 없겠지만 어저께 두통이 그리 심하더니

뇌에서 뭔 문제가 생겼다가 코피로 터져 나오나 죽지는 않겠다 생각한다.

죽어도 엄마를 땅에 묻고 죽어야지....

헛웃음이 난다.

 

 기차에서 아내의 전화를 받는다.

어머니가 기저귀도 다 벗어던지시고 야단을 하신단다.

기운이 얼마나 센지 머리채를 잡고 발로 차고 기저귀를 못채우시게 한단다.

"오전근무하고 갈께"

길게 말을 하는게 구차하다 싶어 짧게 잘라말한다.

고생이 많은 걸 알면서도 살갑지 못하다.

 

 전화를 끊고 막내누나한테 전화를 한다.

오늘 저녁 수리엄마도 없고 방송대 가야해서 잠깐 자리 비워야하고,

내일 10시 방송대 시험이 있으니

집에 와 엄마 옆에 있어달라 부탁을 한다.

내일 일이 있다며 거절도 수락도 아닌 답답함이 이어진다.

 

 출근해서도 맘이 편치 않다.

잠이 부족한 탓인지 멍하니 집중이 안된다...

 

엄마가 괜찮아야 할텐데......

나야 이러나 저러나 괜찮은데 아내가 지쳐 포기하면 곤란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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