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마당/삶을 노래하며

엄마일기(4월17일)

나무소리 2014. 4. 17. 23:20

집에 돌아오니 어머니가 기저귀를 손으로 뜯어

이리저리 다 흩어놓고, 그걸 먹고 난리가 났다고 한다.

아내가 몹시 힘들어 하는데 난 태연하다.

"어머니가 그게 좋으시면 그렇게 하게 둬."

 

 어머니 방에 들어가니 한숨 푹푹 쉬며

"왜 안죽어, 나 어떻하면 좋아"하며 눈물을 흘리신다.

"엄마, 괜찮아. 난 이렇게라도 엄마가 있어서 좋아"

얼마를 끌어 안고 울었는지 모른다.

 

마음을 진정시키고 저녁을 먹는데 밖으로 나오신다.

"엄마 이리와 나랑 같이 밥먹자"

"싫어 나 먹었어, 에휴~~ 왜 안죽어져"

"아무소리 말어 난 엄마가 있어서 이렇게 좋은데....."

 

묵밥을 내 입에 한 숟가락 엄마 입에 한 숟가락씩 떠 넣으며 목이 메인다.

언제까지 이렇게 할 수 있을까?

 

 "아이구 왜 안죽어지는지"

"그런 소리하지마, 엄마는 지금 엄마같은 시어머니를 50년 모셨잖아

 엄마는 이제 겨우 몇일 됐다고...

 엄마 오래 살아야해 알았지? 엄마 고마워 날 알아봐줘서 고마워"

 

 저녁을 먹고 나니 추워 방으로 들어가신단다.

"엄마 미안해, 내가 엄마 속을 너무 썩여드려 미안해"

"아니 감사햐~, 감사하다, 감사하다"

"아니 엄마가 나를 알아보니 내가 감사하지"

 

 얼마를 끌어안고 울었는지....

엄마 나 어릴 때 엄마가 찬송가 많이 불러줬지?

내가 오늘 엄마가 불러줬던 찬송불러줄께

 

"성령이여 강림하사 나를 감화하시고......"

어머니가 따라하신다.

아~~~ 너무 감사해 찬송을 부를 수가 없다.

어머니가 기억을 하시고 찬송을 부르시고....

"주님 감사합니다"

 

"내 주를 가까이 하려함은 십자가 짐 같은 고생이나"

또 어머니가 따라하신다.

갑자기 기저귀를 벗겠단다.

기저귀를 갈아드리는데 전혀 젖지 않았다.

 

 "괜찮은데...."

답답해 하시는 거 같아 옷울 벗겨드리니 아내가 목욕을 시키겠단다.

함께 목욕을 시켜드리면서 눈물이 주체할 수가 없다.

바싹 마른 몸이 한 줌도 안된다.

 

 어머니를 씻겨 드리고 옷을 입히고

엄마를 끌어안고 얼마나 울었는지...

그저 감사하단다.

"우리 아들, 감사햐~~"

"엄마 내가 미안해 그동안 엄마 혼자 이 방에서 지냈잖아 이제 엄마 혼자 안두께... 미안해"

"아니 감사햐~~"

"엄마가 아들 잘 키웠지? 엄마가 잘 키웠어.. 고마워 엄마"

 

 두통이 몹시 심하다.

계속 되는 두통에 진통제도 듣지 않는다..

너무 눈물을 많이 흘렸나?

 

 잠깐 나왔다 들어가니 엄마가 맨 바닥에 누워계신다.

"왜 여기 이러고 있어?"

"추워, 왜 이렇게 추워"

"어머니 몸이 얼음장처럼 차다"

 

매트 온도를 최대한 올리고, 엄마를 맨살로 꼭 안아드리니

"아이구, 너는 왜 이렇게 더우냐 나는 추운데....."

손발을 주물러 드리고, 아무리 해도 춥다고 한다.

옷을 벗고 다시 안아드리니 좀 풀리시나보다

 

"아이구 감사해, 감사하다, 감사하다"

비몽사몽간에 감사하다만을 연발하시며 까물까물하신다.

이러다가 돌아가시는 건 아닌지...

'엄마, 아직은 안돼, 내가 밥도 더 먹여드려야 하고 더 안아드려야해'  생각하며

"엄마 미안해"를 연발한다

어머니는 그저 감사하다는 말을 1초도 안돼 연발하신다.

 

 '아, 엄마가 얼마나 서운하셨을까?'

"엄마 미안해, 엄마 미안해 내가 너무 잘못했어 엄마 미안해"

 

 잠깐 정신이 드시는지 나를 똑바로 바라보신다.

"엄마, 미안해"

"감사하다, 감사하다, 감사하다"

"엄마, 더 오래 사셔야해.

 내가 형님하고 누님들 다 화해하고 행복하게 지내는 모습 보면서 오래 사시야해

 그런다음에 하나님이 부르면 그때 가.

 시아버지 보고싶지? 할아버지가 엄마 많이 좋아하셨잖아

 아버지도 보고싶지? 우리 행복하게 사는거 보고 하늘나라 가. 알았지?

 그렇게 기도해 엄마"

 

 졸리신지 가물가물하신다.

"엄마, 사랑해"

엄마 옆에 누워 꼭 안아드리니 중얼중얼 무의식 중에도 감사를 연발한다.

"감사하다, 감사하다, 감사햐~~ 감사햐~~~"

 

 이제 나도 엄마 옆에가서 자야지.

"엄마, 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