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마당/삶을 노래하며

엄마일기(4월17일)

나무소리 2014. 4. 17. 09:59

아침 6시40분

어머니 방문을 살짝 열고 들여다보니 잠이 깨셨다.

 

"일어나셨어?"

"누구여?"

"윤희"

"윤희?"

"응. 윤희가 누구여?"

"몰라"

"막내아들"

"막내아들"

"그려, 막내아들"

자꾸만 눈물이 난다.

 

 지난 밤 잠자리에 들면서 간절히 기도했었다.

어머니가 올바른 정신으로 삼일만이라도 돌아오게 해달라고,

그러면 내가 죽는 날까지 하나님을 떠나지 않겠다고...

정말 하나님이 살아계시는 확실한 증거로 믿겠다고...

간절히, 아주 간절히 기도했는데.....

 

 하나님은 늘 내 기도를 들어주셨었다.

아버지를 10년만 더 살게 해달라는 기도를 드렸을 때도

내가 필요로 한 모든 것을 다 채워주셨다.

더도 덜도 아닌 꼭 그만큼만을.....

 

 세수를 하는데 웅얼웅얼 어머니 소리에  물기가 뚝뚝 떨어지는 상태로 뛰어 들어갔다.

"엄마, 왜?"

웅얼 웅얼 무슨 말씀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다.

"내가 누구여?"

"윤희"

"윤희가 누구여?"

"막내아들"

 

 아~~ 나를 알아보신다.

어쩌면 내가 좀 전에 알려드린 걸 잊지 않으시려 외우셨던 걸까?

"엄마, 내가 누구여?"

"막내아들 윤희"

어머니 얼굴을 만지며,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을 흘리며,

묻고 또 묻고,

엄마는 대답하고 또 대답하고.....

몇 번을 그렇게 했는지 나도 모르겠다.

 

 이렇게 행복할 수가...

엄마가 나를 잊지 않고 기억한다는게 이렇게 행복한 거구나.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을 감추고 세면을 마치고,

거울에 비친 내 모습에서 빨간 토끼눈이 보인다.

 

 출근 준비를 끝내고 엄마방에 들어가니 초점없는 눈으로 바라보신다.

"어디갔다 와?"

"출근해야지"

"응"

"엄마, 내가 누구여?"

"윤희, 막내아들"

 

 숨이 막힌다.

출근하기가 싫다.

내 이름을 부르는 엄마 옆에서 종일 내 이름을 듣고 싶다.

"엄마, 다녀올께"

"응....."

 

 기차에서도 엄마생각에 자꾸 눈물이 난다.

시선을 어디에 둬야할지 모르겠다.

 

 엄마가 나를 알아보신다.

이건 기적이고 감동이다.

이제껏 살면서 이런 벅찬 감동은 처음이다.

내 삶이 감동없이 살았던 걸 아닐까 생각해보지만 그렇지만은 않은데......

 

 이 글을 쓰는 책상머리에서도 눈물은 주체할 수 없다.

 

 신문을 통해 세월호의 참사를 접한다. 

참 그랬지 어제 세월호가 침몰했지?

아, 이런 비극적인 일이 또......

헌데 난 그런 일을 까맣게 잊고 있었구나.

 

 책상머리에서 신문기사를 읽으니 또 눈물이 줄줄 흐른다.

"엄마, 내가 말 못할까봐. 보내. 사랑해"

침몰하는 배에서 엄마에게 보낸 문자라는 글을 보며

직원들이 있든 말든 펑펑 눈물을 쏟는다.

 

 사랑한다는 말을 할 기회가 언제나 누구에게나 주어지는게 아니구나.

그런 기회가 주어졌을 때 하지 못하면 평생을 후회하겠구나.
엄마에게 그런 말 한마디 하지 못한 지금의 나처럼....

 

 엄마가 알아듣지 못하는 지금이라도 매일 해야지.

"사랑해, 엄마"

 

 나이가 들면서 자꾸 눈물이 많아지는 것 같다.

왜 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