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마당/삶을 노래하며

엄마일기(4월 15일, 치매 걸린 어머니~!)

나무소리 2014. 4. 15. 22:44

복지관에 갔다오니

"누구여?"하신다.

 

 

아내 말로는 사람을 못 알아보신단다.

"누구유?"

"나, 몰라? 막내아들"

"몰라."

"누구유?"

"나 윤희 막내아들 몰라?"

"몰라"

 

 

 계속 같은 말만 반복하신다.

잠시 방에 들어와 옷 갈아입는 사이 이불을 다 걷어 내시고 맨바닥에 누워계신다.

 

"왜 이러고 있어? 저리 가야지"

"누구여? 어빠?"

"막내아들..."

 

 대변을 조금 싸시고 변비로 힘들어 하시는 것 같다.

아내가 관장을 시켜 변을 보시게 하는 게 나을 거 같단다.

 

 옷을 벗기고, 내가 팔 다리를 잡고 아내는 관장약을 넣는다.

"아퍼, 아퍼, 아퍼~, 하지마"

"아퍼두 참어, 그래야 안 아퍼"

관장약이 대장에서 제역할을 할때까지 뒤를 막고 있으니

힘드신지 아퍼 소리만 계속 내신다.

내 눈에선 눈물이 줄줄 흐른다.

 

 5일만에 변을 보시니 냄새가 어찌나 심한지

헌데 조금도 불쾌하거나 불편하지 않다.

내 비위가 본래 좋지 못한데 어쩐 일이지?

 

 변기에 앉히고 비데로 씻기려다 샤워기로 씻기려는데

힘을 주시더니 다시 변을 시원하게 보신다

내가 행복하다.

얼마나 시원하실까.

그 동안 얼마나 힘들고 괴로우셨을까?

 

 어머니를 씻겨드리고 옷을 갈아 입히고

이제 누워 주무셔 했더니

"누구여? 어빠?"

 

 그냥 눈물이 주루르 흐른다.

1주일 전만해도 그렇게 총명하시던 분이.....

 

 어쩌면 지금의 저 모습이 더 행복해 보이신다.

아들, 며느리 눈치보면서 싸시는 게 염려돼 드시는 것도 절제하시고,

소변을 실수하셔도 민망해 굳은 표정을 하시더니

어린 아이 같이 아프다고 말하고,

무표정한 은 어머니가 훨씬 편하고 행복해 보인다.

본래 어머니는 저렇게 행복한 분이셨는데......

 

어머니가 행복해 하시는데 난 왜 자꾸 눈물이 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