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일이다.
55년전 날 낳으시느라 얼마나 힘드셨을까?
"오늘이 내 생일여, 알어?"
"몰라"
그렇게 총명하고, 그렇게 기억력이 좋으셨는데 모르다니.
가슴이 아리다.
눈물이 핑 돈다.
예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녹두죽을 샀다.
어머니는 어제도, 오늘 아침도 사골국을 드셨다.
미역국을 드려야겠지만 아마도 지겨우실게다.
방문을 여니 어쩔 줄 몰라 하신다.
예배 간 두어 시간동안 어찌나 소변을 많이 보셨는지
기저귀가 흥건하니 벗으려다 못벗으셨는지 찢어져 솜이 나와있다.
예배를 안갈걸....
예배가 뭐라고 어머니를 혼자두고....ㅠㅠㅠ
어머니와 함께 있는게 예배인 걸.....
기저귀를 갈아드리고,
물수건으로 대충 닦아드리고,
녹두죽을 먹여드리는데 아무 맛도 모르시는 것 같다.
"더 드실랴?"
"싫여~~"
생일이라고 큰조카네랑 저녁을 먹으러 가는데도 맘이 편치않다.
낚지볶음을 맛있게 먹는 동안 어머니 생각은 나지도 않는다.
이게 자식이구나.
자식이 누워있으면 목구멍에 넘어가지 않았을텐데....
그냥 죄송하다.
낙지에게 죄송하고,
어머니께 죄송하고,
싸가지가 없는 것 같아 너무 죄송하다.
밤에 자꾸 거실로 나온다.
"그려, 방에만 있지말고 여기 나와 있어.
엄마, 오늘이 내 생일여 알어?"
"몰라, 생일이면 내가 잘 먹어야 하는데......"
이상하다
절대 저런 말씀 하실 분이 아닌데....
뭔가, 이상하다.
정상이 아니다...
"그려, 빨리 좋아져야 잘 먹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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