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는 자는 기쁨으로 거두리로다."
"한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아니하면 한알 그대로 있거니와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
저자는 충주에 있는 성심농아학교에 농아학생들을 20년동안 가르치면서
학교를 졸업한 제자들이 남루한 차림으로 학교를 찾아오는 가난한 제자들을 만날 때 마다
나이 든 선생이 젊은 제자들보다 잘 먹고 잘 산다는 사실이 미안하고
더 좋은 길을 열어주지 못한 무능함이 부끄러웠다고 고백한다.
그는 농아인들의 귀와 입이 되어 주기 전에
그들의 가슴 속에 눈물로 씨를 뿌리는 농부가 되었고,
한 알의 밀알이 되어 썩어 가면서 많은 열매를 맺기를 간절히 바란
진정한 교육자라는 생각을 조심스레 해본다.
저자는 농아인들이 눈이 맑게 빛나고, 풍부한 표정과 제스처를 갖고 있어
모두가 예쁘고 잘 생겼으며 매력적인 외모를 지녔다고 말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시각이 아닌 농부의 시각으로 본 새싹들을
그는 사랑과 희망을 담고 보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저자는 교육의 목적은 아이들에게 장차 '밥벌이를 만들어주는 것'으로
나중에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해 주지 못한다면 교육은 처음부터
존재 가치가 없다고 단언한다.
교육자로써 할 말은 아니지 생각되지만 현실이 그렇고,
자본주의에 물든 현대인들 그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 사실이다.
학교 내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야구라는 스포츠를 통해
제자들이 경제적인 부를 누리면서 그들에게 하나의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
운영위원회를 열고, 외부의 도움을 통해 농아인 야구부를 창단한다.
엄격한 규칙을 말을 듣지 못하는 농아인에게 가르치고,
몸에 감각적으로 기술을 가르친다는 것이 몹시 어렵지만
사명감을 가진 선생님과 진정 야구를 사랑하는 감독들의 헌신으로
하나하나 실력을 쌓아가며, 아이들에게 재미를 느끼게 만드는 장면은 눈물겹다.
시합에 나가 단 한번도 승리하지 못하는 가운데서도
선생님은 늘 그들 편이 되어 희망을 잃지않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선수들을 위로하면서도 뛰어 넘기를 간절히 바라며,
"우리는 청각장애인이기 때문에 진것이 아니라 야구를 잘못했기 때문에 졌습니다.
이길 기회는 반반씩 똑같았는데 우리는 실수가 많았지요."라고 말한다.
언제나 시합에서 패배만 하는 성심학교 야구부의 해체위기에서
"나는 특히 누구를 치켜세우고 칭찬하는 사람 쪽에도,
누구를 비난하는 쪽에도 서고 싶지 않다.
그리고 현재 행복한 체하는 사람의 편에도 들고 싶은 생각이없다.
고민하면서 길을 찾는 아름다운 사람들의 편에 서고 싶다"는
박정석 부장의 독백이 참 쓸쓸하게 가슴에 와 닿는다.
저자가 강원도를 가는 길 평창휴게소에서 빗물이 번져있는 테이블 밑에서
징그러워 보이는 까만색의 상당히 큰 나비가 퍼덕거리는 것을
휴게소에서 일하는 귀걸이를 한 신세대 청년이 달려와
하얀 냅킨으로 나비 날개를 조심스럽게 잡더니 창 밖에 놓아준다는 한편의 얘기.
6학년 학생 세명이 늘 같이 붙어다니는데
모두 장애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몸이 불편해 휠체어를 타는
장애가 심한 아이를 함께 다니는 둘이서 변기에 앉히고,
용변이 끝나면 다시 옷을 입혀주면서 함께 하는 그들을 보면서
"아이들은 원래 천사입니다. 꽃보다 예쁘고 아름다운 것이 아이들이지요"라는
위 두가지 얘기는 선생님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참 따뜻한 얘기로 다가온다.
"야구는 자신의 꿈이었고, 제자들을 통해 그 꿈을 이루었다.
힘든 과정이기는 했지만 나는 그것을 통해 행복을 느꼈다."고 저자는 말한다.
교직을 명예퇴직하고도 아무것도 없는 불모지와 같은 어려운 여건 가운데
국제농아인 야구대회를 맡아 치루고, 이제 다른 일을 하는 선생님은
그 동안의 지난 일을 회상하며, 행복해하고 또 다른 꿈을 이렇게 말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가 초기에 가졌던 꿈들은 하나씩 이루어지고 있다.
나는 다음 농아인 올림픽이 열리는 그리스 아테나의 야구경기장에 꼭 나가 앚아 있으려고 한다.
예전 충주성심학교가 처음 봉황기 대회에 나가 장안이 떠들썩하던 그 시간에 그랬던 것처럼......"
살면서 누구나 꿈을 꾼다.
그러나, 꿈을 꾼 모든 사람이 그 꿈을 이루는 것은 아니다.
이 땅에 교육의 부재라는 말과 함께 참 살기 어려운 세상이라지만
그래도 아직 이 땅은 희망이 있다.
눈물로 씨를 뿌리고, 한 알의 밀알이 되는 조일연 선생님 같은 분이 계시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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