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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다케 히로타다] 괜찮아 3반

나무소리 2011. 1. 12. 15:14

제   목 : 괜찮아 3반

지은 이 : 오토다케 히로타다. 전경빈 옮김

읽은 날 : 2011. 1. 11-12


 [오체불만족]의 오토다케 히로타다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이 소설을 읽는 내내

[장영희]교수의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을 생각했다.


 소설의 저자와 장영희교수는 차이는 있지만 둘 다 장애인이라는 것과

신체의 장애와는 정반대로 정신적으로 맑은 영혼으로 빛나고,

긍정적이고도 적극적인 사고에 따뜻한 마음을 소유한 것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장영희님의 [괜찮아]라는 부분을 읽었을 때의 포근한 감동이

이 소설 전체에 따뜻한 분위기로 깔려 있어 참 행복했다.


 한권의 소설이지만 8개의 작은이야기로 구성된 이 소설은

작가 자신을 아카오 신노스케 선생님으로 등장시켜

28명의 학생들과 한 해 동안 겪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소설이 전개는데

초등학교에 처음 부임한 주인공 선생은 부임인사로 학생들에게

자신은 장애인으로 할 수 없는 일이 많으니 그럴 때는 꼭 도와달라고 부탁한다.


 5학년 3반 담임을 맡게 된 아카오 선생은 장애인으로 할 수 없는 일은

그의 20년 지기 친구인 시라이 유사쿠 보조교사가 때로는 조언자로

때로는 동반자로 함께 동역을 하며, 반 아이들을 이끌어 간다.


 첫 번째 이야기에서 일반적이지 않은 선생님에서 주인공은 보조교사에게

“어차피 나는 출발 지점부터 일반적일 수 없는 사람이야.

 그러니까 내 교사생활에도 애초에 일반적이라는 기준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

 나는 앞으로 아이들을 위한 것인가 아닌가만 생각할 거야.”라며

일반적인 관례와는 다르게 벚꽃 아래서 학급회의를 가지며

학급 목표를 “모두모두 웃는 얼굴”로 정한다.


 두 번째와 세 번째 이야기에선 실내화가 없어 진 두 학생의 일을 해결함에 있어

곤노선생과 차노선생의 이야길 조언으로 순수한 마음으로 접근해

자신의 방법으로 학생들에게 “괜찮을 거야”라고 위로하며 실내화를 찾아주고,

실내화를 숨겼던 아야노는 다운증후군 장애를 가진 언니를 통해

자신이 힘들어 했던 마음을 이야기 하게 함으로 상처를 감싸주며,

모든 학생에게 장애는 결코 이상한 게 아니라 다를 뿐이라는 것을 깨닫게 한다.


 네 번째는 운동회 이야기로 최고가 되기 위한 노력을 이야기한다.

100미터 달리기에서 노력했지만 1등을 못해 마음에 상처를 받을 아이 얘길하며

“결과적으로 1등이 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아.

하지만 1등이 되려고 노력하는 것은 소중한 거 아닌가?

그 노력이 자신의 능력을 키워 줄 테고, 반대로 아무리 노력해도 바라는 걸 얻지 못하는 경험 속에서 좌절도 느껴 볼 수 있는 거고.”

“좌절 말입니까?”

“나는 좌절의 경험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해.

 물론 상처 입는 게 괴롭긴 하지만, 인간은 좌절을 반복하면서 배워나가는 게 아니겠어?

 자신이 어떤 인간인지, 어떤 걸 잘하고 어떤 걸 못하는지 하는 것도 알 수 있게 되고.”


선임자인 곤노 선생은 현실 학교 교육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지금 우리의 교육 현실은 정반대로 나아가고 있어.

 아이들을 어떻게 하면 상처 입히지 않을까,

 어떻게 하면 좌절을 경험하지 않게 할까하고,

 이건 마치 ‘너는 그냥 너대로 좋아!’하고는

 비닐하우스에 가둬 놓고 온실 재배를 하는 듯한 느낌이야.

 이렇게 하다가는 도리어 아이들의 앞날에 먹구름이 끼고 말 거야.“라고......


 운동회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1등을 하지 못한 아이에게

[결과보다는 성장]을 이야기 하면서 다음과 같이 위로한다.

“너희들이 앞으로 어른이 되면 이 말이 지금과는 다른 방식으로 듣게 될 거야.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했다고 아무리 호소해도 결과를 내지 못하면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해.

 그게 바로 사회라는 것을 언젠가는 알게 될 거야.“

“사회는 참 무서운 곳이구나......”

“그럼, 무서운 곳이지. 하지만 너희는 아직 어른이 아니야.

 그러니까 지금은 결과만 신경 쓸 게 아니라 노력해서 더욱 힘을 키워 나가야 해.“


 다섯 번째 “여름이면 난 우울해져!” 에선 물에 대한 공포가진 기미히코에게

물의 공포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손, 발이 없는 선생 스스로 수영을 배우며,

학생에게 희망을 주고 스스로를 일으킬 수 있도록 독려하는 모습이 눈물겹다.


 여섯 번째 “정상에 오르기까지”는 소풍을 가는 여정 속에

전동휠체어를 탄 선생님을 위해 학생들과 동료 선생들이 하나가 되어

힘겨운 노력으로 산 정상까지 오르는 모습은 공부보다 중요한

하나의 산교육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일곱 번째 얘기는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하게 되어 전학을 가게 되는 코지가

자신은 눈에 띄지 않는 존재로 자기가 전학가도 안타까워하지 않을 것을 두려워해

힘들어하는 것을 위로하는 내용으로 28/68억 이라는 숫자로

같은 한 반 식구는 대단히 큰 인연으로 한사람이 없으면 모두가 아니며,

몸은 떨어져 있어도 어딜 가든 하나라는 공동체 속에서 자아의 존재를 인식시킨다.


 마지막 “여덟 번째, 모두 다르니까 모두가 좋아”에선

발렌타인데이를 맞아 초콜렛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좋아하는 사람에게 상처 입은 학생에 대해 자존감을 세워주고

인간관계에서 때론 실패하기도 하고 상처를 받는 사람들이지만

인간은 누구나 나름대로의 장점과 단점을 가지고 있음을 일깨워준다.


 “그러나 아이들은 성장한다. 언젠가는 어른의 눈이 미치지 않는 곳에서

 인간관계를 맺어야 할 때가 온다. 엉켜 버린 인간관계를 조정해 줄

 담임선생님이라는 편리한 존재가 그때는 없다. 그것을 생각해야 한다.

 괴로움 속에 굴러 떨어지지 않게 하려고 아이들이 걸어가는 길에 있는

 걸림돌을 모두 제거해 버리는 교육 방식을 취해서는 절대 안 된다.

 질투, 갈등, 안타까움 등의 감정을 겪게 하지 않은 채

 아이들을 사회로 내보내는 것이 오히려 무책임한 게 아닐까”


 어쩌면 교육은 위와 같이 조정자가 없을 때 스스로를 조정하고,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게 교육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 책은 장애인에 대한 역경을 극복하는 수기도 아니고,

소설이라고 하지만 썩 재미있는 스토리가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자녀를 가진 부모라면 한번쯤 꼭 읽어보아야 하고,

진정한 교육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돌이켜 생각해볼 여지를 주는 책으로

교육자라면 이 책을 꼭 읽어 봐야하는 필독서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