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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린M 펀불]숲 사람들(The Forest People)

나무소리 2012. 4. 6. 14:46

제   목 : 숲 사람들(The Forest People)

지은 이 : 콜린 M. 펀불 / 이상원 옮김

읽은 날 : 2012.  4.


 약 50년 전 아프리카의 밤부티 피그미족과 약 3년간 함께 생활하면서 그들의 의식주롤 포함한 일상 생활상과 가족관, 죽음을 포함한 내면의 사고, 관습, 문화, 축제 등 저자가 직접 듣고, 보고, 경험한 것을 일정한 형식이나 틀에 매이지 않고 기록한 책이다.


 지금부터 50년 전이라면 문명이나 학문의 발달이 지금에 비해 턱없이 부족했던 터전에서 편안한 삶을 버리고, 다소 불편한 숲에서 그들과 생활하면서 인류학에 대한 깊은 관심과 함께 인간애를 통한 학구열에 찬사를 보내며, 밤부티 피그미 족이 자신들과 같은 사람이라고 믿고 따랐던 저자는 피그미족이나 흑인들에 대한 편견이나 우월의식은 없는 학자이기 전에 휴머니스트가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이 책의 내용을 살펴본다면 피그미 족은 모두 똑같진 않지만 대부분 비슷한 유형으로 외형부터 흑인부족과 많은 차이점을 보인다. 평균 신장이 140㎝에 불과하고, 몸에 비해 다리길이가 짧으며, 근육이 상당히 발달해있고, 머리는 둥글고 두 눈 사이가 먼 편으로 코는 납작하고 입길이만큼 퍼져있는데 털이 많은 피그미도 있고, 털이 전혀 없는 피그미도 있다고 한다.

 

 서로 다른 부족일지라도 피그미 족의 공통점은 숲에서 생활하며, 정착생활이 아닌 사냥이나 꿀을 채취하면서 좋은 물이 있는 곳을 옮겨 다니는 유랑민족이다 보니 주거환경에 신경을 쓰기보다는 식생활에 초점을 맞춰 이동생활을 하고, 필요한 물자를 흑인들과 물물교환하거나 부정기적으로 흑인들의 플랜테이션 농장에서 일을 해 소득을 얻어 생활하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주거환경은 여자들이 간단히 나무와 바나나 잎 등으로 임시로 만드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살면서 복장 또한 신경 쓰지 않는 아프리카의 일반적인 소수민족들과 다를 바 없이 생활한다.


 벨기에 정부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피그미족이 정착생활을 하도록 여러 가지 노력을 했으나 직사광선을 견디지 못하는 취약점이 있고, 정착생활에 수반되는 질병에 취약한 점, 피그미족의 행동과 사고는 숲속의 이동 생활에 맞춰져 수 천 년 동안 생활해왔기에 정착생활자체는 정신적, 육체적 충격이 엄청날 수밖에 없기에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다.


  피그미족은 근친결혼이나 근친상간을 큰 죄로 여기고 있으며, 누이를 교환하는 방식으로 결혼을 한다. 그들은 의식주를 비롯한 모든 것은 숲이 인간에게 주는 귀한 선물로 좋은 것 뿐 아니라 삶 속에서 오는 불행한 질병, 죽음까지도 숲이 주는 것이라면 당연히 감사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긍정적 사고를 가지고 있다.


 미개발국에서 대부분 발생하는 주술적인 신앙이나 토테미즘 등의 특별한 신앙이나 종교가 없으며, 추장, 재판관, 제사장, 통치자 그 어떤 것도 없이 그냥 여건이 주어지는 대로 생활하며, 어떤 문제든 숲이 있는 한 대화를 통해 해결된다는 사고를 갖고 있다.


 교육 또한 일정한 틀에 의한 교육보다 부족이 함께 어우러지면서 살아가는 자체가 자연적인 공교육이고, 숲에서 살면서 어려서 나무타기를 하거나 사냥을 하는 등 모든 것 하나하나가 교육이 된다.


 이 책에서 상당한 비중을 두고 서술한 축제이면서 피그미 족의 큰 행사를 살펴보면


 첫째, 몰리모 축제를 알아보자. 어쩌면 우리나라의 정월대보름 행사쯤으로 여기면 되지 않을까 싶다. 부족들은 이 축제를 통해 춤과 노래를 즐기는데 일정한 시기에 맞춰 축제을 여는 것이 아니라 사냥이 잘 되지 않거나 누군가 죽게 되면 갖는 이 축제는 몰리모라는 어린나무로 만든 피리를 불면서 남자들이 잠을 자지 않고 밤이면 장기간 벌이는 축제였는데 문명이 들어가면서 몰리모(피리)는 나무에서 금속으로 된 백인들이 상하수도 관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을 구부려서 만든 피리를 불게 된다. 그 전통악기를 왜 버리게 됐냐고 저자가 묻자 형식을 중요시 여기지 않는 그들은 나무든 금속관이든 그 재질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것이 되었든 숲을 깨울 수 있는 소리를 낼 수 있다면 재질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그들은 말하는데 몰리모는 남성들을 위한 축제로 여성들은 축제기간 동안 밤에는 나와서는 안된다는 규칙을 갖는다.

 피그미족은 사람이 사냥이 잘 안되거나, 누군가 병에 걸리거나 죽는다는 것은 숲이 잠을 자기 때문에 일어나는 좋지 못한 것으로 숲을 깨우면 그 모든 것은 자연히 숲이 물리칠 것이라는 의식에서 비롯된 축제다.


 둘째, 엘리마 축제는 여자들의 성인식에 해당하는 것으로 초경이 시작되는 여자들끼리 함께 모여 여자들이 해야 할 일과 어른으로 불러야할 노래 등을 배우면서 결혼생활부터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여자로써의 의무를 배워가는 축제가 되고, 배우자를 선택하는 기회가 된다.


 셋째, 은쿰비는 남자들의 성인식으로 할례를 행하는 하나의 의식인데 피그미족 자체로 하는 것이 아니라 흑인마을의 청년들과 함께 하는 의식으로 본래 이 의식은 피그미족의 전통의식이 아닌 흑인들이 피그미족을 지배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 의식을 갖도록 했지만 강제적인 의미는 없이 물자를 얻거나 교환하는 등의 필요에 의한 공생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 그 목적이라고 하지만 이 책을 읽는 내 생각은 흑인의 통치적인 개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중반부까지는 서로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의 부족으로 다소 지루한 느낌과 그냥 우리와 다른 문화구나 정도로 읽었는데 후반부의 피그미족 케켄이 저자와 함께 여러 지역의 피그미를 찾아다니면서 흑인부족들과 만나고, 다른 부족의 피그미와 접촉하기도 하고, 백인 선교사와의 새로운 만남, 많은 동물들이 서식하는 국립공원 방문, 숲에서 한번도 보지 못했던 산을 보면서 새로운 환경인 산에 내려다본 평원의 느낌, 산에 하얗게 쌓인 눈을 아무리 설명을 해도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 발달된 물질문명 속에서의 편리한 삶 등을 그가 새로운 문화와 문명을 접하는 모습은 더없는 즐거움을 줬다.


  저자는 흑인과 피그미와의 관계를 하나의 상호의존형태의 좋은 관계로 서술하고 있지만 실제 생활에 있어서 어쩌면 우리나라의 양반과 평민의 차이 내지는 그 이상의 천민의 차이로 느껴지면서 피지배자와 지배자의 관계로 생각됐다.

  그럼에도 저자는 ‘왜, 그렇게 쓰지 않았을까?’ 생각해볼 때 흑인을 지배하고 있던 유럽의 백인입장에서 이 책을 쓰다 보니 자신들이 흑인들을 지배하지 않는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표시하는 백인우월의식을 가진 독자들의 거부감에 신경을 쓴 것이 아닐까 생각해봤다.


 이 책을 읽으면서 조선 말기 외국선교사들의 눈에 비친 우리민족의 모습은 어땠을까를 한번 생각해봤다. 일상생활에서 효를 바탕으로 부모를 공경하는 우리의 문화, 물질적으로 빈곤하면서도 제사만큼은 풍성히 모시는 제례의식, 아무리 바쁘고 어려워도 이웃에 초상이 나면 작은 부조를 통해서 3일 동안 함께 먹고 마시면서 성대하게 치르는 장례문화, 설 명절부터 정월대보름까지의 농경문화와 함께 그때 일어나는 풍물놀이 같은 축제문화, 두레 등 협동을 바탕으로 하는 농사문화, 병이 돌거나 비명횡사의 횡액 등을 당할 때 하는 궂 문화 등 이런 모든 것들이 신비하면서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저력을 가진 민족임을 알고 우러러보지 않았을까?


 모든 것을 자연의 흐름에 순응하며 이웃과 더불어 살아왔던 우리 문화, 자연 속에서 얻은 작은 것 하나에도 감사할 줄 알고 어른은 아이를 바르게 교육하고 아이는 어른을 공경할 줄 알았던 우리의 정신적 사상. 자신의 이익을 위하기보다 공동의 이익을 위해 조금은 한발짝 물러설 줄 알았던 우리 선조들의 사양지심. 점점 사라져가는 우리민족의 따뜻한 마음과 문화가 간절히 그리워진다.

 

[콜린M.펀불] 숲사람들.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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