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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지오노] 나무를 심은 사람

나무소리 2010. 12. 30. 11:34

제   목 : 나무를 심은 사람

지은이 : 장 지오노. (김경온 옮김)

읽은날 : 2010.  12.  27

 

 실화를 바탕으로 쓴 장 지오노의 이 소설은

마치 쌩 떽쥐베리의 [어린 왕자] 같기도 하고,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요약본을 읽는 듯한 느낌이면서

짧고 간결한 문체에 책을 읽는 순간 덮어버린 것 같다.

 

 읽는 동안의 잔잔한 울림과 함께 책을 덮으면서 허전함으로

처음부터 다시 한번 읽어본다.

두번을 읽는데 걸린 시간이 커피 한잔 마시는 시간만큼 짧게 느껴졌다.

그렇다고 무척 재미있는 책이라는 뜻은 아니다.

 

 작가가 알프스 산맥의 해발 1,200~1,300미터의 불모지인 산악지대의

헐벗고 단조로운 황무지를 도보 여행하던 중

그늘을 가려줄 나무 한 그루없다보니 물도 없는 폐허의 마을을 지나며

갈증과 혼자만의 고독감 속에 헤메던 중 한 양치기를 만난다.

 

 그는 [엘제아르 부피에]라는 쉰다섯 살의 양치기 였는데

작가는 그에게 물을 얻어 마시고 그를 따라가게 된다.

깔끔하고, 반듯한 모습으로 황무지에 혼자서 돌집을 짓고 살아가며,

고독감에 빠진 사람의 특징처럼 말이 없이 자기 일만 하는 사람이었다.

 

 저녁을 얻어 먹고 그날 밤 그 집에서 묵게 되는데

양치기는 조그만 자루를 가지고 도토리 한 무더기를 탁자위에 쏟아 놓고,

하나하나를 꼼꼼히 살펴보며, 좋은 것과 나쁜 것을 고르는 것을 보고

도와주겠다고 했지만 그는 자신이 할일이라며 묵묵히 일을 하고,

100개의 도토리가 모아졌을 때 잠을 잤다.

 

 다음 날 아침

그 양치기는 양떼를 몰고 나가면서 굵기가 엄지손가락만한 쇠막대기와

전날 골라 놓은 도토리를 들고 집을 나서 양떼는 개들이 돌보도록 하고

쇠막대기로 구멍을 파고 그 안에 도토리를 심는다.

 

 그의 땅이냐고 물으니 아니라고 했다.

그럼 누구의 땅인지 알고 있느냐고 물으니 그것도 모르겠고

그저 공유지이거나 누구의 땅이건 상관이 없다는 생각으로

정성스럽게 도토리 100개를 심었다.

 

 점심을 먹고 다시 도토리를 고르는 그에게 작가가 물으니

그는 3년 전부터 이 황무지에 홀로 나무를 심어

10만개의 도토리를 심어 그 중 2만 그루의 싹이 나왔고,

2만 그루 중 절반 가량이 죽어버릴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예전에 아무것도 없는 이 황무지에 1만 그루의

떡갈나무가 자라게 될 것이라 했다.

 

 그는 쉰다섯 살이며, 이름은 엘제아르 부피에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평야지대에서 농장을 하며 자신의 꿈을 키워가던 중

하나 있던 아들이 죽고, 아내가 죽자 고독과 함께 이곳에 와서

한가롭게 고독을 즐기면서 살아가는데

이 땅이 죽어가는 것은 나무가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그 상태를 바꾸기로 결심했다고 말한다.

 

 30년 후면 떡갈나무 1만 그루가 멋지게 자랄것이며

너도밤나무 재배법을 연구해 어린 묘목을 심어 놓고,

습기가 있을 만한 곳에는 자작나무를 심을 것이라고 했다.

 

 1914년 1차대전이 일어나 참전하고 5년 뒤

작가는 그가 죽었을 거라 생각을 했는데 그는 더 원기왕성해져 있었고,

어린 나무를 해치는 양을 4마리만 남기고 처분하고는

100여통의 벌을 치면서 살아가고 있었다.

 

 그는 계속 나무를 심었고 1910년에 심은 나무는 열살이 되어

상당히 자랐으며 숲은 세구역으로 나누어 넓은 곳은 11키로에 이르렀다.

아무런 장비도 없이 도와주는 사람도 없이

꿈과 희망을 가진 한 사람의 영혼과 땀에서 나온 창조물이었다.

 

 그는 자신의 꿈대로 떡갈나무와 너도밤나무를 심었고,

습기가 있을 법한 곳에는 자작나무를 심었는데

마을로 내려오는 길에 개울물이 흐르는 것을 보게 된다.

 

 바람이 씨앗을 퍼뜨려 주었고,

물이 나타나자 버드나무와 갈대, 풀밭이 생겨나고, 꽃들이 피기시작했다.

아주 서서히 일어난 변화이기에 사람들은 당연히 그냥 있는 줄 알았다.

 

 산토끼와 멧돼지가 산으로 찾아들게 되고,

사냥꾼들이 이를 쫓아 올라와서도

그들은 그냥 있는 것으로 생각해 부피에가 하는 일에 아무 간섭도 하지 않았다.

 

 한때 엘제아르 부피에는 1년동안 1만그루의 단풍나무를 심었는데

모두 죽어버린 일도 있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그 다음 해 너도밤나무를 심었다고 했다.

 

 1933년 숲을 보고 놀란 산림감시원이 엘제아르 부피에를 찾아와

천연 숲에 산불을 내면 위험하니 집 밖에서 불을 피우지 말라고 경고를 하는데

그 때 주인공은 75세의 나이로 12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너도밤나무를 심으러 다니다

너무 먼 거리라 그곳에 돌집을 짓고 나무를 심었다.

 

 1935년 정부 대표단이 그 곳의 나무를 보호하게 되고

산림 감시원까지 파견하게 된다.

 

 작가가 그를 마지막으로 본 것이 1945년 6월 그의 나이 87세였고,

그곳은 울창한 숲이 되어 계곡이 흐르고 산으로 버스가 다녔고,

많은 사람들이 이사와서 마을을 이루게 되었다.

 

 엘제아르 부피에는 1947년 바농 요양원에서 조용히 눈을 감는다.

 

 참 감동적인 책이다.

한 사람의 고결한 인품을 가진 사람이 

황폐한 땅을 옥토로 바꿀 수 있다는 것.

 

 한사람의 끈질긴 노력과 강한 집념이

새로운 세계를 열어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책.

 

 내게 유익이 되는 뭔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모두에게 유익이 되는 것이 있다면

누가 알아주든 말든 묵묵히 내길을 걸어가는 것.

그것이 진정한 사랑이며, 진정한 자유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