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그리스인 조르바
지은 이 : 니코스 카잔차키스
읽은 날 : 2010. 12. 2 - 16
이 소설을 통해 지금까지 살아온 내 삶을 다시한번 돌아본다.
‘나는 삶을 마무리 할 때 가슴 깊이 떠올릴 사람이 있을까?’
‘누군가에게 뭔가를 꼭 전해주고 싶은 유물 하나쯤 있을까?’
‘누군가의 가슴 속에 깊이 남는 삶은 살았는가?’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나를 보여준 적이 있는가?’
전부터 꼭 읽어야지 생각했던 책였는데 차일피일 미루다
법정스님의 내가 사랑한 책을 읽고, 거기 소개된 책 중 먼저 읽게 됐다.
이 책의 제목에 나타난 [그리스인 조르바]는 실존 인물로
작가 카잔차키스의 삶의 철학이나 삶의 방식에 큰 영향을 준 사람이다.
작가는 자서전에서
[내 삶을 풍부하게 해준 것은 여행과 꿈이었다.
내 영혼에 깊은 골을 남긴 사람이 누구누구냐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꼽을 것이다.
호메로스, 베르그송, 니체, 조르바.....]라고 서술했다.
이 책의 중반부까지 읽는 동안 조르바는 그저 평범한 한 사람으로
일상적인 본능에 끌리는 해양문화권의 다혈질의 인간으로
인간적이면서도 단순무식하기 그지없는 인간으로 그려진다.
인간은 실패를 했을 때, 상처를 받았을 때 그 사람의 가치가 나타난다던가?
작가가 크레타로 가는 길에 우연히 항구에서 60대의 조르바와 만난다.
우연히 만난 작가에게 조르바는 자신을 데려가 달라고 한다.
“무슨 일을 하십니까?”
“닥치는 대로 하죠. 발로도하고 손으로도 하고 머리로도 하고......
하지만 해본 일만 해가지고서야 어디 성이 차겠소“하며,
마지막으로 광산에서 일을 하며, 십장 노릇을 했는데
아무 이유도 없이 시찰 나온 우두머리를 구타함으로 해고가 됐다고 했다.
그는 스무살 때 산투르 소리를 듣고, 사흘 동안 밥도 먹지 못했다.
결국 결혼하려 모아둔 돈을 다 털어 산투르를 사서
살로니카로 가 1년동안 돈도 내지 않고 산투르를 배웠고,
그 후 죽을 때까지 [산투르-악기의 일종]를 꼭 안고 다니게 되는데
자신을 [알렉시스 조르바]라고 스스로 소개한다.
막일로 거칠어진 손에 부드러운 음악이 어울릴 거 같지 않지만
그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것은 최선을 다하는 모습과
순수한 인간미와 감성을 자극하는 예술을 생각하며 함께 동행한다.
크레타 섬으로 가는 배에서 왼손 집게손가락이 반 이상 잘려나간걸 보고,
손가락이 짤린 이유를 묻자
한때 도자기를 만들었는데 녹로를 돌리는데 자꾸 거치적거려
만들려던 진흙을 자꾸 뭉개기에 손도끼를 들어 잘라버렸다고 했다.
작가는 글에서
‘얼마나 사랑하면 손도끼로 내려치고 아픔을 참을 수 있을까’라며
“어느 성인이 여자를 보고 육체의 욕망을 느끼자
하늘나라로 가는 장애물로 여겨 도끼로 남근을 잘랐다”고 하자
“그건 천국으로 들어가는 열쇠”라고 말하며,
병신은 천국에 들어가지 못한다고 단언을 한다.
크레타 섬에 도착해 작가는 조르바와 함께 갈탄채굴사업을 하게된다.
조르바는 현실에 충실한 사람으로
“모든 게 때가 있는 법이지요. 지금 우리 앞에 있는 건 육반입니다.
우리 마음이 육반이 되게 해야 합니다. 내일이면 갈탄광이 우리 앞에
있을 것입니다. 그때 우리 마음은 갈탄광이 되어야 합니다.
어정쩡하다보면 아무짓도 못하지요.“라고 한다.
조르바는 모든 사물을 대할 때마다 처음 보는 듯하며,
만물에 영혼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악기인 산투르도 자신이 하고 싶을 때 하도록 해야지
하고 싶지 않을 때는 시키지 말아야한다고 말한다.
마치 물아일체 합일사상의 인도의 범아일여사상가처럼.....
낮이면 갈탄 광에서 열심히 일하고,
저녁이면 본능에 이끌려 여인과 섹스를 즐기면서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평범한 육체노동자의 단면 속에
남의 경험이나 사상을 엮은 책이나 종교로 진리를 탐구하면서
영혼의 자유를 갈구하는 작가에게 진정한 자유는 순간순간에 있고,
그 속에서 진정한 영혼의 구원이 있다고 말한다.
갈탄광 채굴사업이 잘 되지 않자 벌목사업을 위해
케블카를 설치하는 등의 여러 가지 일을 벌이지만 결국 사업은 실패하고,
작가와 조르바는 헤어지게 된다.
헤어지기 전날 조르바와 보내는 마지막 밤이 소설의 백미를 이룬다.
그 어떤 인간의 말로 삶과 죽음에 대한 문답보다
몸으로 말하는 춤으로 모든 인간 삶을 표현하고,
서로에게 갖는 믿음과 진정한 자유를 말하는 장면은
글로 표현할 수 없는 영혼의 대화라고 밖에 볼 수 없다.
그 밤 조르바는 작가에게 이렇게 묻는다.
“두목, 만물은 각기 무슨 의미를 지닌 건가요?
누가 이들을 창조했을까요? 왜요?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들은 왜 죽는걸까요?“
“모르겠어요, 조르바”
“....아니 두목, 당신이 읽은 그 많은 책 말인데.....
그게 뭐 좋다고 읽고 있소? 왜 읽고 있는 거요?
그런 질문에 대한 해답이 책에 없다면 대체 뭐가 쓰여 있는 거요?“
작가는 인간의 삶과 진리, 자유 등을 붓다를 통해 깨닫고자 하지만
조르바를 만나면서 진정한 자유가 뭔가를 다시한번 생각하게 된다.
「세계란 무엇일까? 나는 궁금했다.
세상의 목적은 무엇이며 우리 한순간의 목숨이
어떻게 하여 세상의 목적을 이룰 수 있을까?
조르바에 따르면, 인간이나 사물의 목적은 쾌락을 창조하는 것이었다.
혹자는 정신을 창출하는 것이라고 하겠지만
한 차원을 높여서 보면 똑같은 말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왜? 무슨 목적으로? 육체가 와해되어 버린 뒤에도
우리가 영혼이라고 부르는 것의 잔재가 남아 있을 수 있을까?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면 영원불멸을 그리는 우리의 끝없는 염원은
우리가 영원불멸하다는 사실에서 유래한 것이 아니라
짧디 짧은 우리 인생에서 무엇인가 영원불멸한 것을 섬기는 데서 유래하는 것은 아닐까?」
조르바는 또 이렇게 말한다.
「새 길을 닦으려면 새 계획을 세워야지요.
나는 어제 일어난 일은 생각 안 합니다.
내일 일어날 일을 자문하지도 않아요.
내게 중요한 것은 오늘, 이 순간에 일어나는 일입니다.
나는 자신에게 묻지요.
<조르바, 지금 이 순간에 자네 뭐 하는가?>
<잠자고 있네.><그럼 잘 자게.>
<조르바, 자네 지금 이 순간에 뭐 하는가?>
<여자에게 키스하고 있네.>
<조르바, 잘해보게. 키스할 동안 딴 일일랑 잊어버리게.
이 세상에는 아무것도 없네. 자네와 그 여자밖에는. 키스나 실컷 하게.>」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이렇게 말한다.
내가 뜻밖의 해방감을 맛본 것은 정확하게 모든 것이 끝난 순간이었다.
엄청나게 복잡한 필연의 미궁에 들어 있다가
자유가 구석에서 놀고 있는 걸 발견한 것이었다.
나는 자유의 여신과 함께 놀았다.
언젠가 조르바는 작가에게 이런 말을 했다.
「어느 날 밤, 눈으로 덮인 마케도니아 산에는 굉장한 강풍이 일었지요.
내가 자고 있는 오두막을 뒤흔들며 뒤집어엎으려고 합니다.
그러나 나는 진작 이걸 비끄러매고 필요한 곳은 보강해 두었지요.
나는 불가에 홀로 앉아 웃으면서 바람의 약을 올렸어요.
<이것 보게, 아무리 그래봐야 우리 오두막에는 들어올 수 없어.
내가 문을 열어 주지 않을 거니까. 내 불을 끌 수도 없겠어.
내 오두막을 엎어? 그렇게는 안되네.>」
조르바의 이 몇 마디 안되는 말에서
나는 인간이 취해야 할 도리와 강력하면서도 맹목적인 필연에 부딪혔을 때
우리가 맞서 대적할 어조를 감득했다.
조르바와 헤어지는 마지막에 작가는 산투르 연주를 부탁한다.
「산투르를 쳐요! 조르바!」 내가 제안했다.
「두목, 내가 일찍이 이야기하지 않았던가요?
산투르에겐 느긋한 마음이 필요합니다.
한 달. 아니면 두 달... 글쎄, 그 정도 지나야 칠 수 있을 겁니다.
그때 가서 두 사람이 영영 이별한 사연을 노래로 할 수 있겠지요.」
작가가 “나는 자유롭다”고 말하자 조르바는 고개를 젖는다.
「아니요, 당신은 자유롭지 않아요.
당신이 묶인 줄은 다른 사람들이 묶인 줄과 다를지 모릅니다.
그것뿐이오. 두목, 당신은 긴 줄 끝에 있어요.
당신은 오고 가고, 그리고 그걸 자유라고 생각하겠지요.
그러나 당신은 그 줄을 잘라 버리지 못해요. 그럴 줄은 자르지 않으면......」
조르바는 그 줄을 잘라야 인생을 제대로 보게 된다고 말한다.
작가는 조르바를 교육받은 사람들의 이성보다 더 깊고
더 자신만만한 긍지에 찬 태도를 존경했고 위대한 인간이라고 표현한다.
두 사람은 헤어지고 난 후 서로 편지로 교환하면서
서로를 깊이 신뢰하고 진정한 인간으로 서로를 사랑한다.
조르바는 죽는 순간까지 정신이 말짱했고,
마지막까지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를 깊이 생각했으며,
어떤 삶을 살았든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하며,
마치 자신의 분신으로 여기며 스무 살부터 죽을 때까지
자신과 함께 한 산투르를 작가에게 유물로 남기는 유언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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