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마당/책마을 산책

[김용규]숲에게 길을 묻다

나무소리 2010. 5. 25. 14:57

읽은 날 : 2010. 4.

제    목 : 숲에게 길을 묻다.

 

 본래 이런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솔직히 말한다면 자기개발을 위한 책이라든지

인생경영철학, 재테크 이런 책을 보면 전부 거기서 거기다.

당연하면서도 뻔한 이야기라는 것 때문일 수도 있고,

어쩌면 내 얇팍한 지식이나 사고의 교만에서 오는 것일 수도 있다.

 

 헌데 이 책은 그런 유사한 책들과는 확연히 다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자연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대해야 하며,

삶의 중요한 가치를 어디에 두어야 할지,

그 자연 속에서 내가 어떤 사고로 살아가며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스스로 자문하게 되었다.

 

 매주 산을 오르면서 그냥 지나쳐왔던 나무, 돌, 바람, 숲 등...

이젠 새로운 눈으로 그 자연과 교감을 하며,

자연과 대화를 통해 자연인으로 내 모습을 돌아보는 노력을 할 수 있을 거 같다.

 

 이 책 중

마지막 부분에 소개된 

일흔 가까운 무학자이지만 자연인으로의 삶을 살다간 

어르신의 잔잔한 이야기가 가슴 깊이 살아 숨쉰다.

 

나도 그 어르신 같이 평온하고, 고요하게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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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명을 보라! 벌과 나비를 만날 수 없아고,

그것이 두렵다고 스스로 먼저 시드는 꽃은 한 송이도 없다.

삶은 나라는 생명에게 깃든 위대한 자기완결의 힘을 믿는 한

두려움없이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생명은 모두 자기로 살 힘을 가졌으므로!"

 

- 우리가 본래의 나를 찾아 균형을 회복하지 못하는 이유는 두려움 때문입니다.

내가 나를 만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길을 잃을까 두려워하기 때문입니다.

두려움에 가득 찬 사람들은 하늘이 생명체 모두에게 넣어주신 그 신비로운 능력을 믿지 못합니다.

모든 생명이 그러하듯,

우리 또한 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힘을 이미 우리 스스로의 씨앗 안에 지니고 있는데도,

우리는 그것을 믿지 못합니다.

 

- 사람이 가시를 달고있다는 것은 세상을 향해 응축된 에너지를 쏟아낸다는 의미로구나.

그 좌절과 절망의 마음을 토하는 것이로구나.

그것으로 자기의 분노를 응고시켜 세상과 맞서는 것이로구나.

 

 그렇습니다. 가시가 있다는 건 에너지가 가득하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들은 몸에 가시를 돋우어야만 스스로를 지켜낼 수 있기 때문에 가시를 세웁니다.

그것은 뭔가를 열망하되 이룰 수 없는 사람들의,

생존을 위한 촉수요, 핍박 받는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한

무의식적인 선택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이건 나무건 가시가 가득하면 가까이 하기에 꺼려집니다.

그것은 인지상정입니다. 결국 가시를 가득 단 자는 더불어 살기 어려운 대상이 되고 맙니다.

따라서 그 분노를 자신을 넓히고 키워내는 에너지로 바꿔야 합니다.

가시를 다는 것이 분노와 좌절의 에너지라면, 가시를 떨어뜨릴 수 있을 만큼

자신의 키를 키우고 줄기를 살찌우는 것은 자기 성장의 에너지 입니다.

 

- 사람과 나무와 풀의 죽음을 만날 때마다

나는 신이 삶의 끝자락에 죽음을 배치한 이유가 무엇일까를 생각합니다.

죽음은 순환이 아닌 삶의 종식을 위해 마련된 절차일까?

 내 생각은 그렇지 않습니다.

내가 보기에 그것은 오히려 잘 살라고 마련된 장치입니다.

신이 한 생명에게 두번의 삶을 주지 않은 까닭은

살아 있는 시간에 충실하여 후회가 없게 하라는 뜻이겠지요.

 

- 영혼이 따뜻한 사람들의 죽음은 다릅니다.

그들의 묘지는 간소하여 최소한의 흔적을 남기고자 애씁니다.

보내는 자들에게 삶의 정신이 어떠해야 하는가를 죽음을 통해 가르치고

최대한 깊숙이 자연과 하나가 되려 합니다.

 

-선물을 주면 그것으로 끝,

받는 이에게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으시는 어르신의 마음이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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