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마당/책마을 산책

[박은경]미안해 쿠온

나무소리 2010. 5. 26. 17:08

읽은 날 : 2010.  4.

 

 평소 방랑끼가 있는 건지 어쩐지 몰라도 여행을 좋아하고

매인 삶을 늘 답답해 하는 내게 이 책은 상당한 호감으로 다가왔다.

이 책을 통해 어쩌면 내가 하지 못한 여행을 조금이나마 충족되지 않을까?

또한, 퇴직을 하면 당분간 방랑생활을 하고픈 욕심을 가진 나로

좀 새로운 지식을 얻을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솔직히 기대만큼 충족되지 못했다.

 

 영화기획과 번역 등의 일을 하던 지은이는 서른즈음 인도로 여행을 떠난다.

거기서 만난 호주남자 바바와 사랑에 빠지면서 

도덕적인 우리의 결혼관과는 다른 언제든 사랑이 식어지면 헤어지자는

약속으로 결혼생활을 시작하며, 아들 쿠온을 낳는다.

 

스쿨버스를 개조해 어디든 여행하고프면 훌쩍 떠나는 그들의 삶

그러면서도 호주에 정착해서 살아가는 삶의 과정을 그린 책이다.

 

 언제든 여행을 떠나고, 경치 좋은 곳에 몇일씩 머물면서

만나는 사람과 친구가 되고, 새로운 이웃이 되는 그들의 삶.

 

 본래 인간은 정착생활을 하는 동물이 아니라

그들처럼 먹이와 기후조건 등을 찾아 유랑하는 동물일지도 모른다.

언제부터인가 환경을 지배하면서 정착생활을 시작했고,

본능에 의해 모든 인간은 어딘가 훌쩍 떠나고 싶어하는지도 모른다.

 

 한번쯤은 나를 이해하고,

여행과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과 부담없는 히피생활을 해보고싶다.

 

 이 책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소득이라면

무엇보다 10여년 전 다녀왔던 호주를 다시한번 가게된다면

에어즈록, 바이런 베이 등을 포함해 어딜가서 뭘 봐야할지.

 세계의 멋진 여행지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

발리의 꾸따, 네팔의 포카라, 필리핀의 보라카이 섬 등을 꼭 가봐야지 하는

세계 여행지에 대한 정보가 가장 큰 소득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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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하는 사람때문에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 사람 속에서 나를 보고 동일시하기 때문이다.

이런 허상은 종종 '사랑 때문에 불행해지는 사태'를 만든다.

아무리 사랑해도 그는 내가 될 수 없고,

진짜 '나'가 아닌 것은 언젠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 "왜 세계의 모든 성자는 남자인가요?"

알아듣기 힘든 인도식 영어발음으로 항상 나를 졸게 했던 인도인 스승은

그 질문에 또박또박한 목소리로 이렇게 대답했다.

"모든 여자들은 어머니가 되는 순간 이미 성자이기 때문이다."

 언제나 날 보고 웃어주는 아이를 보면서 어떻게 성자가 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리고 자기 자신보다 남을 더 사랑할 수도 있다는 것을

깊이 깨우친 '엄마'라는 존재는 이미 성자라고 생각한다.

 

-지금 하고 있는 일에 확신이 없거나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가 갑자기 답답해질 때

내가 하는 의식이 있다.

목욕재계하고 초나 향을 피우고 가만히 앉아서

'내가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를 조용히 생각하는 것이다.

 

- 오랜 시간을 헤매다 이제야 겨우 알게 된 인생의 조그마한 비밀이 하나 있다.

그것은 내가 찾고자 하는 것이 지금 여기에 없다면

 그것은 세상 그 어느 곳에도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 히피들의 여행성지는 3K, 즉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과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

그리고 발리의 꾸따였다.

 지금까지도 시간과 돈만 있으면 멈추지 않고 세계를 돌아다니는 캄란에게

"지금까지 여행한 곳 중 어디가 가장 아름다웠어요?"하고 물은 적이 있다.

그는 주저없이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나라는 아프가니스탄!"이라고 말했다.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이야말로 가장 친절하고 선한 사람들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 세계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원주민들의 성지인 에어즈록은 이제 호주 최고의 관광지가 되어버렸다.

원주민들이 울룰루라고 부르는 이곳은 시드니 올림픽의 성화가 출발한 곳으로 유명하다.

세상에서 가장 거대하다는 이 암석은 보는 시간에 따라 색깔이 달라진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평생 봐도 질리지 않는 마력이 있다고 한다.

 

-호주에서 제일 먼저 해돋이를 볼 수 있는 곳인데다

신성한 기운이 깃든 워닝 산이 뒤를 든든히 받치고 있어

더욱 강한 에너지를 발산하는 장소라는 것이다.

어쨌거나 바이런베이는 입소문 정보에 밝은 배낭족들의 천국이 되었고,

지금은 케언즈와 함께 세계 배낭족들의 메카가 되었다.

 

- 바이런베이에 독신녀가 오면 반드시 임신한다는 미신까지 있을 정도로

남녀간의 사랑이 빨리 이루어진다.

 

-네팔의 매력은 산이다. 네팔의 산들은 위에서 봐도 아름답고 내려와서 봐도 아름다웠다.

트레킹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동네 포카라는 굳이 트레킹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멋진 곳이다. 눈 덮인 안나푸르나를 바라만 봐도 그곳에 온 보람을 느끼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안나푸르나는 '풍요의 여신'이라는 뜻인데, 보기만 해도 몸과

마음과 영혼이 그 풍요로운 기운에 푹 안기는 기분이다.

 

-필립핀의 보라카이 섬은 지상의 마지막 낙원으로 불리는 곳이었다.

섬사람들은 하루 일하고 그 돈으로 밤새 술 마시고 춤추고,

다음 날은 시원한 나무 밑에서 늘어지게 잠을 잤다.

돈이 필요하면 다시 일하고 또 술마시고 춤추는 생활을 반복하는 걸 보고

나는 이 사람들은 정말 대책없이 그날 벌어 그날 사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한 가지 일이 끝나기도 전에 다음 일을 생각하며 바쁘게 살았던 나는

단순하게 살 수 있는 그들이 부러웠다.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의 행복을 저축하기 위해

불안한 잠을 잔 밤이 얼마나 많았던가. 더 많이 가지고 더 잘 살아도,

사람들은 또 무엇인가가 더 있어야 한다는 중압감에 억눌려 살고 있다.

지금도 물질은 충분한데, 그것이 주는 행복감을 느끼기도 전에

미래에 대한 걱정과 근심 속에 살고 있다.

미래는 늘 두렵고, 가질수록 더 가지고 싶은 '집착'에서 벗어나지 못해

순간의 행복은 점점 사라져간다.

 

- 많이 가진 사람일수록 행복이라는 걸 느낄 시간도 없이 더 채우기 위해서 달려가고 있다.

행복은 자기가 사는 땅과 감각을 같이 나누는 것,

주위에 항상 사람들을 두고 그 사람들과 서로 부비고 나누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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