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우리 반이 좀 일찍 끝나서 나는 혼자 집 앞에 앉아 있었다.
그런데 그 때 마침 깨엿 장수가 골목길을 지나고 있었다.
그 아저씨는 가위만 쩔렁이며 내 앞을 지나더니
다시 돌아와 내게 깨엿 두 개를 내밀었다.
순간 그 아저씨와 내 눈이 마주쳤다.
아저씨는 아무 말도 않고 잠깐 미소를 지어보이며 말했다.
“괜찮아”
무엇이 괜찮다는 것인지는 몰랐다.
돈 없이 깨엿을 공짜로 받아도 괜찮다는 것인지,
아니면 목발을 짚고 살아도 괜찮다는 것인지…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내가 그날 마음을 정했다는 것이다.
이 세상은 그런대로 살만한 곳이라고.
좋은 사람들이 있고, 선의와 사랑이 있고,
‘괜찮아’라는 말처럼
용서와 너그러움이 있는 곳이라고 믿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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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난 지금도 이 말을 들으면 괜히 가슴이 찡해진다.
(중략)
'그만하면 참 잘 했다'고 용기를 북돋아 주는 말,
'너라면 뭐든지 다 눈감아 주겠다'는 용서의 말,
'무슨 일이 있어도 나는 네 편이니 넌 절대 외롭지 않다'는 격려의 말, '
지금은 아파도 슬퍼하지 말라'는 나눔의 말
그리고 마음으로 일으켜 주는 부축의 말,
괜찮아. 참으로 신기하게도 힘들어서 주저앉고 싶을 때마다 난 내 마음속에서 작은 속삭임을 듣는다.
오래전 따뜻한 추억속 골목길 안에서 들은 말,
'괜찮아! 조금만 참아, 이제 다 괜찮아질 거야'.
아, 그래서 '괜찮아'는 이제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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