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마당/책마을 산책

[김연수] 밤은 노래한다.

나무소리 2010. 5. 7. 16:46

제    목 : 밤은 노래한다

작    가 : 김연수

읽은 날 : 2010.  5.  3 - 4.  7월

 

제  목 : 밤은 노래한다.

읽은날 : 2010.  4월. 7월 2회


 이 소설은 일제치하 시 만주. 용정에서 제국주의에 대항한 사회주의 이념아래

독립운동을 하기 위해 사회주의자가 된 민족주의 공산당과

공산주의라는 이념아래 제국주의를 물리친 후 독립을 이뤄야한다는 의견 대립 속에서

공동의 적인 일본의 제국주의와 싸우기 보다는

파벌간의 싸움으로 희생된 독립운동의 역사를 다룬 소설로 두 번을 읽었지만

민생단 사건이나 사회주의 독립운동에 대해 사전 지식이 전무한 탓에

아직도 희뿌연 거울을 보는 듯한 느낌으로 윤곽만을 잡을 수 있다.


 작가는 김해연이라는 주인공을 통해 사회주의 독립운동이라는 소재를 그려내면서도

사람은 사랑에 의해 삶이 지배되어 인생의 행로가 바뀌어 삶이 완성되며,

어떤 것도 숭고한 사랑을 넘어설 수 없음을 나타낸다.


 주인공 김해연은 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해 조선인으로는 들어가기 어렵다는

만철(남만주철도주식회사) 용정지사의 측량기수로 근무하며,

나카지마라는 일본군인과 친분을 유지하던 중 피아니스트이며,

학교 교사로 있는 이정희와 사랑에 빠져 약혼을 하게 되지만

얼마 후 이정희가 목을 매 자살을 했다는 연락을 받고

박 타이(박길룡)이라는 사람으로 오해를 받아 일본 헌병대에 끌려가 조사를 받는다.


 이정희의 죽음으로 힘들어 했던 김해연은 아편 중독에 빠져

만철로부터 해고된 후 아편에 취한 상태에서 정희가 목을 매 자살했다는 나무에

목을 매 자살을 기도 했으나 나뭇가지가 부러져 미수에 그치게 된다.


  김해연을 발견한 송영감은 자신이 일하는 사진관으로 데려가

길송이 형, 정주댁, 용덕이, 여옥이 등과 함께 일하며 생활하지만

자살 미수의 정신적인 충격으로 김해연은 말을 하지 못하게 된다.


  어느 날 우연히 친구로부터 보내 온 거액의 전신환을 보게 되면서

사진관 식구들은 김해연이 누구인지 의심을 하게 되고,

술좌석에서 길송이에게 일본군 첩자가 아니냐는 것 때문에 실컷 두들겨 맞은 후

말문이 트이게 되는데 그 과정에 술에 취해

이정희의 원수를 꼭 갚고 죽겠다고 말을 함으로 오해가 풀리게 된다.


 주인공은 공산주의자들의 연락을 담당하던 여옥이를 사랑하게 되면서

힘든 삶이나 이념과는 상관없이 삶에 활력을 되찾게 되며,

사회주의 사상이나 독립운동 보다는 함께한 사람들과의 연대 속에

독립운동에 투신을 하게 된다.


  결혼식을 가장해 독립운동에 필요한 물자를 가지고 유정촌에 갔을 때

공격을 받아(책을 두 번이나 읽었지만 누구의 공격을 받았는지 정말 애매하다)

여옥이는 오른쪽 다리를 절단하게 되고, 거기서 박도만을 만나게 된다.


 만철에서 나와 용정으로 돌아오게 된 걸 의심해 김해연을 죽이려하지만

중국공산당의 동세영을 만나 살아나게 되면서 적위대에서 교육을 받다

동만특위에서 어랑촌으로 돌아와 강정숙으로부터 사상교육을 받으며,

박도만과 친분관계를 유지하게 된다.


 박도만은 대성중학 재학 시 자신의 선배로부터 영향을 받아 평우동맹에 가입했고

그 선배가 좋아 혁명에 가입해 공산주의자가 돼 동양척식주식회사 폭파사건으로

서대문 형무소에 끌려가 1년 형을 마치고 출소해 그 선배를 찾았을 때

그 선배는 인민의 정부, 소비에트 정권을 수립해야만 유토비아가 된다고 주장하므로

적위대원들을 규합해 무장투장을 하게 되고,

화련리 대성촌에 있던 그 선배는 이념을 달리하던 사람에게 학살을 당하게 된다.


 그러던 중 빈농출신 손영수가 현위 서기로 임명되고,

손영수는 중국인 하송산을 군사부장으로 임명하면서 반민생단 투쟁을 벌이면서

훈춘현의 조선인 공산주의 조직을 민생단으로 지목해 학살 자행한다.


 손영수는 박도만과 김해연까지 모두 학살하려던 중

토벌대가 공격하면서 박도만은 죽음을 무릎 쓰고 전투를 하므로

토벌대가 임시로 물러나 있는 동안 옥에 갇혀 지내면서

김해연에게 중학교 다닐 때의 평우동맹에서 만난

안세훈, 박도만, 최도식, 이정희 등에 대해 말하게 된다.


 토벌대가 중원군을 기다리면서 어랑촌을 포위하고 있는 가운데에서도

여옥이는 불구자의 몸으로 약수동에서 재봉틀로 군복 만드는 일을 하면서도

김해연을 몹시 그리워하던 중 김해연이 어랑촌에 있는 것을 알고

재봉대 대장을 죽을만큼 두들겨 패죽음을 각오하고 김해연을 찾아온다.


 박도만은 여옥이에게 

“지금이 어떤 시절인지 모르느냐?”할 때

“내사 모릅지, 지금 어떤 시절인지 내사 모릅지.

 내사 아는 것이라곤 외발로라도 반나절이명 어랑촌에 갈 수 있다는 것뿐이겠스꼬마.“

이 말이 내겐 참 감동이다.

사랑이라는 것, 사랑하는 사람을 보고 싶다는 것,

그건 어쩌면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 신앙일지도 모른다.


 그 와중에 박길룡이 나타나 민생단원으로 몰아 학살하던 현위서기를 죽이고,

조선혁명의 길을 가로막는 모든 세력을 몰아내자고 주장하자

박도만은 박길룡을 개인적인 감정으로 일제의 주구로

반동적 민족주의 사상을 가진 민생단으로 지목해 그를 처단하자고 주장하자

박길룡은 내가 석방한 민생단원은 조선인으로 억울한 누명을 쓰고

죽어가는 동포를 구하는 일이라면 일본 특무가 할 일이라도 나는 하겠다고 주장한다.

결국 박길룡은 박도만을 사살하게 되고, 그로인해 박길룡 또한 누구도 믿지 못하게 된다.


 그 후 김해연은 최도식을 죽이기 위해 총영사관을 찾아가지만 죽이지 않고

나카지마를 인질로 어랑촌의 포위를 풀게 되면서 소설은 끝이 난다.


 솔직히 두 번을 읽었지만 아직도 어렵다.

아니 두 번을 더 읽는다 해도 정리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

*****************************************************************************

 

발췌문 :

 

- 사랑에 빠지면 자연의 아름다움이 전에 없이 더 또렷해진다는 건 바로 그때 알았다.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이란 한 사람의 아름다움을 대체하는 것들이었다.

그러나 결국 깨닫게 되는 것은

그 어떤 아름다움도 그리운 단 하나의 얼굴에는 비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오직 하나만을 원하는 순간,

 우리는 세상 전부의 도움으로 그 하나를 얻을 수밖에 없다는 다소 황당하고도 무책임한 전언.

 그러므로 희망의 전언일랄 수밖에 없는 이야기

 

- 언젠가 잡지에서 사계절이 어떻게 생겼는지 읽은 적이 있었다.

  글에 따르면 아주 오래전, 우주의 저편에서 별 하나가 날아가다가 우연히 지구와 충돌했고,

 그 잔해물들은 지구 주위를 선회하다가 점차 뭉쳐지면서 달이 됐다고 한다.

이 충돌로 인해 지구는 남북 축이 23.5도 기울어지게 됐고, 결과적으로 계절의 변화가 생겨났다.

봄이 가고, 여름이 온다고 말할 때,

거기에는 오래전 어느 별과 지구의 충돌의 그림자가 남아 있는 셈이다.

 

- 여옥이는 가슴살이 빨갛게 홍조를 띨 정도로 가쁘게 숨을 몰아 쉬다가

 바다가 어떻게 생겼는지 보여줄 수 있느냐고 내게 물었다.

나는 물기로 축추간 여옥이의 검은 몸을 어루만지며

여름 땡볕을 받아 마른 돌들이 하얗게 타오르는 광경을 떠올려보라고 말했다.

바다란 그 마른 돌들이 흐느껴 잠들면서 꾸는 꿈이라고 말했다.

내 말에 여옥이는 몸을 뒤척이면서

우리는 서로 다른 지방에서 자랐기 때문에 서로의 말을 이해하기는 어렵다고,

그런 말로는 바다를 떠올릴 수 없으니 물결 하나만 보여달라고 말했다.

한줌의 달빛이면 보름의 밤을, 한 닢 꽃잎이면 봄날의 바람을 볼 수 있으니

어서어서 이랑이 긴 물결 하나는 보여달라고.

나는 어둠 속에서 미끈거리는 여옥이의 몸 안으로 남해 푸르른 물결 하나를 밀어 넣었다.

우리는 둘이서 함께 모든 맨몸의 물고기들을 따뜻하게 덮어주는,

세상에서 가장 큰 푸른색 이불이 됐다.

우리는 지치지 않고 서로 밀려왔다가 또 밀려갔으며, 우리는 쉬지 않고 아래위로 출렁거렸다.

내 안의 작은 물결로부터 파도소리가 들려오더니 온 방 안으로 남해가 밀어닥쳤다.

 

- 인간은 다른 인간에게 마음을 주지 않고 살아갈 수 없는 일이지만,

  마음을 준 그 인간이 소멸되는 것을 지켜보는 것만큼 힘든 일은 없었다.

 

- 민생단은 만주사변 직후 중국 육군 패잔병들에게 쫓기고 중국인 지주에게 시달리는 등

   이국 땅에서 고난을 겪고 있는 조선인 이주자들을 위한 조선인 자치구 수립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고 했다.

하지만 일제의 동북 정책에 반하는 이런 목표 때문에 총영사관 측은 민생단에 해산 명령을 내렸고

결국에는 일제의 수하에 불과한 상층부는 곧장 손을 털고 민생단을 해산시켰다.

 

- 나무는 가만히 서 있는 것 같지만,

그 내부에서는 세계와 끊임없이 투쟁하니까 저렇게 곧추 서 있을 수 있는 것이오.

인간 역시 모순에 가득 찬 세계 속에서 항상 변화하기 때문에 살아갈 수 있는 것이오.

도덕이란 그렇게 변화하는 인간만이 알 수 있는 것이오.

 

- 사람이란 자기 인생 행로에서 잊기 어려운 추억을 갖게 마련이지요.

이런 추억은 자기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심금을 울려주면서 떠오르는 것이예요.

 

-나는 오직 진리를 위해서만 분노할 뿐이오.

인간은 진리 속에 있을 때만이 인간일 뿐이오.

그리고 진리 속에 있을 때, 인간은 끝없이 변화할 뿐이오.

인간이 변화하는 한, 세계는 바꾸게 되오.

죽는다는 건 더 이상 변화하지 못하는 고정의 존재가 된다는 것.

'글 마당 > 책마을 산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박은경]미안해 쿠온  (0) 2010.05.26
[김용규]숲에게 길을 묻다  (0) 2010.05.25
[장영희]괜찮아...  (0) 2010.04.08
[정태화]양파유고   (0) 2010.03.03
[유홍종]아사의 나라  (0) 2010.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