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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화]양파유고

나무소리 2010. 3. 3. 14:03

제    목 : 양파유고[연암서가]

읽은 날 : 2009.  2.  9 ~ 3. 9

동    기 : 북스토리 서평단

 

 북 스토리로부터 책을 받아 읽기도 전에 염려가 앞섰다.

그리 익숙지 않은 한시(漢詩)와 일기형식으로 기록된 기행문의 형식도 그렇지만

1,400쪽에 가까운 엄청 난 분량을 읽고 서평을 써야 한다는 게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처음 시작부터 한시를 읽으면서 한시의 참 맛은

그 뜻이나 깊이를 음미하는데 있기도 하겠지만

운율에 율조와 형식 또한 다른 맛과 깊이가 있는데

그것을 감상하면서 읽는데는 너무 큰 부담으로 다가와

서평에서는 그런 율조와 형식은 배제하고 내용만 언급토록 해보겠다.


 이 책은 조선시대 임진왜란을 겪은 선조 때 태어나 정변으로 왕으로 등극한 인조,

명과 청의 사이에서 갈등하면서 북벌정책을 추진했던 효종,

그 후 현종 대를 거치는 지극히 혼란스러웠던 시대를 살면서

좋게 말한다면 혼란했던 시대에 한 나라의 재상으로 외교를 담당하는 사신으로

20여년 왕을 보필하면서 어느 당파에 치우치지 않고

유화정책으로 현실과 타협하는 긍정적인 사람으로 나쁘게 말한다면 처세에 능하고,

좋게 표현하면 중도의 길을 걷는 중재자의 역할로 살다간

양파공 정태화가 남긴 그 유고집을 번역한 책이다.


 전체적인 책의 구성을 살펴본다면


 1~6권은 시문으로 일상적인 서사시와 계절의 맛을 느끼는 서정시,

      죽은 사람을 애도하는 만시와 한시의 맛을 느끼는 운율을 빈 차자시가 수록되고,

 7~8권은 부모님 상이나 자신의 건강상의 이유 등으로 사직을 청하는 사직상소문

 9권은 제사 때 쓰는 제문, 굴욕스럽지만 중국천자에게 보내는 표전(表箋),

       축하문이나 어떤 책을 낼 때 쓰는 발문(跋文)과 시호를 임시로 짓는 가장문.

 10권은 경상도 봉화에 있는 각화사의 사고에 출장 다녀온 복명서 형식의 포사일기.

 11권은 효종이 승하한 5월4일~27일까지 국상을 준비하고 치르는 전체 일과 행동,

        대신들이 주고받은 말을 대화형식으로 그대로 옮겨 적어

        당시 상황을 잘 알 수 있는 기해일기를 통해 양파공의 세심한 성격을 알수있다.

 12권은 원접사로 명나라 사신을 맞이하고 송별하는 과정을 기록한 서행기(西行記).

 13권~14권은 음빙록(飮氷錄)으로 진하사로 가면서 날짜별로 기록한 일기인데

        곳곳에 그의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이 몇몇 곳에 나타나면서,

        가는 동안의 여정 속에서 서민들의 궁핍한 삶이나 명나라에 도착해

        먹은 음식이나 대접받은 과일 뿐 아니라 포로로 잡혀간 사람들이

        고국을 그리워하면서 고향 소식을 그리워하는 등의 작은 면면까지도

        세밀하게 기록하고 있어 양파공 성격의 세심함을 알게 된다.

 15권은 왕에게 올렸던 사직 상소를 허락하지 않은 어찰을 기록하였고,

 16권은 부록으로 왕명으로 양파공 사후 그의 업적을 기리면서 추배하는 김석주의 글과

        최석정의 글과 제사 때 쓰는 제문을 왕이 내린 글이 수록되어 있다.


 위의 전체를 바탕으로 작은 부분을 다 설명할 수 없지만

이 책의 시문, 상소문, 만사(죽은 사람을 애도하는 글), 일기, 기행문을 보면

개인주의가 팽배한 현대의 자본주의에는 국수주의로 우습게 비쳐질지 모르지만

우국충정의 마음이나 백성(국민)을 사랑하는 것을 넘어

인간을 사랑하는 마음과 함께 인간 내면의 깊은 사색 또한 절절하게 드러난다.


 양파공은 음빙록에서 명나라를 오가면서 기록한 부분을 보면

“선천의 하인이 가장늦게 왔는데, 부사의 직무태도를 짐작할 수 있다.”

“새로 온 현감 이송로가 제수받은 지 이미 오래되었음에도,

 고의로 늑장 부리고 부임하지 않았다. 그래서 구성부사가 찰리를 겸하였는데

 부사는 지대하는 것을 정중하게 하지 않았다. 태천의 향소 색리를 거듭 곤장 쳤다.“

등의 기록으로 보아 지방의 각 수령들의 충성심과 직무태도를 파악했고,


“반산에 도착하여 막 점심을 먹으려 하였으나, 성안은 텅 비어 있었다.

단지 한 오라비가 흙집에 머무르고 있었는데, 일행은 땔나무를 찾을 수 없었다.

쇄마 마부 한명이 침범하여 주인의 지붕에 있는 이엉을 뜯어내다가 그만

싸움이 붙었는데 주인의 볼에서 피가 흘러내리자 달여와 호소하였다.

곧 범인을 묶고 곤장 10대를 때렸다. 주인은 머리를 땅에 찧으면서 감사를 표했다.“

는 글을 통해 당시 백성들의 궁핍한 생활상과 민심을 파악한 것을 알 수 있다.


 이 책을 읽는데 있어 상당한 부담을 안고 읽긴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양파공의 사상이나 정책의 방향 등을 쓴 게 아니라

당시의 있는 사실을 기록한 책으로 부담감에서 벗어 날수 있었고,

음빙록에서는 중국(당시는 명, 청나라)이라는 큰나라 속에

청나라 포로로 명나라 포로로 잡혀갔던 우리 백성들의 애절한 고향에 대한 향수와

조선이라는 작은 나라에선 재상이 사신으로 갔지만

중국에선 초라한 손님으로 밖에 접대 받지 못했던 답답한 그 시대상을

안타깝지만 지나간 과거로 치부하고 조금은 맘 편히 읽을 수 있었다.


 시간이 된다면 다시한번 역사책들과 비교하면서 꼭 다시 읽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