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아사의 나라
지은이 : 유홍종
읽은날 : 2009. 12. 26 - 1010. 1. 4.
결론부터 말하면
이 책은 무엇보다 소설로써 재미가 있으며,
백제의 멸망직전의 정치상황과 멸망원인에 대한 작가의 견해 뿐 아니라
한 나라나 인물의 흥망성쇠는 외적인 요인보다는 내적요인이 결정하며,
지도자 한사람의 의지에 따라 좌우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책을 덮을 때는 나를 돌아보며,
“사랑이 그토록 슬픈 전설이라면
뉘라서 한목숨 바꿀 자 있으랴“라는 슬픈 가락이 귓전을 맴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은 쉽게 이해하려면
우리 역사 중 부족국가에서 중앙집권적인 삼국시대로 변천하는 과정과
가야라는 부족연맹체에 대한 약간의 지식이 필요하다고 본다.
작은 부족국가들이 하나의 연맹체인 삼한시대를 거치면서
한강을 중심으로 세력을 가졌던 마한(54부족)은 백제국으로,
경주지역의 사로국을 중심으로 진한(12부족)은 신라국으로,
덕유산과 지리산 이남의 지역을 중심으로 변한(12부족)은
금관가야와 대가야를 중심으로 6부족 연맹체를 유지하다가
결국 통일된 체계를 갖추지 못하고 하나하나 멸망하게 된다.
이 소설은 김수로왕을 시조로 한 가야의 부족국가들이
하나씩 백제와 신라에 복속되는 과정 속에 가야연맹체의 하나인 다라국이
대가야와 통합된 왕국에서 신라와 합병 후 독자적으로 독립왕국을 유지하다
귀족의 지위와 신변을 보장한 신라에 마지막 정비왕이 편입되며,
소설은 왕비의 조카인 아사의 사랑이야기로 시작된다.
다라국 왕비의 조카인 아사는 대가야가 신라에 편입되는 과정에서
대야주의 군 사령관으로 부임한 설오유와 첫눈에 사랑에 빠져
황강에서 매일 만나 사랑을 꽃 피우다 3개월 만에
백제와 전쟁 중인 한강유역 전선으로 설오유가 떠나게 된다.
소설은 당시 김춘추를 중심으로 한 신라의 정치적인 상태와
연개소문을 중심으로 한 고구려의 정치 상황과
측전무후를 중심한 당고종이 통치하는 당나라의 상황 등의
주변 나라들의 정치적, 인물사 적으로 간략하게 설명해 나간다.
설오유가 지휘하는 신라의 정규군이 한강 전선으로 떠나자
백제는 신라의 허를 찌르기 위해 대야주를 공격하여 약탈하고,
가야의 왕족을 인질로 끌고 가는 과정에서
아사는 몸종 설파와 백제로 끌려간 후 설오유의 아이를 임신한 걸 알지만
어쩔 수 없이 의자왕의 후궁이 되어 몽루각에서 지내게 된다.
의자왕은 체격이나 인물이 뛰어났을 뿐 아니라 부드러움도 있고,
집권초기 용맹스럽고 총명하며, 효성이 지극할 뿐 아니라
대 여섯 잔의 술이면 충분한 주량으로 대화를 좋아했고,
책과 음악을 좋아하는 낭만적이고 섬세한 감정의 소유자로
권력에 대한 집착도 그리 크지 않았을 뿐 아니라
왕으로 당연히 누리는 사치 외에 특별히 호사를 하지도 않았다.
또한, 후궁과 자녀가 많았던 것은 틀림없지만
당시 백제의 정치적 상황은 귀족들의 세력이 드세다 보니
각 귀족의 딸 하나씩을 후궁으로 삼아야 하는 처지로
본인의 의지보다는 어쩔 수없이 주어진 숙명일 수밖에 없다.
의자왕은 아사는 흙피리(土笛) 소리를 통해 지친 몸과 마음을 위로받으며,
사심없는 마음과 기품 있는 아사와의 대화에 빠져 진정으로 사랑을 느끼며,
그 사랑을 잡기 위해 권력과 명예를 보장하지만
“박새가 깊은 숲에서 둥지를 틀어도 겨우 나뭇가지 하나를 차지할 뿐이고,
수달피가 강에서 갈증을 푼다 해도 겨우 배를 채우면 족하거늘
제가 어찌 감히 금은보화와 권력을 탐할 수가 있겠습니까?“라며 거절한다.
어떤 왕이 훌륭한 왕이냐는 말에 백성을 사랑하는 왕이라며
백성이 곧 하늘임을 가르치고, 왕도를 세세히 선현들의 말과
고사성어와 명언을 자유자재로 구사해 의자왕을 사로잡는다.
아사는 설오유의 태중 아기를 의자왕의 자식으로 속이고,
복중 아기를 위해 기도를 하러 간다는 명분으로
칠악산(현 칠갑산)에 있는 왕흥사로 떠나며 설화와 탈출을 계획하지만
왕비 은고의 방해와 관음암에서 설오유를 만남으로 계획을 변경한다.
아사는 몽루각에서 설오유의 딸을 낳자 이름을 사비(아침)라 짓고,
시녀 황매와 모의하여 백제에서의 탈출을 시도하다 붙잡히게 된다.
후궁이라는 것을 밝히지만 왕비 은고의 계략으로 처형당하게 되자
설파가 아사의 시신을 거둬 삼성산에 있는 단촌암이라는 암자에
다비식 불교 장례를 치른 후 뼛가루를 도자기에 넣어 절에 안치한다.
설파는 사비궁으로 압송되어 혀를 잘린 채 옥에 갇히고,
죽음에 임박해 설오유가 그 소식을 듣고,
백제 내부의 신라 첩자 중좌평 임자를 설득해
극적으로 설파와 사비는 옥에서 탈출하게 된다.
사비는 예언을 하기 시작한 일곱 살 전에 설파의 글을 통해
어머니와 설오유와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출생 내력과
어머니가 백제 후궁이 된 사연과 다라국의 신라합병 등을 알게되고,
열 살 때 효은스님이 입적한 다음 다비식을 마친 후 실명을 하지만
예언하는 능력을 갖게 되므로 역술가 이만광을 만난다.
아사가 은고에 의해 죽자 백제의 중직에 있는 신라첩자 중좌평 임좌는
신라의 명으로 미모의 무당 출신 금화를 의자왕에게 애첩으로 소개해
서서히 의자왕을 병들어가고 무기력하게 만들면서
충신 대좌평 성충, 군사전략가 좌평 홍수 등을 멀리하게 하고,
결국 의자왕은 모든 실권을 왕비 은고가 장악하면서 성충은 옥사하고,
홍수는 고마미지현으로 귀향을 가게 된다.
왕비은고는 모든 실권을 장악하자 친아버지를 대좌평에 임명하고,
태자를 폐위시키고 친아들 부여효를 새 태자로 책봉하면서
백제의 정치적인 부패와 더불어 몰락의 길을 걷게 되는데
이때 신라와 당나라는 손을 잡고 백제를 공격하게 된다.
나.당 연합군이 공격을 하는 시점에 백제의 충신이었던 성충은 죽고,
책사였던 홍수는 귀향 가 있었으며, 윤충, 계백의 무인도 없는 상태로
백제는 역술가 이만광에게 해결책을 구하는데
사비는 이만광에게 왕비 은고를 죽이는 길만이 백제를 살리고,
모두가 살 수 있는 길임을 말하지만 이만광은 은고를 죽이지 못한다.
나.당연합군의 공격이 있는 국가의 절대절명의 위기에
의자왕은 모든 실권을 왕비은고에게 빼앗겨 몽루각에 감금되다 시피해
애첩 금화와 술잔을 기울이며, 모든 기력을 상실했는데
그 이유를 이 책은 세 가지로 설명하고 있다.
첫째, 16년전 후궁 아사를 잃은 후부터 집권 초기의 야망을 포기했고,
둘째, 왕비와 귀족들의 왕권도전으로 정치에 염증을 느껴 권력을 포기했고,
셋째, 신녀 금화가 몽루각에 온 후 복용하기 시작한 황부자의 부작용으로
점차 피로와 무력감으로 삶에 허무감을 초래.
결국 백제는 신라 김유신과 당나라 소정방의 연합군에 사비성이 무너지고,
의자왕은 웅진성으로 피신하였다가 계속 되는 공격에
은고는 웅진성에서 사비가 준 단검으로 자결을 하고,
의자왕은 계룡산의 작은 암자에 피신을 했으나 결국 포로가 되어
당나라에 백제의 귀족들과 함께 인질로 잡혀가게 된다.
백제가 멸망을 했다고 하지만 오랜 역사를 지닌 백제는
무왕의 조카인 귀실복신과 군장출신 흑지상지, 도침 스님 등은
일본에 있는 의자왕의 아들 부여 풍을 왕으로 받들어 광복운동을 펼쳐
200여개의 성을 차지하며 안정을 되찾게 되지만 지휘권을 놓고
귀실복신과 도침의 대립으로 귀실복신이 도침을 죽이고,
친위대가 다시 복신을 제거하고 권력을 장악하는 등 내분을 겪다
당나라 인질로 잡혀갔던 부여융을 웅진도독으로 임명하면서
형제지간에 전쟁을 벌여 결국 백제는 역사 속에서 사라진다.
사비와 설파는 노예로 끌려가는 배에서 김유신에 의해 구출돼
아버지 설오유를 만나면서 눈을 뜨자 비구니가 된 후
삼성산에서 어머니의 뼛가루를 수습해 흙피리(土笛)을 만들어 불면서
사랑의 슬픈 전설을 노래하는 것으로 소설은 끝난다.
이 책이 김정산의 [삼한지]나 박은몽의 [선덕여왕]
이적의 [선덕여왕] 최명희의 [혼불] 등에서 나타나는
백제의 의자왕이나 나당 연합군의 공격, 계백장군의 존재 등은
약간의 차이점이 보이나 작가의 관점이나 초점의 차이로 보여 지며,
어느 것이 역사적으로 더 맞는지는 역사가가 해야 할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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